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에만 집중한 나의 삶의 결과

오늘의 통찰모먼트

by 이요마


게임에서 캐릭터의 스펙을 향상시키는 말을 일러 버프라고 한다. 공격 속도 버프를 받으면 공격 속도가 올라가고, 방어력 버프를 받으면 방어력이 올라간다. 나는 이게 그저 게임 속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들 앞에서 나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한 길들은 쿨한 척 잊어버리려 했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억울함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내게는 너그럽지 않아. 나는 늘 포기해야만 하고, 늘 가성비의 차선을 골라야만 해. 라고 되뇌며 최선을 다해도 나아가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괴로워했다. 시간은 흘렀고 이것이 디폴트가 된 30대의 나는 푸념이 습관이 되어 시도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포기한 취향, 포기한 기호, 포기한 호오, 포기한 재미. 나는 살아온대로 가성비 빼고는 모두 포기하는 사람이 되었고 뒤늦게라도 발전하고 싶은, 개발하고 싶은 마음 역시 포기해버렸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고 나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간단 생각이 들더라. 시도하지 않으니 사건이 없고, 사건이 없으니 갈등도 없으며, 고립되고 고단한 마음과 달라질 것 없는 주머니 사정만이 내게 주어진 전부였다.


그리고 문득 이 모든 게 ‘포기에만 집중한 나의 선택’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기대할 것 없는 미래,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석함과 억울함은 나를 이지경으로 몰아 넣은게 아닐까. 지레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원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선택하고 책임을 지면서 나를 넓혔다면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넥스트 레벨을 기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선택지를 좁힌 건 나의 선택이었다. 내가 모든 것을 능히 가질 수 있는 존재이며, 능히 대접받을 수 있는 소중한 생명이며, 어디로든 갈 수 있고 포기의 양자택일 없이 모든 걸 취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으며 나를 작게 만든 것도 나였다.


그때 문득 지금은 동 나이 친구들에 비해 뒤쳐져 있을지 몰라도, 나를 위한 버프를 두겹 세겹 수십수백겹 두르면 나도 잃어버린 취향과 감정표현과 에너지, 자신감과 자존감, 운과 실력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양자택일이 아닌 양립. 속도가 아닌 방향. 결과가 아닌 과정. 나를 가둬두는 게 나 자신이라는 걸 통찰모만트를 통해 깨닫고 나서는 쪽팔려도 사건을 만드는 나를 위한 버프들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중엔 수많은 버프가 시간이 지나 사라진다해도 실력으로 그 자체로 오리지널 매스터피스인 존재가 되고 싶다.


나는 모든 걸 원하고, 상상한만큼 다 가질 수 있다. 앞으로 나의 섹터를 늘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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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리더라도 나는 이제 다시 증명하고 싶다. 눈치보고 부끄러워서 피하는 거보다 깨지더라도 한 발 앞으로 가고싶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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