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이요마 최근에 읽은 책들 4

읽고 메모할 부분이나 통찰 모먼트를 간결하게 체크함

by 이요마

읽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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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 좋은 곳으로 가자>, 정문정, 문학동네, 2021

: 생각지도 못한 위로, 반성을 하게 만든 책이다. 얼마 전 ZOOM 강연을 듣고 이어서 세바시 강연을 듣다가 정문정 작가님이 더 궁금해져서 산 책. 마음이 가난해본 사람에겐 정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와닿고 또 아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문화 자본이 부족한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고,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나마 문화 자본과 교육 자본을 없는 와중에도 최우선으로 삼은 엄마의 영향으로 서울의 대학에 이르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해버렸다. 20대의 나는 힘들었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거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했어야 했고 자기에 대한 투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더랬다. 애석하게도 30대가 되었다고 나아지진 않더라. 선택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선택권이 주어져도 아무 것도 못한다.


얼마 전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 집에 '일을 쉰다.'는 개념이 없었다는 거다. 쉬면서 천천히 자아성찰하고 넥스트레벨로 도약할 진로탐색의 시간 같은 건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건 부모도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이 세상에 많았고 억울함을 느끼기 시작한건 늦되게도 20대 후반이었다. 그렇지만 선뜻 선택할 수 없었다. 선택해본 적 없는 경험이니까 말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자>에서 어른이 된 후에는 자기 인생에 쓰인 기록을 더 나은 쪽으로 고쳐 갈 수 있다는 말을 만났을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TTS를 들으며 밤산책을 하는 중이였고 내가 푸념만 할 게 아니라 뭐라도 내 인생을 내가 써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내일 하자 하고 넘기려던 소설 쓰기도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쓰고 잤다.


재능에 대한 불신, 가난(물리적, 문화적)에 대한 핑계는 이제 접어두고 다시 쓸 용기를 얻은 책이었다.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ㅡ "공부하다가 힘들고 우울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는 이들 중 합격생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거다. 합격생은 '울면서 공부하고' 비합격생은 '그냥 운다'고. 50/182(전자책)

ㅡ 어쩌면 재능이란 영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로 돈을 못 벌 것 같으면 해야 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라도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는 꾸준함에 깃드는지도 모른다. 51/182(전자책)

ㅡ 어른이 된 후에는 자기 인생에 쓰인 기록을 더 나은 쪽으로 고쳐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65/182(전자책)

ㅡ 프로의 세계를 관찰해보면 대부분은 객관적인 실력 그 자체로 대단하다 평가받는 게 아니라 독보적인 개성, 유일함으로 살아남는다. 168/182(전자책)


2.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2002

: 옆팀 팀장님이 매스터피스라고 추천해서 본 책. 칼데콧 상의 권위를 감안하고 봤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맥스라는 어린이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항해를 하고, 그곳의 왕이 되고 다시 회귀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한계는 없다. 두려움도 없다.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고, 지루해지면 돌아와 쉴 안식처도 있다. 근데 이 이야기가 비단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상상은 위기로부터 찾아온다. 제한된 신체, 통제불가능한 상황, 달라질 것 없어보이는 미래. 맥스의 상상은 심한 장난을 치다가 '괴물딱지'소리를 들으면서 방에 갇힌 순간 출발한다. 좁은 방에서 풀이 자라나고 세계가 되고 배를 타고 어디론가 1년 넘게 떠나는 여정은 어쩌면 맥스의 불안이나 걱정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마지막 줄 "저녁밥은 아직까지 따뜻했어."는 그런 근심을 다시 연결감으로 회복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코로나19 이후로 얼마 안 되는 인간관계 마저 가지치기되다보니 때아닌 위기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대학생때는 무슨 자신감으로 초면인 사람들과도 턱턱 연락처를 교환하고 팀플을 했는지 참 아득하면서도 지금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ㅠ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게 무섭다. 하지만 맥스처럼 기꺼이 위기를 상상으로 점프업해야 그만큼 나아간다. 따뜻한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관계도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들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3. <듄 신장판 3: 듄의 아이들>, 프랭크 허버트, 황금가지, 2021

: 사내 독서모임으로 읽지 않았다면 이 두꺼운 책들을 3권까지 완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레토와 폴에 이어 3대째인 레토(손자)-가니마(손녀)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모임을 나가야해서 견디는 마음(?)으로 읽었다. 역시 듄은 마지막 10장 안에서 쇼부(?)를 보는구나 싶더라. 뒤로 갈 수록 속도감이 빨라지니까 반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읽기를 권한다.

티모시 살라메 필터가 씌워진 폴의 형상이 점차 사라지고, 되바라진 꼬마 애들이 어른들을 장악하는 이 이야기가 이젠 어떻게 흘러갈지 잘 모르겠다. 4, 5, 6권을 따라가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 2권 보다는 이입이 덜 되더라.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쭉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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