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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ug 14.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8월 2주차

22.8.8~8.14 읽고 본 것들

계획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번 일주일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잠도 잠이지만, 연속해서 어떤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다. 매일 카페든 산책이든 나가는데서 의미를 찾았던 것 같은데, 매일 쏟아지는 비 때문에 집에 오래 머문게 탓이라면 탓인 것 같다. 성수기가 지나가고 한 1~2주 후에 일주일 정도 제주도에 다녀올 생각이다. 뭘 보러, 구경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라기 보다는 그냥 쉬러. 목적없이 계획없이 쉬러 갈 생각이다. 요즘 또 조바심이 올라온다. 시간 있고, 많지는 않지만 쓸 수 있는 돈도 있는데 이렇게 쉬는 것도 아니고 안 쉬는 것도 아닌 상태로 있어도 되나하고. 하지만 신경 끄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이 시간도 필요한 것일테니 말이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민음사, 2021


돌아가지 말까.

돌아가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그 순간에야 깨달았다.


✅간단 리뷰

녹지 않는 눈이 쌓이는 디스토피아 이야기. 백영시의 폐기장에서 일하는 모루와 이월이라는 인물에 포커싱하여 쓰여진 장편소설이다. 설정의 참신함과 흥미진진한 배경전개는 좋았지만 어딘가 아쉬웠던 작품.



✅이요마 노트

폭설이 온다거나, 눈사태가 나거나 그도 아니면 이상저온으로 세상이 얼어버린다는 생각은 했지 방부제 같은 눈이 쌓인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신박한 설정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특수한 배경과 그 배경으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랐지만 주인공인 모루, 그의 이모 유진, 이월로 한정되면서 애매해졌다.


이사장인 어머니의 장례식 씬까지는 좋았다. 가짜 눈의 세상에 최적화된 사건이니까. 그렇지만 메인 서사인 이모 찾기는...? 뭔가 이월과 모루가 연결되어야만 하는 고리가 있기보다는 연결되니까 연결되는 느낌이 있었고, 눈이 없어도 이모 찾기 서사는 가능했을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그만큼 특수한 배경 설정이 좋았기에 이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돼!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모루와 이월은 떠난다. 돌아갈 곳이 없는 그들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그 대목이 요즘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유행을 타는 안전 공간 서사(<불편한 편의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같은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픽션의 이야기라면, 현실의 이야기는 당장 코로나로 고립되고, 폭우 같은 재해로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안전한 곳이 부재한 서사에 가깝다. 늘 재난에 놓인 것 같은 불안으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디스토피아, 극복할 수 없으며 원인도 해결방법도 불명인 이야기는 어쩌면 진실을 발견하기에 더 좋다. 독자는 확인하는 동시에 확장한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용기', '자유', '새장 밖으로' 같은 키워드가 먼저 생각난다. 20대 초반이지만 어쩐지 미성년자(그것도 가짜눈이 오기 시작한 중학생때)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모루와 이월이 자신을 둘러싼 틀을 깨고 나가는 이야기 같다. 환경이 어떻든 사람은 살아간다. 살아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확인하고 확장하는 찰나에 그친 눈 같았다.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2. <네 번의 노크>, 케이시, 인플루엔셜, 2021


302호의 문을 두드렸다. 첫 방문할 때는 대개 노크를 네 번 정도 해야 한다. 두 번은 친근한 사이일 때, 세 번은 안면이 있을 때.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간단 리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잡게 해주는 서사. 여성들만 거주하는 빌라 3층,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은 301호부터 306호까지 여섯명의 거주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증언을 모으고, 얇은 벽을 두고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파편적인 정보가 모이면서 사건의 전말은 풀어져 간다.



✅이요마 노트

강렬한 표지와 알라딘 세일즈포인트에 혹해서 리디에서 전자책을 샀다(?) 후루룩 읽을 것 같아서 도서관 간 김에 종이책을 빌려 완독했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2부의 약간 정체구간과 301호의 선문답은 조금 넘겨가며 보았다.


우선 이 작품은 [그래서 남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라는 핵심 질문에 충실하다. 301호부터 306호까지 이름도 없이 등장하는 여섯 명의 캐릭터 모두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독자는 누가 죽였을까?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추리를 하면서 읽게 된다. 의심과 또 의심 다시 한 번 의심 나중에는 여섯 인물 모두를 믿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의 묘미다.(물론 약간은 예상이 되는 파트도 있다. 그렇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충분히 추리게임이 재밌다.)


데이트폭력이나 혼자 사는 여성의 공포를 다루며 현실을 확인하면서도 재미의 방향으로 확장을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읭? 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납득은 가는 이야기였다. 한 발 한 발 정보를 수집해가며 다음으로 다음으로 달려가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



본 영화

1. <구타유발자들>(2006)


✅ 간단 리뷰

언젠간 봐야지 마음먹어도 이유모를 비호감에 자꾸 뒤로 미루던 영화.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왠걸 스릴러다. 김영하 작가 소설을 처음보았을 때의 섬뜩함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왜인지... 이문식 배우에 대해 다시 보게 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영화


✅ 이요마 노트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액션이 아니면서 폭력적인 영화를 보고 싶었고, 기대한 폭력의 방향은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불편하고 섬짓한 영화 <구타유발자들>을 꺼내들었다.


성악가 교수는 제자와 함께 한 시골마을에 간다. 강변에 자신의 벤츠를 세운 그는 노래 연기를 봐주겠다며 성추행을 하고, 이내 강간을 시도하려 한다. 가까스로 뿌리친 제자 인정은 무작정 산으로 도망가고, 그곳에서 자루에 담겨 구타를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벤츠 앞에서 쥐약을 먹인 쥐들로 새를 잡던 야만인 같은 이가 등장하고, 산에서 소년을 구타하던 양아치 둘은 해변으로 내려와 그 남자와 합류한다. 인정은 산에서 내려와 오토바이를 탄 선량하게 생긴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터미널까지 태워준다던 그는 교수와 야만인과 양아치가 있는 강변으로 다시 그를 데려간다.


각각의 위치에 있던 인물들이 강변으로 모여들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분위기로 꼬인다. 성추행, 강간, 폭행, 왕따, 괴롭힘, 조롱, 언어폭력, 모욕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실같은 분위기에서 폭력은 난자하게 터진다. 자루에 담겨 있던 소년이 깨어나고, 사건의 전말은 영화 초반부에 잠깐 나왔던 경찰로 이어진다.


왓챠 리뷰에는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워딩이 많았다. 대물림이기도 하지만 순환에 가깝다고 보았다. 괴롭히는 자가 있었고 그에게 당한 사람은 복수를 하고, 복수를 당한 사람이 다시 복수를 하며 돌고도는 악순환. 맞을만한 사람이 맞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카타르시스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없는, 모두가 질 수밖에 없는 순환의 고리 속에 인간들이 놓여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한석규 배우와 이문식 배우의 투샷이 임팩트가 강하다. "패는 사람은 경찰이 되고, 맞는 사람은 존나 계속 맞아야지! 히힣"하며 때리는 자와 "더 때려요. 아직 멀었어요."라고 말하는 자. 영화 속에서는 일단락되었지만 아마 끝나지 않을 폭력의 이야기였다. 이어서 <시계태엽 오렌지>를 읽어볼 생각.


2. <더 행오버>(2006)


✅ 간단 리뷰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엉망진창인 이야기가 보고 싶어서 본 영화. 생각보다 떡밥회수를 다 해서 놀랐던 이야기. 더그의 결혼식 전날 총각파티를 하기 위해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간 앨런, 필, 스튜, 더그. 는 광란의 밤(?)을 보내고 정신을 차리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져있다. 화장실에는 호랑이가 있고, 스튜의 앞니는 빠져있고, 더그는 사라져있고... 셋은 더그를 찾기 위해 행적을 뒤쫓아가는데...



✅ 이요마 노트

요즘은 일상이 모래성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매일 뭔가를 쌓아가려 고군분투했던 예전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려하면 다 어그러진다. 그렇다고 쌓는 행위가 즐겁거나 의미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다. 관성대로 살던 그거라도 안하면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한다. 이번에 나에 대해 알게 된 건, 나는 나를 쉬게 내버려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쉬면서 오는 죄책감을 뭐라도 하면서 쉬는 것도 아니고, 쉬지 않는 것도 아닌 상태로 머물게 하는 것 같다.


<행오버>를 찾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그냥 아, 술먹고 일어나니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흘러가는 건 내 선택지에 없나 싶어서. 결론만 보면 어떻게든 될놈될이다. 뭐라도 되겠지지만 그래도 내가 뿌려놓은 행적하나, 밑밥하나, 행동하나에서 결국 어떻게든 살아는 지는 것 같다. 스튜처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든, 필처럼 그냥 지르든, 앨런처럼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든 결국 살아는 진다.


어떻게든 되겠지, 될대로 되어라 하는 이야기는 멀리간다. 출발점은 기억도 못할 정도로 아주 멀리간다. <행오버>는 멀리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원점인 결혼식장으로 방식이야 어떻든 돌아와 모든 돌파해낼 힘을 준다. 나는 왜 다시는 안 돌아올 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로 또 자아비판하지 말고, 그냥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던 영화.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이대로 하차할 분위기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천천히 따라가자 3화 돌파





기타 기록

: 없음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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