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올려치거나 깎아내리지 아니하고

뭐라도 쓰기 42번째

by 이요마

작지만 정보성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로 조금이나마 소득을 내보고 싶어서 광고를 덕지덕지 붙여 몇개 발행했더랬다. 애드고시는 4번만에 통과했다. 광고만 달수 있다면, 내 글이 돈이 될 수 있다면 하면서 물 떠놓고 달빛에 기도하듯이 나름의 공을 들여서 조건에 통과할 수 있었더랬다.


내가 만들고 싶던 건, 본ㅡ격 책리뷰를 쌓아두는 채널이었고, 신간을 많이 접하는 직업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많은 책의 1번 서평을 쓴다면 다음 서평쓰는 사람들이 내 글을 레퍼런스로 볼 것이고, 그렇게 광고수익도 생길거라 생각했었다. 안일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검색어로 책을 찾아보지 않더라.


매일 업로드 해도 조회수 하루0-3(사이트 총 방문 숫자다)회에 그쳐 제풀에 지쳐 블로그를 방치했다. 책을 검색안하는 사람들을 괜히 깔보기도 하고, 내 글이 후진가 자책도 했더랬다. 문제는 내가 블로그의 문법을 무시했고, 깎아내렸다는 점에 있었다. 알량함을 내려놓고 다시 해보려니 공부해야할 게 많았다. 키워드 서칭을 하고 최상단 노출 포스팅을 분석하고, 썸네일을 따라해보았다. 그리고 다섯개의 글을 올리고 일주일째 매일 500원정도의 귀여운 수익이 들어온다. 다른 키워드도 추가로 잡고 누적해가면 수익은 달라지겠지.


방법과 문법은 어디에든 있는 것 같다. 다만 글쓰기와 책이라는 매체에는 환상이 끼어있는 것도 같다. 글잘러들은 타고난 것 같고, 영감을 받아서 일필휘지로 매스터피스를 쓴다거나 타협없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며 외길을 걷는다거나 하는 멋짐말이다. 나는 그런게 좋았고, 부러웠던것 같다. 그래서 같잖게 글에 급을 나누고, 좋고 나쁨을 쟀다.


물론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에는 이유가 있기마련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만 6년만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게된 사실은, 글에는 기본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외국어영역 공부할 때는 달달 외우던 문법의 기초를 탄탄하게 못잡아서, 문법 2문제는 하늘에 맡기고 남은 것을 다맞추겠다는 각오로 두번의 수능을 준비한 까닭에. 이후 펼쳐진 토익, 토스, 오픽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도망치듯 영어 안보는 직종으로 왔기에. 근본은 없지만 편법만 늘어서 지금에 이른 것 같다.


나는 정석을 따르는 일이 효율적이어도 싫어했었다. 비효율적이어도 나의 길을 가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야 그게 멋이고 예술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예술가 안뽑는다는 첫 면접이후로 돌고돌아 그 언저리 회사에 자리잡으면서 타협했고, 적당히 만족했고, 치열한 고민보다는 납기에 맞추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회사의 문법을 체화하며 배운게 있다면, 창의성과 정석은 역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석이 창의성을 깎아 먹거나, 말살하지 않는다. 다만 기본이 깔려있다면 스스로 관성을 피하는 방식에서 노련하게 멀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창의성이 전세계의 패러다임을 아니 한국을 장악할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밀어부치는 게 맞다. 허나 나는 재능캐가 아니라는건 30년 살아봤으니 이제 더 부정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고, 지금이라도 근본을 쌓는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내가 할수있는게 아닐까 싶더라.


때론 잘 몰라서 가지 않는 길을 폄하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후회하기 전에 하나씩 공부하며 근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더 멀리 더 넓게 나의 쓰임을 키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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