2020년은 부단히 뭔가 해보려 했지만 여러모로 티가 안난 해였던 것 같다. 영리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을 계산하고 각을 잡고 들어갔다면 더 많은 것을 얻었을 텐데 하고 후회도 조금 해보지만 괜찮다. 이런 속된말로 꼴아박는 시간들이 있어 다음 스텝이 있을테니 말이다. 흔히 끓는점으로들 비유하는 임계점까지 노력이 미치지 않았을 게고, 공부도 나에 대한 투자도 충분하지 않았기에 그랬을 것이다.
올해 2월 브런치를 벗어나 내 채널을 만들쟈! 하는 야심으로 팠던 티스토리 시카고 독서 연구소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구글애드센스를 붙이려고 마음 졸이며 허둥댔는데 막상 달고나서도 이렇다할 효과가 없어서 지치던 차였는데, W의 조언을 듣고 정리하기로 했다. 짧은 복기를 해보면 사이트가 주는 명확한 애티튜드가 없었고, 내가 사랑한 시카고 갬성이 너무 마이너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갬성과 사이트가 너무도 어긋났기에(난 이 어긋남을 사랑하지만), 키워드 공부 없이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심보로 기다리기만 했기에 여러모로 안 될 이유가 많았던 것 같다.
새로 채널을 개설한다면 다시 본래의 마음가짐으로 외길인생으로 시작하여 조금씩 타협하며 확장성을 넓혀가고 싶다. 다만 이번에는 개인의 기록에 그치지 아니하고 수요가 있는 곳에, 타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싶다. 돈도 기록의 가치도 얻고 싶다.
올해의 키워드는 타협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가 불러온 환경변화는 적응과 타협을 불러왔고, 나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나의 시간과 체력이 유한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한 해였다. 패기, 세련됨, 치명적 매력, 임팩트, 변혁, 외길인생, 개성 등 동경하고(실천하지는 못했지만) 확고한 캐릭터가 있고 싶어 지향하던 가치들보다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지레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고 잃을 것을 먼저 생각한다. 잃어봐야 그 단위가 크지도 않은데, 다 잃어도 정신차리고 몇년 살면 극복할만 양일 터인데 두렵고 또 두렵다. 자의식으로 견뎌왔던 시간들도 타협하고 걷어내보니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들로 채워지고... 이런 생각들은 한도가 없고...
내가 지향하는 게 흐려지며 더 흔들리는 것 같다. 은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공부하고 쌓아가는 남은 3개월이 되면 좋겠다. 다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