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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20.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6월 3주차

22.6.13~6.19 읽고 본 것들

지난주 금요일 퇴사를 완료했다.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가야지! 이번주는 영화를 볼 여력이 없어서 책 위주로 읽었다. 각 권에 대한 실시간 리뷰는 아래 인스타 계정에 올리고, 브런치에는 정리차 올린다. (팔로우도 해주면 좋겠다요..)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읽은 책


1.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이재은, 비즈니스북스, 2021

: 지난주 금요일 퇴사를 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나의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야 하기에 이 책을 만났다.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 아래 문장이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은 어쩌다 흔들리더라도 금방 폼을 되찾는다. 오랜 시간 해온 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어느날 찾아온 것이 아닌 것 같다. 병가로 쉬는 한 달, 그 중에서도 초반부에는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성실하면 호구된다. 성실 원툴인 내가 배신을 당한 기분이다. 성실가지고는 안 된다.' 하며 나의 지난 시간들을 질책했더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그래도 내가 성실했으니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지. 그래도 내가 성실했으니 앞으로를 도모할 수 있겠지 다독이는 방향으로 조금은 바뀌어갔다.


이재은 아나운서님이 제시하듯 '명확한 목표'를 세워두고 세부 목표를 짜며 오늘을 충실하게 채워간다면 나도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닿을지도 모르겠다.


2. <템페스트>, 윌리엄 셰익스피어, 문학동네, 2009

: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 <멋진 신세계>에서는 불행도 감당할 권리, 자유를 인간다움의 하나로 제시했다. <템페스트>를 키워드로 본다면 용서와 사랑이 아니려나.


셰익스피어는 인간을 통제 가능한, 자유 의지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원하는대로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 설령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수도 무조건적인 용서를 할 수 있는 미덕으로 말이다.


나는 인간의 본질은 생존이라는 이기적 유전자 쪽보다는 셰익스피어의 마음을 지지하는 편이다. 진실한 마음과 본질에 가까운 말과 행동들이야말로 생존이 아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내 마음에도 캘리밴은 있고, 추악한 일면과 원망하고 비난하며 자존감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쾌락이요, 멀리 나아가지 못하는 작은 물줄기일 뿐이니 최선을 다해 나의 본질을 탐구하고 또 공부해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3.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한창수, RHK, 2021

정신건강전문의 한창수 선생님이 들려주는 무기력에 관한 이야기. 여느 의사 선생님들의 책들처럼 무기력에 대한 근본 이유부터 식습관, 운동습관 등 극복 방안까지 찬찬히 설명해준다.


이 책을 TTS로 들으며, 처음에는 의사 선생님들이 말하는 뻔한 말이구만 하면서 들었다. "푹 쉬고, 물 많이 마시고, 운동 꾸준히 하시고, 잠 푹 자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세요" 이 말을 지킬 수 있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말만큼 확실한 처방이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나는 내 인생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1년 전쯤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재미도 없고, 미래도 없고, 기대도 없이 그냥 죽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내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말이다. 몸에 신호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러간 날, 수면 위내시경을 신청했고 빠꾸를 먹었다. 혈압이 180, 170, 169 세 번 모두 수면부적합으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환불받고 쌩으로 내시경을 하면서, 내가 많이 망가졌구나 싶었다. 징후가 없는 건 아니였다. 자기 전에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잠을 잘 못잤고, 회사에서는 몇몇 순간에 심박수가 확 뛰면서 불안했었다. 그냥 뚱뚱해서 그래. 그냥 니가 마음이 작아서 그래. 정신차려. 하면서 나를 채근해도 어찌할 수 없었다. 퇴근하고는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눈을 감고 있어야만했다. 충전이 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은 건 건강검진 이후였다. 심리 상담과 정신건강과(초진 예약까지 3주걸림), 내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알게 되었다. 나는 무기력한 상황이구나, 나는 우울한 상황이구나 그리고 나는 몸이 반응할 때까지 나를 돌보지 않았구나. 일상의 균열이 간지는 1년이 넘었고, 일상이 망가진지는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살겠다고 병원을 찾은 것이였다.


병가를 내고, 퇴사로 이어가면서 나는 수없이 내게 되뇌였다. "이깟 마음의 병이 뭐라고. 회사를 관둘 정도야? 너는 나약하구나. 너는 오바하고 있어." 여태껏 살아오면서 나는 결핍을 기반으로 나를 채근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켜오면서 살았고, 그래서 몸과 마음이 비상 상황인 지금에도 나를 비난하는 방식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관성에서 벗어나 스톱을 선택했다.


차근차근 일상을 회복해나갈 것이다. 작은 루틴, 작은 성공, 작은 운동으로 나를 회복시키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책에서 가르쳐준 팁들을 참고해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4.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창해, 2004

친구 A가 이 책 진짜 무섭대! 하면서 추천하길래 도서관에서 어여 빌려본 책

주인공 신지는 대학의 심리학 교수를 찾아가 검은 집의 부부가 초등학생 시절 '꿈'에 대해 쓴 글을 건네며 감정을 요청한다. 둘 중 하나(스포가 있어서 뭉뚱그려서 말함)의 꿈을 듣고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마음이 없다."


여자친구 메구미는 성선설을 말한다. 날 때는 착했다. 다만 커가면서 그렇게 변했을 것이라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지는 것이라곤 하지만, 그가 날 때부터 사람을 죽여하지! 하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두 쪽의 의견을 읽으면서 나는 마음으로는 메구미의 성선설을 지지하지만 실상 나의 모습은 마음이 없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싶더라. 이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라며 자기연민에 빠져 남을 해하는 일은 최악으로 알지만, 한편 누군가를 교묘하게 범죄자 낙인을 찍고,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기 어렵게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판을 짜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럴 리스크가 가득한 세상은 그 나름대로 디스토피아다. 마음이 없는 기분이 든 건 내가 그 디스토피아를 유지하고 만드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가. 왜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가. 단순히 무서운 책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뜻밖으로 고민할 지점이 많았던 책


5. <R.U.R(로줌 유니버설 로봇)>, 카렐 차페크, 이음, 2020

<평범한 인생>의 임팩트가 커서 카렐 차페크의 다른 책을 찾다가 고른 책. 알고보니 로봇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작가라고 한다. 1920년대의 인조인간,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력을 도입해서 인간에 대해, 또 집단주의와 전쟁,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간이 로봇과 다른 지점은 무엇일까. 인간답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고민을 하면서 읽었다. 나는 가장 인간다운 특성이 '비이성'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기에 누가 보아도 정답인 길을 두고도 돌아가는 선택을 하고, 인간이기에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며, 인간이기에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면서, 한없이 강해질 수 있는 존재이기에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그 기저에는 동정심이 한 몫 한 것 같다. <R.U.R>의 로봇들은 불만 없이 노역을 전담하지만, 고통은 감각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도민 박사는 모든 인간이 일에서 해방되어 인간답게(정확히는 귀족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역할을 로봇에게 전가했다. 결과론적으로 그의 이상은 이상일 뿐이었다.


도구로서 로봇을 이용하고 인간이 생활 방식을 유지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삶에서 노동과 고통을 완전히 제거한 후의 인간은 더 이상 의미를 찾지 않았다. 출산율은 0이 되고 지상 낙원 속에 젖어갔다. 다만 인간이 선택한 건 전쟁을 통해 살육을 하며 자신들의 지배 영역을 넓히려 한 것뿐이다. 그마저도 로봇이 수행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변수가 하나 생긴다. 로줌의 공장이 있는 섬에서 귀머거리 꽃(무능, 불임,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의미) 취급을 받던 헬레나가 갈 박사에게 로봇에 영혼을 넣어달라고 부탁한 것. 비단 소수이긴 해도 영혼을 가진 로봇들의 등장은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노동과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불만이 쌓여가던 로봇들은 결국 반란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창조주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애석하게도 로봇은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피조물이기에, 인간의 특성을 학습하여 본인들에게 적용하는데, 그들이 저장한 것은 동족을 학살해 지배하는 모습이자 출산율 0인 낙원에 갇힌 이들이었고, 알퀴스트 박사를 제외한 모든 인간을 제거하고 나서야 본인들이 번식을 할 수 없고, 재생산이 불가능한 로봇들은 멸종에 이른다는 걸 깨닫는다.


도민의 바람대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면 좋았겠지만 인간은 늘 변수를 달고 산다. 비이성적인 행동들이 쌓여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상황. 아마 슈퍼컴퓨터 계산을 돌리는 로봇들 조차도 따라가지 못한 건 이 납득할 수 없음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부터도 비이성적인 행동을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6. <억만장자 시크릿>, 라파엘 배지아그, 토네이도, 2019

억만장자들이 어떤 마인드로 그 자리에 이를 수 있었는지, 공통적인 습관과 생각, 실천한 사례들을 모아둔 책. 로또나 한 번 되기를 바라는 서치 어 소시민인 나이기에 억만장자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기에 자수성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읽다가 인상깊었던 메시지들은 아래와 같다


- 자기 자신을 무한히 신뢰한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소신을 믿어야만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

- 다 두고 떠나려는 의지, 새로운 모험을 추구하려는 결심, 도약하는 자세, 밖으로 나가려는 태도

- 자신을 환경의 희생자가 아닌 상황의 창조자, 원동력으로 여긴다

-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거부하겠다는 생각이 있다.

- 모두가 두려워할 때 용기를 낸다. 모두가 하는 일을 똑같이 따라 하기만 해서는 저래 성공할 수 없다.

- 쉬는 날도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는 평균 주당 105시간씩 일에 매진한다.

- 자신의 틀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면 새로운 세계에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키워드로 요약하면


*자기믿음

*위험에 기꺼이 도전

*통제감

*끝없는 인풋


이정도가 되겠다. 나를 믿고 위험 상황에 기꺼이 도전하며 기회를 잡으면서도, 누군가를 탓하기 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되, 그 사이에 인풋을 멈추지 않아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것.


말이 쉽지 참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한 원칙들이었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된 것은 내가 (본의 아니게) 위험에 뛰어든 상황이고, 이 채널을 통해 끝없는 인풋을 만들어가는 중인지라 억만장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이구나 싶은 점이었다. 남은 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나를 더 믿는게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최근 몇 년간 달고 살았다. 그 안에 많은 뜻이 들어있다는 식으로 눙쳤지만 실은 나도 얼버무린 핵심 메시지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어.'였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없으니,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고, 점점 쪼그라들어서 위험보다는 안전을 선택하고, 나에 집중하다보니 배우는 것도 남의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아지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것 같다.


그 시간을 지나왔으니, 이제는 조금씩 풀어갈 생각이다. 자기계발서도 다시 읽으면서 나를 확장해갈 것이다.




본 영화

이번 주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방패 용사 성공담 1기>(2019)

: 사실 라이트노벨에 대한 편견이 있는 편이다(세계문학 읽는 사람들에게 많이 보이는 그런 편견맞다. 이를테면 고슈진사마(주인님 / 나오후미 사마노 켄(나오후미님의 검이 되겠어요!) 요런거... 진입장벽). 라노벨 원작의 애니메이션인지라 선뜻 손이 안 가다가 유튜브 숏컷 영상을 보고 쭉 달려보기로 결정했다. 전반적으로 걸리는 부분들이 몇 있긴하다. 이를테면 아인, 어린이(동물)로 파티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약자들의 언더독 반란으로 읽히긴하지만 그들이 모두 여자여서 하렘의 형태가 된다거나, 노예제가 있는 설정이라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거나, 보복을 위해 누군가를 빗치라고 부른다는 설정이라거나 하는. 

그렇지만 내용으로 보면 말그대로 성장담이다. 모험을 통해서 핸디캡인 방패로 언더독팀이 가장 강해지는, 근데 이제 조별과제의 트라우마를 곁들인.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것보다 좋았던 점은 유대감, 믿음, 동료애라는 점이었다. 절망에 빠졌을때 누군가가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준다면, 각자의 이유로 만들어진 파티일지라도 서로가 힘이 되는 어떤 집단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안식의 공간이 절실한 요즘 그런 따뜻함이 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처음만 이미지 첨부, 이후는 기록만 간단히


1. <스파이 패밀리>(2022)

: 별도 코멘트 없음


2. <방패용사 성공담 2기>(2022)

: 본격적으로 레이드 배틀에 들어선 느낌. 1기에 비해서는 많이 루즈한 편이다. 원작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생략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보였다. 끝까지 보고 판단할 부분.


이번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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