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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Sep 05.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9월 1주차

22.8.29~9.4 읽고 본 것들

현재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개월을 복기해보면 첫 2개월은 살기 위해서, 다음 2개월은 밖으로 한 발이라도 나가기 위해서 에너지를 썼다면 지난달 8월은 정신이 돌아오니 생활비가 메인 이슈였다. 돈에 조급해져서 한달 내내 열심히 미국주식을 거래했고, 밤낮이 바뀌었다. 운 좋게도 마이너스를 메우고 생활비를 출금할 수 있었는데, 잠도 못자는 와중에 그 전염병에 걸리며 격리까지 하면서 정신건강이 썩 좋지는 않았다. 당분간은 주식을 쉬면서 다시 오늘만을 생각하면서 기쁨을 늘려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민음사, 2000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

사실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그림들에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간단 리뷰

언젠간 읽어야지 리스트의 최상단에 있던 책. 사실 이런 이야기일 줄은 모르고 읽었고, 내가 좋아하는 소재인 '매스터피스를 향한 불꽃'이 담긴 이야기치고는 잘 안 읽혔다. 내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6펜스 쪽의 세계로 너무도 건너와 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



✅이요마 노트

폴 고갱을 모티프로 썼다는 이 이야기는 한 개차반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의 인생을 '나'라는 작가의 시선에서 풀어낸 일종의 추적기 같은 소설이다. 영국의 금융업 종사자인 평범한 남자가 주말 미술학원 클래스 몇 번 다니다가 40대에 돌연 화가가 되겠다며 파리로 RUN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스트릭랜드의 부인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부인의 말을 전하기 위해 파리로 가 그를 만난다. 그리고 논리와 맥락을 생각하며 그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해보려 하지만 모욕감만 느끼고 만다.


허나 그 이상함. 뒤틀렸지만 어딘가 생각나게 하는 그 구석이 수년이 지난 후에도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좇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은 때로 이해할 수 없는, 맥락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걸 각성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터닝포인트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 이상한 모먼트를 통해 사람의 인생이 180도 바뀌기도 하고, 그 순간 없이 일자형으로 삶을 끝까지 살아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지인들에게 이 부분을 '팔자'라고 페러프레이징해서 얘기하는데, 결국 사람은 쓰여진 글자대로 간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선택을 한다. 스트릭랜드처럼 불현듯 모든 걸 버리고 6펜스의 세계에서 달의 세계로 불쑥 넘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리하게 스탭 바이 스탭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내 경우는 아직 이도 저도 아닌 상태다. 어쩔 수 없음을 중첩해오면서 회사를 다니는 선택을 했고, 어느 날 불가항력처럼 회사가 뚝 끊어져버렸다.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 나를 방치한 것도 내 선택이오, 불현듯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갑작스럽게(남들이 보기엔 그렇지만, 내 안에는 어쩌면 꽤 오래 전부터 결정해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요즘은 생각해본다.) 판도를 바꾼 것도 내 선택이었다. 다만 그 이후가 없던 것 같다.


지난 5개월간 첫 2개월은 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고, 다음 2개월은 의욕을 내보려고 집 밖으로 나가려 노력하는 데 온힘을 다 썼다면, 지난 한 달을 리뷰해보면 다시 돈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다 내려놓고 책만 읽지 못하고, 밤을 세우며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날이 많았다. 운 좋게도 이번 분기 생활비는 벌어서 출금할 수 있었지만 나는 지독하게도 속의 세계. 6펜스의 세계. 숫자가 오르내리고 양봉과 음봉이 오가는 차트의 도파민에 철저히 절여져 있던 것 같다. 금융 전문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전업 투자자가 될 것도 아니면서 어설프게 돈을 좇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서치어 '가즈아!'맨이 되어있었는데 결코 행복하진 않았다.


스트릭랜드의 삶의 여정에는 현재뿐이다. 과거도 미래 계획도 없다. 그는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린다. 그뿐이다. 이번 달은 시계를 다시 돌려 '현재', 그리고 '과정'에 집중할 생각이다. 예상치와 추정치가 아닌 누적 결과치를 다시금 쌓아가는 한 달을 만들 것이다. (그나마 책과 영화만은 놓지 않기를 잘했다.) 개운한 맛은 아니었지만 다시금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2. <도토리>, 송현주, 향출판사, 2021


어, 도토리다!

갔나?



✅이요마 노트

한 다람쥐가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주우려 가려는데... 뱀이 있어 가질 못한다. 뱀이 갔나 싶었더니 멧돼지가 오고, 그들이 갔나하니 여우가 오고...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곰이 등을 긁으려 나무에 쿵쿵 부딪히자 하늘에서 도토리가 후두두두둑 떨어진다. 히히 도토리는 다람쥐를 많이 먹을 수 있게되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글이 잘 안 읽혀서 좋아하는 그림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깔끔한 그림도 그림이지만, 순차적으로 동물 친구들이 한 장소에 머물거나 한 물건을 돌려가며 물고 이동하는 그런 이야기가 좋다. 어린 시절 수없이 돌려보았던 <라이온 킹>의 오프닝 시퀀스나 그림책 <아프리카 초콜릿> 같은 그런 알록달록 우당탕탕 재미있는 구성.


오랜만에 그림책 취향에 대해 호불호를 드러내보는 것 같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그림이 다 다르고, 좋아하는 색이 다르고, 구성이 다를텐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좋고싫음을 표현하는 것을 멈췄던 것 같다. 다 좋아해야한다고, 모든 것들에는 다 의미가 있을 거라고 거의 가스라이팅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을 것도 싫은 것도 없어진 무취향, 더 나아가 무감정 상태로 치달았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좋았던 책.




본 영화

<놉> 포스터 중에 제일 끌리는 '말은 하늘을 달려' 벌젼으로 가져와봤다.


1. <놉>(2022)


✅ 간단 리뷰

친구 집에서 같이 놀러갔던 다른 친구의 추천으로 봤던 <겟 아웃>을 재밌게 보았어서 깜놀 모먼트나 잔인한 것만 안나오기를 바라면서 상영관에 들어갔고, 대만족하면서 나왔다. 집에 오면서 50분짜리 이동진 평론가 해설 들었고 더 곱씹게 되는 이야기



✅ 이요마 노트

UFO라는 다 식은 떡밥을 이렇게 살린다고? 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첫번째 충격 모먼트였다면, 맞아들어가는 플롯의 아귀와 멋진 풍경 그리고 경이로운 그것을 보면서 와 이렇게도 시나리오를 쓰는구나 하면서 내내 감탄했던 것 같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여운이 계속 맴도는 게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무래도 '보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면 안 된다는 걸 몰라서 사라진 사람, 알면서도 예술혼을 위해 기꺼이 직면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직면하는 사람까지. 누군가는 그것에 휩쓸리면서 인생의 위기에 휘말리지만, 누군가는 휩쓸리는 와중에도 직면하고 기꺼이 맞서 싸운다는 부분에서 감동이 오더라.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고, 우리는 삿되고 오만한 마음으로 어떤 한 분야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 아닌 다른 것들을 통제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 바라면 안 되는 일을 너무도 쉽게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휩쓸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면에서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기분을 지울 수 없는 내 상황에서 <놉>의 그 직시 장면만은 응원 같았다. 핑계대며 패배자나 피해자로 남지말고 휘몰아치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사진으로 그것을 기록해 오프라쇼에 나갈만한 샷을 만들어가는 OJ와 에메랄드, 엔젤의 분투가 통제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직시하며 자신의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으로 보여 참 좋았다. 그들 최소한 오늘과 내일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스티븐 연이 분한 쥬프가 잘나가던 아역시절, 즉 과거에 매몰된 사람이었다는 점과는 반대되는 모습일 게다. 현재를 살자.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모먼트.


(여담으로 플롯은 하나라도 빠지면 모든 이야기가 어그러진다던 '시학'의 멋진 예시가 <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오버로드 1기>(2015)

: 왓챠 알고리즘에 떠서 보기 시작. '나(모몬가)'가 RPG게임 서버 종료를 앞두고 혼자 이런저런 기억을 추억하다가... 섭종시간, 시계가 멈추지 않았다? NPC들은 자의식을 가진 듯 나에게 복종한다? 게임 세계에서 '아인즈 울 고운'으로서 살아가는 생활을 담은 이야기. 강한 힘을 가진 나자릭 지하대분묘의 수장으로 새 세계를 모험하는 묘미가 있었다.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아마 4기까지 쭉 보다보면 파악되지 않을까.) 나름의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캐시템으로 즉발 아이템을 써서 1기의 최종 상대를 제압한게 깨알 재미라면 재미였다.


2. <친구게임 1기>(2022)

: 2기 제작이 확정은 나지 않았지만, 내용 구성상 중간에 뚝 끊겨서... 1기로 기록했다. 12화 내내 주인공 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다 끝난 애니메이션. 내용은 대충 다섯명의 친구가 '친구게임'에 납치당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우정파괴하는 게임을 하며(?) 배신자를 색출하는 께임...? 그런 묘한 만화였다.

돈 걸고 하는 게임치고 <카케구루이>처럼 심리전/머리를 엄청 쓰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친구 사이에 대한 의심, 암투, 고뇌 같은 게 메인인 것 같더라. 트릭이 엄청나거나 경외감이 드는 두뇌싸움이라기 보다는 그냥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기에 좋았다고 해야할까. 저런 두뇌 싸움이 있는 게임에 처한다면 갈통인 나는 금방 배신당하고 털리겠구나 하는 씁쓸함은 덤이었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이대로 하차할 분위기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천천히 따라가자 3화 돌파




기타 기록

: 없음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석기간이라 일시 판매 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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