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Aug 08.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8월 1주차

22.8.1~8.7 읽고 본 것들

조바심에 다시 한 번 무너졌다.

강릉에 다녀왔지만 조바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다시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물려있던 주식을 다 손절하고, 복구해보겠다고 조급하게 굴다가 추가로 손실을 보고 말았다. 이번 주는 다시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해갈 생각이다. 차근차근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것들을 찾아갈 생각이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적>, 엠마뉘엘 카레르, 열린책들, 2005


<그땐 아무것도 숨길 게 없었는데도 저는 그 괴로움, 그 슬픔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제 말을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을 거고, 플로랑스도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전 말을 할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톱니바퀴에 빠져 들자 한 번의 거짓말이 다른 거짓말을 낳고, 그렇게 해서 일평생 거짓말의 악순에 빠져들어...


자신의 부인, 자녀들을 죽이고 방화한 <장클로드 로망 사건>에 대해 프랑스의 작가 카레르가 취재하고 소설로 풀어냈다. 르포에 가까운, 그러나 작가 또한 쓰기에 버거워 수차례 포기할 수밖에 없던 기묘한 이야기. 다시 읽어도 그 에너지가 엄청났다.


다만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어서, 의학 진급 시험을 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아주 작게 시작한 거짓말은 그 거짓말을 막기 위한 거짓말로 번져가고 거의 20여년 동안 아무도 제어하지 못하고 번져나갔다. 장클로드 로망은 거짓말로 자신의 인생을 채웠고, 그 결과 자기 자신도 속여야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리옹 의대에 입학하고, 3학년 진급 시험을 치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부터 겉잡을 수 없이 자신에게서 멀어진다. 시험을 치지 않은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그 이유를 합리화하기 위해 림프암에 걸렸다고 말하는 순간 그의 인생은 거짓이 되었다. 암이라는 거짓말로 한번 퇴짜맞았던 플로랑스와 약혼할 수 있었고, 친구들이 3학년, 4학년으로 나아갈 때 2학년에 머물며 인턴병원에 출근 하는 척을 했다. 졸업할 즈음에는 WHO에 취직했고, 스위스에 위치하고 있기에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불은 번져갔다.


의아했던 점은 그 누구도 로망에게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존재감이 희미해서였을까. 너무 신뢰가 갔기 때문일까. 누군가 리옹 의대 졸업자 명부를 확인했더라면, WHO 직원 명단을 확인했더라면, 프랑스 의사협회 명단을 체크했더라면... 재판에서 그가 한 말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사람들은 그에게 무관심했고, 제도도 허술했다.


더 가관인건 그의 자금책이었는데, 로망이 그들과 쌓아온 신뢰감 때문에 부모도 삼촌도 장모도 심지어는 내연 관계였던 40대의 코린까지도 그에게 기꺼이 돈을 맡겼다는 것이다. 어떠한 확인도 없이 말이다. <적>이 주는 무서움과 소름끼치는 부분은 지독한 평범함 뒤에 숨은 칼 뿐만아니라, 결국은 살해 방화로 이어진 로망의 사악한 단면이 나와 닮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끼치기 싫은 마음, 갈등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내게도 있다. 여기에 거짓말이 하나 통하고, 연달아 계속해서 거짓을 거짓으로 덮으며 나아간다면 아다리만 맞으면 나도 로망과 같은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것이다. 적은 그저 사탄이 아니다. 선량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자기 자신까지도 속여 파멸시키는 가면 같은 것이다.


카레르는 본문 중에 로망을 1인칭으로 쓰는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의 거짓말이 섞인, 진솔한 이야기에 자신도 동화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허나 그를 동정할 수도 옹호할 수도 없기에 로망의 이야기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거리를 둔다. 로망은 반성하지 않는다. <밀양>의 전도연이 살인범을 찾아갔을 때 스스로 회개했다고 말하는 그 장면을 보듯, 로망도 그를 어린 양이라 생각하는 (또한 죄수에게 따뜻함을 주는 본인들이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는) 이들에 의해 회개했다고 믿는다. 그 모습을 보는 카레르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싶다. 상상하기 어려운 인물의 이야기가 끌고가는 무서운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2.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현대지성, 2021


대체로 시는 인간의 선천적 원인 두 가지에서 생겨난 듯하다. 인간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부분도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서 배우고, 모방하는 데 가장 뛰어나며, 모방된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유정 작가의 작법책을 들춰보다가 시학부터 시작해서 문학공부를 했다는 말에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 우선은 1독을 먼저 했고, 공부를 위해서 찬찬히 다시 읽을 예정. 고대 그리스 시대에 꿰뚫어본 플롯에 대한 통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인상깊은 모먼트


내가 문학의 본질을 놓쳐도 한참 놓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고, 인간의 한 단면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시작부터 나오는 대목에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문장이나 핍진성과 개연성 같은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고민이 먼저 앞섰어야 했다.


플롯에 대한 개념도 인사이트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야기에는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고, 각 이야기는 에피소드 식으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한몸처럼,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모방해야된다고 봤다. 이는 플롯을 이루는 여러 사건 중에 어느 한 부분을 다른 데로 옮기거나 제거한다면 전체가 꼬이고 흐트러져야 한다는 부연이 붙는데, 각각의 사건이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의 일부로서 기능해야된다는 것이다.


흔히 떡밥이라도고 하고 복선이라고 하는 장치들은 회수하기 위해서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배정된 그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하기 위해 꼭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애써 무시했던 것 같다. 내 글을 쓰는 동안은 안일하게 열린 결말이라는 이름으로 창작자의 게으름을 퉁치려했고... 그 결과 글은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다시 Back to Basic해서 내가 글에서 보이고 싶은 인간상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그에 맞는 플롯, 이야기의 배치는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식으로 역추적 하는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다.


3. <10배의 법칙>, 그랜트 카돈, 부키, 2022


10배의 법칙의 핵심은 이렇다. '원하는 목표보다 10배 더 큰 목표를 설정하라. 그런 다음 목표 달성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행동보다 10배 더 많은 행동하라.' 엄청난 생각을 한 다음에는 엄청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10배의 법칙에 보통 수준이란 없다. 10배의 법칙은 말 그대로 10배의 법칙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보다 10배 더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켈리 최 회장의 추천사가 있어서 들어본 자기계발서. 여태 살던대로, 평범한 사람이 사는대로 살아선 성공할 수 없다는 짧고 명징한 메시지가 들어있던 책. 이걸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면서 방어기제부터 생기는 건 내가 평범맨이라서 그런거겠지...


이 책을 3줄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1.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의 10배를 상상하라

2. 10배 상상에 걸맞게 10배 행동하라

3. 행동에 그치지 말고 나 자신을 세상에 알려라


목표설정을 확실하게 하고, 그에 맞게 임계점이 넘는 극한의 노력을 하라는 말만큼 기본적이고 힘든 일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그 힘든 걸 이겨내고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나부터도 그냥 하면 되는 거다.


인상적인 부분이 몇 부분 있었다. 우선 '성공을 내 의무로 삼겠다고 결심한다.'는 부분. 성공은 나와는 먼 얘기, 10배 노력을 하는 소수만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무'감을 갖고 누구나 해야만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순간 동력이 조금이나마 생기는 것 같았다. 이를 의무감으로 삼으면 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해서 징징거리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에 대한 성과도 과정도 리스크도 온전히 내 책임이 되고 나면 내 인생을 더 나 중심으로 컨트롤할 수 있지 않겠는가.


두번째는 '이름 없음'의 문제였다.


나의 문제는 다만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작정 노력하고,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목표를 향해서 가되 나 자신의 이름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닿게 해야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MKYU의 김미경 선생님이 하는 말과도 닿아있다. 온라인 안에서 나 자신의 빌딩을 세우고, 검색을 통해서 나의 존재가 걸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야말로 '이름'으로 세상의 불특정다수에게 닿을 수 있는 확장은 기본인 것이다.


행운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 닿을 때까지 그냥 가면되는 것이다. 10배의 노력, 10배의 목표, 10배의 성공까지 닿아보자.





본 영화

: 이번 주 없음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포스터는 둘다 반짝반짝하지만 결은 완전 다르다. <파티피플 공명>이 청춘 음악 성장 드라마 라면, <카케구루이 트윈>은 본격 도박 심리 스릴러에 가까우니까. 

1. <파티피플 공명>(2022)

: 좋아하는 것을 하는 재능있는 사람이 적절한 조력을 받으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 상단이 많이 열린 이야기라 그런지 에이코가 성장해가는 모습, 공명이 어떤 전략으로 현대에서 풀어나길지에 대한 모습 같은 기대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요즘 이야기들은 갈등이 없는 서사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에이코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라이벌 나나미의 등장(그것도 조력자로) 외에는 이렇다할 부딪힘이 없다. 트렌드라면 트렌드일지언데 평화로운 이야기 플롯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겠다.


2. <카케구루이 트윈>(2022)

: 공명이 배경이 시부야지만 빛의 세계라면, 카케구루이는 배경이 학교지만 어둠의 세계다. 본편 쟈바미 급의 미친X 캐릭터는 안 나오지만, 인간계 중 상급 도박꾼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재밌었다. 다만 도박의 룰을 이해하려다 포기하는... 그런 모먼트가 있긴했다. 자극은 줄었지만 그만큼 쫄리는 맛도 줄어서 아쉬웠던 이야기. 도박만화의 묘미는 세상 다 잃어버린 표정으로 무릎 꿇고 좌절하는 게 아니겠는가 싶고...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 천천히 따라가자






기타 기록


1. 브런치 에세이 2개 발행

https://brunch.co.kr/@hakgome/417

https://brunch.co.kr/@hakgome/418

강릉 모먼트로 이키가이 했던 것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자기계발 매거진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바로 파고 켈리 최 회장님의 핵심 가치 진단 글까지 발행했다. 최선을 다해서 가보자.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매거진의 이전글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7월 5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