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기 싫은 마음들

오늘의 통찰 모먼트

by 이요마
photo-1514897575457-c4db467cf78e.jpg 사진 출처: unsplash

나의 지난 일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천착하는 고민이 '나는 왜 빨리 갈 수 없는가.'이기 때문이다.


스무살 재수학원, 주말도 없이 매일 열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있으면서 나는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나는 센스가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풍파가 오면 다 맞고 다시 묵묵히 걸어가는 타입이었기에 늘 문제 푸는 시간은 부족했고, 성적도 그닥 잘 나오지 않았더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관성처럼 학원에 나가서 제일 늦게까지 자습을 하다 나오는 일. Back to the Basic을 믿으며 남들이 문제풀이를 나아갈때 혼자 복습을 하는 일이 전부였다. 과목별로 1타 강사의 강의 테크트리를 따라가는 친구들처럼 더 많은 인풋을 넣을 수도 없었고, 감으로 모의고사를 잘 치는 친구들처럼 운이 좋지도 않았다. 그냥 시간을 더 들인다는 선택지만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애석하게도 그 방향성이 맞았는지 원하는 성적보다 높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경험한 성공의 순간이 '부족한 센스를 노력으로 커버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직장인 4년차가 되는 지금까지도 이 성공경험은 통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뒤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닿을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조금 그 마음이 흔들린다.


이제야 나도 남들처럼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교훈적인 내용으로 스토리를 포장하길 좋아한다. 위에 세 문단만 보면 '토끼와 거북이'의 결말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거북이가 최고란다. 노력은 너를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은 최고의 재능이다. 그러니 더 열심히 살겠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저마다 하나의 답에 닿을 때까지 필요한 경험의 할당량도 분명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게 내 몫인가보다. 남들은 어떻게 할지 몰라도 난 이정도 해야 되는 구나 하며 살아왔는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는 힘에 부치는 것 같다. 언제까지 노력으로 매사 커버를 해야 되는가. 이게 효용은 있는 걸까. 나는 빨리 갈 수는 없는 걸까. 하는 잡념들이 자꾸 든다. (빨리보다는 멀리가는 것이 중요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더라고.)


애석하게도 말은 빨리 가고 싶다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모르는 것' 같다. 과거의 선택들로 만들어온 지금의 내 위치도 결국은 노력의 시간으로 만들어 온 것이고, 유지를 하기 위해 또 노력을 하고 있다. 다음 레벨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을 짐작은 하고 있기에 무얼 하는 게 시작도 전에 지치는 것 같다. 세상에는 정답이 있는 것 같다. 유튜브, 브런치만 보아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한다. 그 자리를 채워가는 건 역설적으로 또 노력이다.


노력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다시 노력해야만 한다. 친구 A는 내게 끝까지 가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매사 일을 벌이고, 끝까지 못가고 나서 자신을 채찍질 하는 모습을 6~7년 보아왔다며 이번에는 반복하지 말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끝까지 가보라 하더라. 어쩌면 그의 말마따나 나는 방향성도 없이 열심히만 살아서 지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끝까지 가본다. 다만 정량적으로 노력해서 베스트가 아니더라도 닿아보고 싶다. 지치지 않고 점차 베스트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이왕이면 더 지치지 않게 가능한 빠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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