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에 파고드세요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2021

by 이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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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에서 올라오는 KTX에서만 해도 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더랬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능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확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K픽션 아카이브를 어쨌든 론칭했고, 다시 놓았던 소설쓰기를 시작했다. 생업에 밀어둔, 재테크처럼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선순위를 미뤄둔 과거의 내가 '하고싶던 것'을 일단 했다. 예전만큼의 에너지가 나오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흥미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관성이 나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깐 내려놓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다보니까 다시 나는 퇴근하고 밥 먹고 게임 조금 하다가 유튜브보다가 잠드는 예전의 사이클로 돌아가더라.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습관을 만들어보려다가도 K픽션 아카이브에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니 부담이 되어 다른 장르의 책으로 돌았다. 사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그렇게 시험공부를 하기 싫어 집은 책처럼, 도망치듯이 만난 책이었다. 뜻밖의 만남으로 덕분에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잠시 멈춰서 생각할 수 있었다.




책 끝을 많이 접어가며 읽었고, 그중 기억나는 대목은 아래와 같다.


ㅡ 남이 보더라도 괜찮은 삶보다 내가 보더라도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ㅡ 나를 나답게 만드는 자유는 이토록 소중하다

ㅡ내 마음의 감옥에 갇힌 나를 누군가 꺼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감옥에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ㄴ이 책에는 '나'라는 말이 제법 나온다. 밀라논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려고 책에 진입했다가 온통 내 생각만 하다 나오는 이상한 경험을 했는데, 그만큼 메시지가 확실해서 그런 것 같다. 보통 이런 에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 서사에 따라붙는 비아냥은 '그건 당신이니까 성공했어.' 혹은 '그런 뻔한 말은 하지 마쇼'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솔함은 그 마저도 무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ㄴ'나'는 '나'에게 솔직하고,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느냐 하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닌지 꽤 된 것 같다.'고. 이 말은 달리말하면 나는 요 몇 년간 망가져가고 있다는 말로 풀 수도 있겠다. 특히 '내 마음의 감옥'이라는 표현을 마주했을 때는 마음이 주저 앉았더랬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나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나 스스로 감옥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스스로를 저평가하며 고립을 만드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나를 숨기려 할수록 나는 더 망가졌고, 지금은 조급하게 '뭐라도 해야해...' 하는 강박에 시달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기도 하다.(물론 이마저도 저평가다. 한 해동안 하다가 엎은 일까지 세어보니 프로젝트가 거의 10개가 되더라...) 그래서 용기를 얻어 감옥에서 나와보기로 했다. 걷기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정신과 전문의 상담도 지자체 센터를 통해 예약했다. 애써 피하던 친구들 모임도 하나둘 잡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았고, 내가 보는 내가 추하고 후지다고 평가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 만나서 피드백 받고 수정해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뜻밖의 용기를 얻은 대목이었다.


ㅡ정해진 규칙만을 따르고, 부모님 말씀만 잘 듣는 모범생에게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교복 같은 옷만 나와요. 남이 가지 않은 길, 남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ㄴ막상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해놓고, 내가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남이 가지 않은 길, 남이 하지 않는 생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아니다. 그렇기에는 나는 너무 모범생이고, 너무 직장인이다. 이 대목을 보면서 꿈을 접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그런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천재과의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가야겠구나 싶더라. 하나하나 본능으로 쩌는 문장을 쓰는 천재를 동경하고 질투하고 좌절하는 일은 관둬야겠다 싶었다.


ㅡ 삶의 우선순위를 알고, 삶의 본질에 파고드세요

ㄴ위에도 지나가듯 말했지만 내가 올해에 벌인 일만 10개 넘는다. 잘 수습되어 끝까지 간 것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고꾸라져 애매하게 보류되어있다. 나는 몇년 째 정체중이다. 같은 고민, 같은 문제의식을 지금은 전문직 종사자가 된, 당시의 고시생이었던 친구에게 토로한 적이 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몇년을 공부하던 그 친구는 내 상황을 한참이나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그 할 수 있는 걸 여기저기에 뿌리지 말고 한 곳에 모아봐. 그러겠노라 말하고 지금도 바뀌지 않았으니 참 그 친구에게는 면목이 없다.

ㄴ나는 욕심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어! 하는 워커홀릭이기보다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죽을 것 같은 강박증에 가깝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해야해서 매일매일을 소진하는 쪽이다. 재테크도 목표 금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라거나 부자가 되고 싶어서~ 하는 식으로 안달복달하면서 이것저것 찔러보고 있다. 하지만 이짓거리를 한 3년을 해보니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하나만 제대로 하는 것도 쉬운게 아니구나! 하는... 사실 무엇이 내게 우선순위인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이런 방황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좀 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한다.


내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가장 바라는가. 잘 모르겠다고 넘긴지도 몇년째인데 뿅하고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또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일을 내년의 목표로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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