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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26.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6월 4주차

22.6.20~6.26 읽고 본 것들

시험삼아 알라딘 중고 서점 기린책방을 열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려고 책장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린책방>이라는 디자인과 상호명은 팟캐스트 저작권자 친구들에게 허락을 받고 사용하게 되었다. 인스타 채널을 하나 만들었고(@kirinbooks_official), 여력이 되는대로 큐레이션이나 스토리텔링을 연습삼아 해볼 생각이다. 지금은 일단 구색을 갖추려고 1차로 등록해둔 상태였는데 벌써 3권이 팔려서 당황하며 택배 싸고 있다(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기린책방> 링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904176


백수가 되고 하는 일이라고는 책 읽고 영화 보고 인스타에 기록남기는 것밖에 없건만 일주일에 다섯권이 내 독서량의 맥시멈이라는 걸 확인한 한 주였다. 얇은 책이라면 기록을 더 늘릴 수 있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다. 다음주도 5권을 목표로 가보긴 해야겠다.


읽은 책


1. <두 개의 여름>, 사노요코/다니카와 슌타로, 미디어창비, 2020

여름이 다가와 생각나서 다시 읽은 책.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사랑하던 시절 쓰인, 이상하면서도 끌리는 연작 소설집.


이 책은 줄거리보다는 느낌으로 기억되는 책인 것 같다. 일본의 느긋하지만 아련한 여름 풍경, 그러나 '여름이었다'로 대변되는 일본풍 이야기만은 아닌 강렬한 서사들. 그 아이러니가 임팩트있게 다가온다.


옮긴이 선생님이 표현한대로 이 책의 두 저자의 글은 온도차가 상당하다. 사노 요코는 날 것의, 야성의 힘을 보여주는 뜨거움이 있다면 다니카와 슌타로의 글은 이성적이고 정돈된 차가움의 맛이 강하다. 두 글은 교차하며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면서도 연관지어지며 밸런스를 맞춰간다. 허나 둘이 섞여 미지근한 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뜨거움과 차가움 모두를 느끼며 한 발씩 나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표현력이 미진하여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이 책은 이런 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 오묘한, 그러나 가슴에 남는 이야기이기에 느낌적인 느낌으로(?) 여름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2. <노이즈: 생각의 잡음>, 대니얼 카너먼 外, 김영사, 2022

<생각에 관한 생각>, <넛지>, <선택의 설계자들>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들이 모여낸 '잡음'에 관한 책. 같은 판결도 판사가 밥을 먹기 전후, 좋은 일이 있는 날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계산할 수 없는 영역 '잡음'에 대해 연구한 책이다. 생각보다 두꺼웠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순전히 알라딘 광고 때문이긴 했다.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골랐고, 몇몇 실험 사례부분은 스킵하긴 했지만 고민하던 지점과 닿아 인사이트를 주었다.


나의 고민은 '내가 전문성을 가진 직업인이었을까?'하는 것이었다.


출판 홍보 마케터로 일하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내게 물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계속 해도 되는 것일까. 하고. 퇴사를 한 지금도 결국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답하지 못한 까닭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달리 대응해야하고, 바삐 돌아가는 프로젝트들을 쳐내는 일들 사이에서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평가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만 하는 정도다.(지금 깨달은 바가 있다면 내가 변화하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노이즈>에서는 그러한 케바케의 상황에 놓인 전문가들의 '비전문가적인 판단'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내 상황과 연관시켜 읽은 노트는 (이요마코멘트)로 적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로 아무 의심 없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으며 살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세상을 본다는 믿음이 있다.

-> 의사결정에서 사람들은 동료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것이 동료들의 판단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요마코멘트) 일을 할 때 나는 위와는 역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동료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것이 나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판단을 계속 수정해가다보니 점점 어차피 안될 거라는 핑계를 대며 점점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잡음으로 시작해 의견을 내지 않는 결정을 한 나의 잘못이다.


* 오류는 참값의 존재에 달려 있다.

(이요마코멘트) 맞다. 애초에 참값이라고 정해놓은 틀이 없다면, 내 생각을 오류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전문성을 의심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 기분은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측정 가능하다. (...) 기분은 사고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 기분에 의해 큰 의사결정도 바뀐다는 책 속 사례들이 좀 충격적이었다.


* 초반에 발언한 이들이 뭔가를 좋아하거나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면, 다른 이들도 그 의견을 따르게 된다. 적어도 초기 발언자들을 불신할 이유가 없고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이요마코멘트) 나는 대개 회사에서 초기 발언자를 따라가는 입장이었고, 설사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해도 굳이 반론을 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교정하는 쪽으로 선택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했다.


* 좋은 판단은 무엇을 생각하고 얼마나 잘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좌우된다. (...) 그들은 개방적이며 새로운 정보로부터 뭔가를 기꺼이 배우려는 태도도 갖추고 있다. (...) 잡음을 줄이는 첫 단계는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 잘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는 데에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짬바 +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 +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 삼박자가 있어야 한다.


<노이즈>를 읽으면서 하나 얻은 것은 '사람이면 누구도 틀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게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느낌적인 느낌'으로 퉁치고 쇼부보려하지 말고, 데이터에 입각해서, 독립적인 사건으로, 또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수정해가면서 판단해야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하지 못했던 의사결정, 소통의 실패는 결국 묻어가고 싶어했던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다. 근거를 확보해서 내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3.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달, 2020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쓴 시인 이원하의 산문집.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싶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의 책.


문장 하나하나가 이렇게 마음이 가득 담겼을까 싶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시인의 산문은 치트키라고 친구들과 얘기하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코멘트를 더 하기보다는 발췌들로 갈무리한다.



-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자꾸 계산을 하게 되었어요. 내 얼굴이 별로 안 예뻐서 제주에 안 오나 싶어 종일 거울만 본 날도 있었어요. 거울을 봐도 안 오고, 거울을 두드려도 안 오니 편지 아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해요. 저 아직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소중한 걸 감추기라도 하듯 밤하늘에 작게 박혀 있는 별은 자신이 소중해서이지만, 나는 그가 소중하기 때문에 그를 감추고 싶은 거예요. 곁에 두고 나만 보고 싶어요.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건 나도 알아요. 알지만, 모든 사랑은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이기심을 빼면 남는 건 없다고도 생각해요. 이기적인 만큼 내가 그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면, 그에게도 행복이 아닐까요.


- 준비해둔 반지는 '약속'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약속으로 고른 이유는 이 세상 모든 약속은 현실이 되기 때문이에요. 비현실에서 존재하는 약속은 없어요. 나는 그와의 모든 현실을 원하고 있어요. 어서 12월이 왔으면 해요. 약속도 했으면 해요.



4. <멘탈을 바꿔야 인생이 바뀐다>, 박세니, 마인드셋, 2022

신사임당 채널을 통해 알게된 박세니 심리멘토의 마인드셋 도서. <어웨이크>에 본질적으로 삶을 바꿀 수 있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계발로 분류한 건 심리학적인 부분보다는 '달라진 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


20대 시절 최면 수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분이여서 그런지, 자신의 워딩으로 최면을 가져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부정적 암시' 부분. 어차피 난 안 돼.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하는 식의 지독한 부정암시를 벗어나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최면을 걸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무의식 세계에까지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힘이 되었다.


최면은 달리 말하면 김미경 선생님이 말하는 '꿈'이랑 비슷한 것 같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가는 과정 말이다. 모든 사람이 성공하지 않는 이유는 쉬워보이는 이 과정을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해보지도 않고 그게 쉽네 어렵네 판단하는 사람말 보다는, 도서관에 쌓여있는 수많은 지식들. 다시 말해 해보고 무언가를 이룬 자들의 진리를 내면화 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멀리하지 말고, 배우고 또 배워서 내가 그 잘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믿고, 명확한 목표를 향해 내 상상을 이뤄가면서, 가능하면 어렵게 얻어지는 길로 가는 것. 멘탈을 리셋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꺼풀 벗겨내었으니 실천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 내 노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5.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나무옆의자, 2021

2022년 상반기 최고 히트작이라고 해서 언젠간 한 번 읽어야지 마음먹고 있다가 전자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어서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 재미있었고, 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문장이 유려하거나 서사가 예술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가장 2021~2022년에 닿아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와 마음을 주는 이야기가 사실 어떠한 소설보다도 요즘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청파동 편의점에서 일하거나 들르는 손님들 하나하나는 우리 주변에서 보았을 법한 캐릭터들이다. 그 모습은 공무원 준비하는 알바, 동네에 하나씩은 있는 진상손님, 억척스러운 아줌마, 집가기 전에 술먹고 들어가는 샐러리맨 같이 대개는 혐오나 깔보는 마음이 깔려있는, 그렇지만 우리네 삶이랑 크게 다를 바는 없는 이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내려다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사연에 주목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살펴보고 보듬는다. 선을 긋는 대신에 선 안으로 그들을 품으면서 불편한 편의점은 또 오고 싶은 공간이 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나 <불편한 편의점>의 성공은 그러한 시각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 같다. 각자도생의 각박한 코로나 시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안식 공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안전이 보장되는, 그러면서도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집은 '내 공간'의 역할을 잃어갔다. 내 집은 없고, 남의 집을 빌려 쓰는 일(전세/월세)이 일상화되면서 내 공간 하나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 야외 테이블 하나 같은 마음줄 수 있는 공간이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는 걸 작가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 같다.


힘이 들때 잡으면 위로를 받으며 읽기 좋은 책이었다. 읽는 동안에는 책 속이 나의 '안식 공간'이 될 수 있었기에.



본 영화

마음이 무거워질랑말랑 해서 코미디/액션 영화 위주로 봤다. 이번주는 비 많이 안오면 극장도 고려해보는 중.

1. <도협>(1990)

<도성>을 보고나서 시리즈겠거니 하고 틀었는데 왠걸 유덕화가 나온다. 나중에 찾아보니 <도신>과 <도성>의 세계관을 합친 콜라보 영화였다고... 1980-90년대 홍콩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이런 재밌는 오락영화들이 한 해에도 수 편씩 나왔다는게 신기할 따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스타들의 젊은 모습도 그렇지만, 어떻게 이런 작품들이 그 시절 홍콩에서 쏟아져 나올 수 있었는지. 감독과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떻게 번아웃을 이겨내고 그 힘든 과정을 견디어 낼 수 있었을지.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氣)'라는 게 있다고 믿는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기운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기운은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들을, 나쁜 기운은 나쁜 기운을 가진 삿된 것들을 끌어당긴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사람의 인생 주기에 따라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하는데, 좋아지는 쪽으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이 머문다고도 생각한다.


<도협>의 내용은 도박의 신의 제자 소도와 초능력자 아성의 한탕벌기(?)이기도 하지만, 운이 좋아지는 쪽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구조라고도 볼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이 인질로 잡히고, 돈도 명예도 모두 잃었을 때 자기 자신을 믿고 친구를 믿고 리스크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던질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라는 기운에 세계도 답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성의 초능력의 조건에 대한 설정도 좋았다. 나쁜 짓을 하거나, 욕을 하거나, 자기 자신을 위해 능력을 쓰면 능력이 사라진다고. 물론 주성치의 캐릭터 자체가 세속적이기 그지없고 밑바닥 진흙 속의 진주 같은 반짝임은 있지만 삿된 천함을 갖고 있지만, 그 베이스에 있는 선함이 그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가 결국은 선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말이다.


모처럼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2. <다방>(2010)

권선징악을 이유로 세상을 때려부시는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가오에 지배당해 다 때려부시는 세속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다찌마와 리> + 디즈니 같은 발리우드 영화 <다방> 최고다제! 살만 칸 멋/져/


나 이런거 좋아하네... 싶은 액션-코미디 영화를 알게 되었다. 뜬금 없이 터지는 발리우드 특유의 노래와 춤이랑 끝없이 컨셉에 지배당하는 살만 칸의 출불 판데이. 와중에 화려한 액션까지 최고의 조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일관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적으로 얘기하면 평면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이기에 다층적인 모습을 보인다고들 하지만, 사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평면적이라고 생각한다.


저 사람은 00한 사람. 00을 잘하는 사람. 00을 싫어하는 사람. 같은. 대개는 오해를 만드는 첫인상 같은 것이지만...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준내 멋있으면 그걸로 또 충분하지 않은가 싶기도하고. 멋에 대해 고민하고, 부단히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극한의 평면성이 아니었을까.


3. <스파이더헤드>(2022)

캐스팅에 기대를 해서일까 실망이 더 앞섰던 영화. 그렇지만 조지 손더스의 원작 소설집은 왠지 읽어보고 싶어진 모먼트. 감정을 조종하는 약이 있다면, 나는 무엇부터 투여해볼지 고민은 되던 영화.


무엇이 문제일까는 다른 분들의 혹평 리뷰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전혀 관련은 없지만 장면 전환에서 LA아리랑이 떠오른 건 기분 탓. 작품의 내용 위주로 노트를 적어보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 변할까? 라는 화두가 좋았다.


상담을 받다보면 내게 주로 상담사 선생님이 건네는 코멘트가 있다. "이요마씨는 주로 행동이나 사실 같은 것을 말씀하시네요. 그 순간의 마음이나 감정은 어떠셨나요?" 매주 만나는 질문인데 이 질문만 들으면 숨이 턱 막히듯 멈춰버린다. 그러게 내 마음이, 내 감정이 어땠을까 하고.


어느 순간부터 감정 표현이 어려워졌다. 즐거울 것도 슬플 것도 화날 것도 없이, 그냥 다 그렇게 사는 거지. 하면서 나를 놓았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놓아서 번뇌에서 벗어났다기 보다는 방치하면서 감정이 고이도록 한 쪽에 가까웠다. <스파이더 헤드>의 감정 조절제 연출을 보면서, 정신과 약이랑 비슷한 것이려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만병통치약처럼 확 달라지는 게 아니라, 기분을 올리거나 내려 중간값에 맞춘다는 친구의 설명이 생각나던 모먼트.


스티브가 연구하는 신약도 결국은 자신의 목적(스포로 여기까지만)을 이루기 위해서지만, 그 이면에 어떤 전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기분이 인간을 조종한다'는 것.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은 이제와 보니 틀린 말 같다. '웃을 기분'이 들어야 웃을 수 있는 게 인간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달리말하면 감정을 통제한다면 인간은 본의 아니게 타인에 의해 울고, 웃고, 화내고, 즐길 수 있는 것. 그 모든게 그깟 기분 때문이라는 게 정말 아이러니면서도 무섭다.


나를 위해 좋은 기분을 유지해보려고 노력해볼 것이다. 버거운 일이 되겠지만, 좋은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낸 지가 꽤 되었고 이제는 다시 느껴보고 싶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다 본 시리즈는 없다. 종이의 집 한국판 1편 도전했다가 두 번 실패했다. 견디고 볼지 고민중.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스파이 패밀리>(2022)

: 보는 중

2. <방패용사 성공담 2기>(2022)

: 보는 중


이번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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