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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Sep 20.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9월 2,3주차

22.9.5~9.18 읽고 본 것들

회사 안 가는 시간을 무한히 연장하고 싶어졌다.

쉬고 있는 시간이 5개월이 넘어갔다는 걸 자각하니 조급해지면서도 이런 시간을 무한정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에 본가에 내려가 있는 시간이 있어서 이번에는 2주차를 동시에 올렸다. 읽고 보는 건 많이 줄었다. 다시 읽고 쓰는 일을 이어갈 것이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최서영, 북로망스, 2022


조금 어렵더라도 최선을 선택해보자고. 내 삶에 욕심을 내보자고.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나를 공부하고, 내 욕심에 솔직해져 보자고. 내 삶을 내 식대로 만들어가자고. 세상이 욕심내도 된다고 하는 것들에만 몰두하느라 진짜 자기가 원하는 걸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 내 가장 큰 관심사는 나 자신이 되었다. 진짜 나를 알아가기로 작정한 다음부터 내 인생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간단 리뷰

유튜버 가전주부, 말많은 소녀로 활동하는 최서영의 에세이집. 되는 일이 없는 것 같고, 열심히는 살아온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을 때 읽으면 좋은 책.



✅이요마 노트

이 책의 메인 키워드는 '존중'이다.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 자신만 생각하며 폐를 끼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책을 읽다가 지난 봄에 들었던 소설 수업이 생각났다. 아마 한 합평작에 대한 피드백이었을 테고, 이런 말이 나왔다. "아니 자기 인생을 그렇게 방치하는 게 말이 되나?"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코멘트였는데, 나는 그 인물에게 퍽이나 공감 내지 이해를 한 상황이었기에 기분이 이상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였나. 남 눈치보다가 인생 방치하는 건 나 뿐이었나 하는 그런 생각들. 애석하게도 뉴스에서나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생 방치맨들의 말로는 '참다참다 범죄', '어느날 갑자기 살인자', '이름도 모르게 자살' 같은 부정적인 결과들이었다. 내 인생을 방치한 만큼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가해자 엔딩. 왠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그건 인생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방향이 '나' 자신을 향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생기는 억울함이 아니였을까.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는 그런 찌질한 마음부터 힘든 시기에 했던 생각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이르기까지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나 자신이 최고를 선택할 수 없게 만든 건 나 자신이라는 대목이었다. 이정도면 되지, 1등할 생각 없어, 내 주제에 많은 걸 바라는 거 같아 하면서 스스로 꺾지만 않았다면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하는데 그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나를 관찰하고 존중하고 나 중심으로 생활해보라고 제안하는 장면에서는 기분이 좀 이상했다.


퇴사 후에 시간도 많고, 누군가 책임질 상황도 아닌데 나는 여전히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있겠고, 내가 이래도 될까 하는 마음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도 같다. 나는 나를 위해 선택해본 적이 있는가로 생각하지말고, 바로 지금부터 선택해가면 되는 건데 그게 쉽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를 위한 소비와 선택들을 해가다보면 나도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나만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책.




2.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문학동네, 2011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간단 리뷰

소설 수업에 가면 텍스트로 꼭 다루는 단편 중 하나 <필경사 바틀비>. 읽은 척하고 고개 끄덕이면서 맨날 넘어갔지만 이번 기회에 읽었다. 선생님은 말했다. 허먼 멜빌은 가장 잘 쓴 단편 <필경사 바틀비>와 가장 잘쓴 장편 <모비 딕>을 동시에 쓴 작가라고.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나'는 필경사 3명을 쓰고 있다. 그러던 중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한다. 그가 바로 바틀비. 그는 성실하고 열심하게 일을 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서로 교차해서 필사한 문서를 검토하려고 지시하면 이런 답변을 한다는 점이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처음 1독을 했을 때는 이게 무슨 이야기야 싶었다. 소설적인 인물이라는 워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바틀비는 지독하게도 소설적인 인물이라 생각했다. 현실의 잣대에서 보면 바틀비는 속된말로 갑갑터지는 폐급 알바 정도로 무시될 터이니 말이다. 돈과 힘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무해한 사람일지어도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바틀비는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상황을 택한다.


책을 읽고 며칠 후에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이모의 친구분과 맥주 한 잔을 했다. 아저씨께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요마야. 이미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차이는 발을 디핑하고 안하고에 있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야. 디핑하면 해야할 일을 하게 되어있어. 머무르지만 않으면 돼." 나는 이 말이 바틀비와 겹쳐보이면서 '택하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어떤 가능성이나 나의 가치를 세상에 보일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와 힘이 있음에도 그걸 택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잘 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의 최서영 작가가 말하는 최선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제한을 주고 있는 상황을 내가 만든게 아닐까. 결국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강물이 모여 바다로 흘러들듯이 우리는 모두 죽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 하는 것도, 하는 것도 택하면서 나아가기에 충분하다.




본 영화


1. <헌트>(2022)


✅ 간단 리뷰

추석 때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보았던 영화.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는 무적이라는 공식은 그들이 50대가 되어도 유효하다는 걸 깨달은 모먼트.



✅ 이요마 노트

별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생각보다 탄탄해서 놀라고, 그걸 이정재가 썼다는 것도 놀랐다. 80년대 안기부를 배경으로 그리는 <헌트>는 일종의 빨갱이 찾기 서사다. 정부 조직에 숨어든 북한의 끄나풀 '동림'을 색출하라는 지시가 국내팀 안보팀장과 해외팀 팀장에게 동시에 주어진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긴장감과 상황 속에서 둘은 전두환의 경호를 하게 되고, 각자 숨기고 있는 욕망이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극적으로 치닫는다.


완전히 아다리가 맞는 서사라고 보기에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로 보기에도, 액션을 위해 다른 걸 버린 영화로 보기에도 애매하다. 하지만 상업영화로서 그 교집합을 정확히 찍어냈다고 생각했다. 인물마다 나름의 핍진성과 맥락이 있는 동시에, 사회상을 드러내는 포인트도, 적절한 액션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정재 정우성 투샷을 또 언제 보나 싶고... 나이가 들어서도 멋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재밌었던 영화.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이대로 하차할 분위기. 하차각...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천천히 따라가자 3화 돌파. 하차각...




기타 기록

: 없음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석기간이라 일시 판매 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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