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Jul 03.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7월 1주차

22.6.27~7.3 읽고 본 것들

내친김에 인스타 기린책방 계정도 열었다.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이 급 들어서 카드뉴스도 만들고, 큐레이션도 하면서 일을 벌이고 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나갈 것이다. 기린책방을 운영하면서 프린터도 하나 샀다. 소설 쓸 때도 사용하고, 띠지 만들때도 사용하는 것으로. 사이즈나 성능이나 만족중. 이번주도 고생했고, 다음주도 화이팅이다.

▼아래는 <기린책방> 인스타 링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kirinbooks_official/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지옥 1, 2>, 연상호/최규석, 문학동네, 2021

넷플릭스 시리즈로 먼저 만났던 <지옥>. 임팩트와 여운이 꽤 오래 남아서 단행본으로 다시 사서 보았다. 영상화된 작품이 꽤나 성실하게 원작을 따라갔다는 건 조금 놀랐다. 그만큼 기반이 탄탄하고 재밌는 스토리여서 그런가 싶다.


<지옥 1, 2>의 메인 키워드는 아무래도 '인간의 선악'과 '처벌'이 아닐까 싶다. 1권이 미지의 전설이 실체화 되는 과정이라면 2권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죄인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을 이유로 폭력과 악을 행하는 세상. 연좌제로 낙인 찍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무작위로 떨어지는 천사의 고지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 절망의 순간을 바꿔보려고 인간은 속죄를 하고, 괴로워하고, 종국엔 죽음을 맞이한다. 나약한 인간성이라기보다는 수명의 유한함이 주는 공포와 슬픔에 가까울 것 같다. 마지막 순간엔 선도 악도 없이 소멸만이 있기 때문이다.


문득 전직장 동료들과 드라마 <지옥>이 유행일 때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만약에 지금 내 앞에 천사가 나타나 고지를 한다면, 당신은 1분 후 사망과 20년 후 사망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무조건 20년 후 사망이라고 답했는데, 의외로 같이 있던 두 분은 모두 1분 후가 나을 거 같다고 했다. 공포에 떨며 살 것이라면 빨리 가는 게 나을 거라고. 나는 그래도 D+2 거래일에 받을 수 있는 미국주식을 팔아서 그 돈은 쓰고 죽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무작위로 이루어진 것 같다. 인간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태어나 운도, 기회도, 희망까지도 무작위하게 부여받는다. 그걸 누군가는 팔자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짊어진 십자가라고도 할 게다. 그래서 정진수 회장의 말처럼 인간은 의미를 필요로 한다. 의미조차 없다면 부정하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설사 무작위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어도 나는 의미를 택할 것 같다. 어떻게든 포장해서 내가 믿고 싶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 것 같다. 허나 우리는 윤동주 시인의 한 시어처럼 '죽어가는 것'이다. 난 순간부터 죽어가는 존재들. 인간은 그래서 나약하지만 강하다.


2.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 나를 살린 달리기>, 벨라 마키, 비잉, 2019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겪던 저자 벨라 마키의 달리기 연대기. 살기 위해서, 살고 싶어서 평생 해본 일 없는 달리기에 나선 저자. 조금씩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의 삶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동기부여거리를 찾다가 만난 책이다. 마음의 병을 앓으면서 병가를 낸 한 달간은 거의 침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원 없이 잠을 잤고, 잠을 잤고, 또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내가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도피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달 정도 세상과 책임을 잊고 도망치다가 퇴사를 결정했고, 회사의 배려로 일주일 만에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퇴사 후 첫 일주일차인 지난주가 되어서야. 나는 드디어 몇 달 째 문 앞에 세워만 두었던 자전거를 꺼냈다. 타이어에 바람이 다 빠져서 펌프로 채워주고 나서야 조금 탈만해지더라. 비가 오지 않았던 며칠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 다녔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땀흘리는 시간이었다. (집에서는 에어컨 틀어놓고 자니까...)


이 책의 저자 벨라 마키가 달리기 시작한 건 인생이 바닥을 쳤을 때였다. 어린 시절부터 공황과 불안으로 고통받으며 지하철도 제대로 탈 수 없어 대학도 끝까지 마치지 못했던 그였다. 그는 남편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이혼을 하며 잡을 수 없을만큼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그 때 일평생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견딜 수 없어서 집 밖으로 나가 뛰었다고 한다. 그리고 뛰는 동안은 고통을 잊을 수 있었기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갔다고.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2012년. 나는 막 전입 온 이등병이였고, 병장들은 나를 고깝게 여겨 이유없이 갈궜다. 그들은 내 걸음걸이, 말투, 뚱뚱한 생김새까지 모든 걸 깎아내렸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나는 괴로웠고, 괴로움을 견디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첩에 한 문장을 적어서 이름표 뒤에 넣었다. 그 문장은 "바뀌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문장이었다.


그날로 저녁시간이 되면 나는 무작정 뛰었다. 나는 달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뛰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생각하며 그냥 달렸다. 이유는 따로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냥 뛰다보니 처음에는 관심없던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기 시작했다. 석달쯤 뛰었을 때 나를 지켜보던 선임병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요마야. 넌 생각보다 강하구나." 그는 유도학과를 나온 인간병기 같은 사람이었고, 살면서 봤던 가장 강한 사람에게 들은 그 한 마디가 너무도 고맙고 힘이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고? 제대하고 나서 10여년에 걸쳐 요요를 겪었고, 코로나 블루를 핑계로 먹고 바로 자는 나쁜 습관이 들어 내 몸무게는 상승장의 비트코인처럼 연일 최고점을 경신해가고 있다. 다시 한번 "바뀌지 않으면 살 수 없는(건강 문제로 생명의 위협이 있는...)" 상태가 온 것 같다. 시간이 확보된 지금을 이용해서 다시 나를 위한 운동을 시작할 때다.


장마를 핑계로 피할 수 없게, 아주 작은 단위의 운동 습관을 실내/실외로 구분해서 조금씩 쌓아갈 생각이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한 것이니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읽고 어제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왔으니 책이 주는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앞으로는 내 몫이다.


*근황 업데이트: 장마 사이에 강풍주의보가 뜬 날에 자전거 타다가 자빠져서 타박상 모먼트... 그래도 근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다.


3. <역행자>, 자청, 웅진지식하우스, 2022

유튜브를 통해 알게된 사업가 자청의 인생공략집. 인생을 살아지는대로 따라가는 순리자가 아닌, 역행자가 되어서 세상을 다시보고 나를 중심으로 재편해서 나아가게 돕는 자기계발서.


퇴사를 하고나서 수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은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까먹으며 버티면 되겠지만 계획해둔 6개월이 지나면, 다시 고정수입이 필요할 터였다. 그때까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면 행복할까? 라는 질문이 들었다. 나는 다시 행복보다는 어느 정도 힘듬을 감수한다는 개념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그렇다면 유예 기간으로 둔 6개월 동안 놀면서 패시브 인컴을 마련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책에서 답을 구해보고자 <역행자>를 잡았다.


자청 유튜브를 통해서 그의 인생 스토리는 대강 들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저 자리에 갔을지에 집중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확실히 '인생공략집'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좋은 힌트들이 많았다.


- 인정해라. 그래야 그다음부터 발전이 일어난다.

-> 맞다. 그의 워딩으로 '자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를 지키려는 변명들에서 벗어나서 잘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들의 방식을 잘 따라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솔직히 좀 재수없기도 하고, 내가 해도 그만큼 안 될 것 같아서 지레 포기한 것들이 참 많았다. 박세니 멘토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내려놓고 배우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인 것 같다.


- 일단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해라. 멋있는 걸 하려고 하지 마라.

-> 그가 말했듯 사업의 본질은 상대를 편하게 해주거나,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포인트는 주는 마인드(기버)인 것 같다.


- 정체성을 변화시킴으로써 본인만의 틀을 깨버려야 한다.

-> 솔직히 갑자기 쉬게되면서 나 자신을 깎아내렸던 것 같다. 지난 달까지 받았던 월급만큼 패시브인컴이 들어올 리가 없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될거 같지 않다. 이렇게 나를 한계지었던 것 같다. 월급만큼 들어오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되든 안되든 매일 쓰다보면 충분히 될 일이라고 마인드를 바꿀 거다.


- '내가 지금껏 결심을 안 해서 그렇지, 진자 독하게 한번 마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럴까? 응, 아니다. (...) 그래서 무언가가 되고 싶으면, 나 스스로를 믿기보다 환경설정을 더 중요시 했다.

-> 내가 맘만 먹으면 소설가 데뷔할 수 있어. 라고 말한지 어언 7년. 그간 맘을 결국 못 먹었다ㅋㅋㅋ 자유 시간이 많은 지금은 최적의 타이밍이다. 이 좋은 환경에서 하루 분량 같은 것을 정해서 매일 실천해 갈 것이다. 그외 수익이 될만한 것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팔아보고 싶다.


- 최근에 했던 의사 결정이 확률 게임을 따른 것인가? 아니면 손실 회피 편향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 퇴사전까지는 단연 손실 회피의 선택을 했다. 보수적으로 손해를 안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다. 나한테 인풋을 최대로 늘리는 요즘이다. 무조건 확률 게임에 배팅할 거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 본인이 현재 실력이 없다면 입은 닫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일을 무조건 '실행'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 또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이 인스타를 통해 주에 5권 이상씩 독서하고 기록중이다. 더불어 다음 게시물로 올라갈 가상서점 프로젝트(@kirinbooks_official)도 인스타를 열고, 알라딘 중고서점도 오픈해 벌써 4권을 판매했다. 무조건 실행이다. 소설쓰기도 마찬가지다. 하루 20매 쓰기는 꼭 지킬거다.


- 실패와 시행착오는 필연적인 것이다. 이 순간에 회피나 합리화 보다는 '레벨업 순간이 왔구나'라고 즐거워하면 된다.

-> 앞으로 실패와 시행착오를 마주할 게다. 드래곤볼의 마인부우처럼 무한정 흡수하면서 더 나은 내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4. <갈증>,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2021

스타일리쉬한 글을 쓰는 아멜리 노통브가 쓰는 예수님 이야기는 어떨까? 라고 생각하면서 보기 시작했지만 투머치였다는 생각이 들던...


예수님이 십자가를 메고 언덕을 넘어 돌아가시는 장면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1인칭 입장에서 그려낸 시도는 용감하고 대단하고 생각한다. 신성시 되어서 이입조차 할 수 없는 영역에 소설이라는 장르로 그를 이해하는 도전을 한다는 건 대단하다. 하지만 노통브의 말빨과 만나며... 애매해진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작가도 소재에 대한 우려가 있던 것 같다. 이 작품만으로는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어떤 용서와 화해에 관한 알레고리이기도 하다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내게 남은건 죽는 순간까지 한없이 인간이었던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내가 보고 싶은대로만 그를 바라본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5. <베르메유의 숲>, 까미유 주르디, 바둑이하우스, 2020

회사에서 어린이, 그림책 홍보 담당일때 '2020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보고 구매했던 책. 워낙에 색감도 좋고 모험담이 편하고 좋아서 '기린의 뿔' 리스트에 소개하려고 재독.


요즘들어 부쩍 모험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린이, 청소년을 거쳐 어른이 되었고 스스로도 어른으로 자각하는 지금이 되어서야 유치하다고 생각하던 그 '모험담'들이 참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7살 조카가 보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모험 서사다. '브래드 이발관'이나 '포켓몬스터' 일상이든 야생이든 모험을 만나는 플롯이더라.


어린이기에 상상할 수 있다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논리의 세계에 젖어있다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것 중심으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한정 짓고 작게 만들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빤한 어른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조'는 핑크빛 세계의 모험에도 '내 멋대로'라는 편한 철학은 없다는 걸 깨닫는다고 보도자료에는 써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말처럼 '조'는 제멋대로 나대거나 일을 그르치기 보다는 팀 중심으로 협력하며 앞으로 나아가긴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필요한 주장은 하고, 수용할 타인의 말을 듣고 걸러가며 자기를 이야기의 중심에 둔다. 내가 잃어버린건 내 목소리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용감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보며 생각했다.


사실 이 책은 '조'가 멋진 모험을 하는 것만큼이나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색감이 너무나 좋다. 핑크빛 숲도 숲이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베르메유들이 와르륵 달려가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세상에 이렇게 색이 다양하구나, 내가 흑과 백 두 가지 색으로만 살아왔구나 깨닫게 되는 모먼트가 온다. 때가 되면 다시 찾고 싶을 책.




본 영화

어쩌다보니 영화를 많이 본 주가 되었다. 다음주에는 <헤어질 결심>도 보러갈 예정



1. <브로커>(2022)

집 앞 영화관에서 브로커가 마지막 상영을 한다고 해서 시간도 남는데 보러가야지 하며 갔더랬다. 큰 기대없이 들어갔다가 생각보다 재밌게 보고 나온 영화.


크게 느껴지던 포인트는 2가지였다. 하나는 사람은 역시 잘하는 거 해야한다는 거. 다른 하나는 정상가족이 아닌 공동체가 주는 안정감에 대하여 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한 편만 봤기에 정확히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드는지 알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브로커>에는 분명 템포가 있었다. 그 템포는 감독이 잘하는 것을 할 때 나오는 긴장감과 속도가 아닐까 싶었다.


두번째, 정상가족이 아닌 공동체가 주는 안정감은 다른 장르의 작품들에도 많이 보이는 트렌드인 것 같다. 이를테면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나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소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되지 않는다>에도 저마다의 필요로 혈연이 아닌 공동체가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브로커>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이게 트렌드건 감독의 테마건 상관 없이 그들이 가족처럼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이 참 좋았다.


특히 상처받은, 상처입은 사람들이 우산을 씌워주고, 단추를 꼬매주는(혹은 옷을 가져다주는) 작은 연결은 나부터도 바라는 안식공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모로 자극을 준 영화.


2. <애덤 프로젝트>(2022)

시간여행 관련한 글을 쓰다가 레퍼런스로 삼고 싶어 고른 텍스트. 기대보다는 못 미쳤지만... 오랜만에 보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내가 어릴때였던 2000년대 초반만해도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종종 나오긴 했다. 이를테면 <스파이 키드>라거나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모험>이라거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도 아니면 <해리 포터>라거나. 어느 순간부터 극장에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실사영화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없었다.


그렇기에 <애덤 프로젝트>는 12살의 애덤과 40살의 애덤의 조합이 옛스러면서도(?) 재미있는 조합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시간 여행이라손 쳐도 별 내용이 없기 때문에 부담없이, 생각없이 보기엔 좋았던 영화. 감독도 이게 과학쪽으로 풀리면 머리가 아플 걸 알아서일까 이론 얘기만 하면 샷다 마우스를 시키고... 나중엔 주먹으로 입을 때리기까지 한다... 어쨌거나 편안한 가족 서사여서 부담이 없었다.


3. <지리멸렬>(1994)

왓챠 익스클루시브에 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시절 단편 <지리멸렬>이 올라온 걸 보고 짧아서 보게 되었다. 이걸 시작으로 봐야지 마음만 먹었던 봉준호 몰아보기를 시작해도 괜찮을 듯.


한 창작자의 테마는 저예산이든 최신기술이 붙든 묻어나는 지향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는 풍자가 있고, 웃음이 있고, 아이러니가 있는 것 같다. 제한된 상황에서도 최고의 아웃풋을 뽑아내는 이상함이 그를 그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편으로 거장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도 이러한 아카데미시절이 있었구나. 반짝임이 가득하던 시기가 있었구나. 한 발씩 지금의 영역으로 나아간 것이구나. 하는 약간의 감동(?) 모먼트도 있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초창기 작품을 볼 때 느끼는 날것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던 영화. 그래서 좋았다. 제일 좋은 장면은 우유 훔쳐먹고 추격을 하는 씬과 똥마려운 걸 참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장면이었다.


4. <존 말코비치 되기>(2010)

<지리멸렬>을 보고나서 왠지 봉준호 감독과 연관된 영화가 보고 싶어서, 그의 추천 영화로도 알려진 이 영화를 택했다. 언젠간 봐야지 하면서 찜꽁해뒀다가 급 느낌이 와서 보았는데, 좋은 선택이었다요.


아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인가... 하면서 쭈욱 봤다. 이상한 이야기일세. 이상해... 하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이상함에 매료되는 영화였다. 털리는 존 말코비치야 어떻게든 좋지만 이걸 사업화하는 맥신의 과감함이나, 찌질하게 조종당하는 편을 선택한(스스로 맥신의 인형이 되기로 결정한) 인형술사 크레이그나, 그걸 지켜보는 라테나 참 묘한 긴장감으로 흘러가는 인물들의 구도와 표상이 인상에 남는다.


실력이 있지만 이름이 없어 고전하는 크레이그가, 말코비치라는 이름을 달고 슈퍼스타가 된 설정도 인상적이었는데, 자신의 이름을 버림으로써 모든 걸 버려야 하는 아이러니도 참 묘하더라. 단순히 상상력과 설정에 기대는 게 아니라, 인물을 생생한 인형처럼 움직여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재밌던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방패용사 성공담 2기>(2022)

: 캐릭터 구축을 다해놓고 뭔가 압축을 쎄게 해서 그런건지 이게 뭐야 싶은 시즌이 된 거 같다.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보다는 시즌 전체적으로 기억나는 파트가 '거북북님 한 판 해요.' 이게 전부인 걸... 시즌3를 볼지 말지는 좀 고민되는 부분.


2. <스파이 패밀리 파트 1>(2022)

: 아냐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애니메이션. 특히 포스터 아래쪽에도 나오는 쿠쾅! 하고 말하며 짓는 표정은 일품. 브로커에서도 언급했지만 비혈연 비정상가족 이야기 + 안식공간의 컨셉은 요즘 시대에 맞는 그런게 아닐까 싶더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르 역을 맡은 성우님 목소리가 완전 좋은 것도 체크(이분이 카케구루이 주연 성우라고 한 건 좀 쿠쾅 모먼트...)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서현진 배우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일단 2화까지 보았다. 서현진은 서현진을 연기한다는 말이 2화까지는 통용된 느낌.


2. <시간여행자>(2016)

: 시간여행 서사를 보려고 보기 시작은 했는데... 영 루즈해서 중도하차각이 보인다. 5화까지만 참고 볼 생각.


이번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매거진의 이전글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6월 4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