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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Oct 05.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0월 1주차

22.9.26~10.2 읽고 본 것들

근 10년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다보니 조금 늦게 기록을 올리게 되었다)

다들 바빠서도 그랬지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시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와 함께 나란히 걸으며 여행을 할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겠구나. 내가 회사를 안 다니고 쉬니까 이렇게 함께할 시간도 만들어지는구나. 소중한 시간을 나는 낭비하듯이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것들.

여전히 내게는 시간이 필요는 한데, 그래도 조금씩 발자국을 떼야되는 순간이 온 것 같다. 사주를 보면 2023년~2024년부터 인생이 풀린다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씨앗을 뿌려놓아야 뭐라도 되지 않겠나. 정신차리고 다시 씨뿌리러 카페로 나가자. 이번주도 화이팅이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황금가지, 2022


지금 우리를 봐 내 삶은 지난 6주에 불과하고, 네 삶은 지난 며칠에 불과해. 우리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들이고 마샬이 시체 구덩이에 밀어 넣으면 우리 삶은 그걸로 끝이야. 나인이 재생 탱크에서 나오든 말든 나는 상관 안 해. 나인은 내가 아니니까. 나인은 그냥 내 침대에서자고 내 배급 카드를 사용해 배를 채우고 내 물건들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일 뿐이야.


✅간단 리뷰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카피를 보고 고른 책. 넷플릭스에서 제작할 것 같은 2시간 짜리 영화 같은 이야기. 간만에 SF소설의 상상력이 무엇인지, 과학이 윤리와 인간성에 대해 어떻게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여러모로 고민을 만든 작품이었다.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척박한 얼음행성에 인간들이 개척자로 파견된다. 미키 반스는 행성의 단 하나 뿐인 '익스펜더블' 역할을 수행한다. 자신의 신체 데이터와 유전자를 서버에 등록해놓고, 본체가 죽으면 2호, 3호의 미키 반스를 생산해 다시 행성에 투입된다. 기억을 서버에 저장만 한다면 다음 호의 미키 반스는 연속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테세우스의 배라는 개념을 인용한다. 테세우스가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 중간중간 배는 파손되어 갑판을 덧대고 여러 부품들을 교체한다. 어쩌면 출발했을 때의 부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그 배는 같은 배일까? 미키 반스도 마찬가지다. 미키1과 미키2, 3, 4... 8은 같은 존재일까?


복제인간이 자아를 갖는 설정과는 별개로, 각각의 독립적인 익스펜더블은 같은 인간인가 하면 확답을 할 수가 없더라. 이야기는 미키7이 죽음에서 생존해오면서, 이미 만들어진 미키8과 공존하게 되는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같은 기억과 경험을 가진 '나' 2명이 백업(세이브 포인트)을 기준으로 다른 루트로 나아가는 건 한편으로 게임같기도 하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에, 하나의 목숨밖에 없기에 앞으로 벌어질 과학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시나리오는 윤리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러모로 재밌던 이야기.





2. <지구영웅전설>, 박민규, 문학동네, 2003


"그래, 나는 사실 리들러야. 그래서 이렇게 너에게 충고하는 거야. 넌 절대 '의혹'을 가지지 마. 이 세계의 의혹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지금껏 살아온 대로 하면 돼. 시키는 일 잘하고, 포즈나 잡아가며 말이야."


✅간단 리뷰

반골기질(?)의 에너지가 있는 소설을 읽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만난 책. 박민규 소설가의 데뷔작. 20년전 신인의 패기(?)가 느껴지는 묘-한 소설. 재미는 있었다.



✅이요마 노

박민규는 대학에 다닐 때 가장 핫한 작가 중에 하나였다. 표절 논란 이후로 근래에는 신작을 본 지가 꽤 되었고, 예---전에 과제하려고 읽은 이후로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안 읽어본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작가의 시작은 처음부터 이상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자살 시도를 하다가 우연히 한국을 지나가던 슈퍼맨에게 구해져서 그곳에 살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바나나맨이라는 히어로가 된 한 인물의 이야기. 그 플롯 뒤에는 수많은 풍자와 조소가 담겨있었다. 약간은 비아냥에 가까운 태도로 많은 것들을 깐다. 미-소 냉전부터 권력의 구조, 지진아로 표현되는 경제/교육의 약자에 대한 차별까지. 10여년전 수업에서 배운 용어로 '루저 남성의 입장에서 관망'하는 이야기는 오랜만에 보니 뭔가 다르게 읽히는 기분이더라.


지난 10년간 '루저'에 대한 뉘앙스는 많이 바뀐 것 같다. 이건 느낌적인 느낌이라 개인의 생각이기에 간단히 봐주면 좋겠다. 내 생각에는 무언가를 가진(남성이라는 성이든, 경제나 교육 계층이든, 문화자본이든) 이가 자신의 '없음'에 집중해 자조하며 위를 바라보는 느낌에서, '실력으로 모자란 사람', '혐오/차별해도 괜찮은 사람' 같은 아래로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바뀐 것 같다.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없는 사람을 낙인찍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우리네 세상이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해야할까.


물론 20년 전 책이라 요즘 시대에 맞는 감수성으로 개작이 되어야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 책에는 분명히 에너지가 있다. '이상함'으로 둘러 쌓인 이상한 오오라가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일종의 '빠꾸없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지난 10년간 사회의 검열도 생각보다 많아졌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일베발 대통령 조롱, 지역 비하부터 페미니즘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선이 그어지는 분위기, 대놓고 세대와 성별을 가르며 대선을 치룬 여와 야. 서로가 서로의 취향이나 정치관이나 생각을 존중하는 동시에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검열하는 분위기가 이제는 너무 당연하다.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만 봐도 금기어(그리고, 그것을 발화했을 때 사과하는 일)가 너무나 많다.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거나, 맹목적인 비난이라면 절대 용인할 수 없고, 세상에 나와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오해에도 불구하고 '날 것'의 힘을 가진 이야기는 여전히 필요하고, 발견되어야 한다. 어떤 제한을 두고 스스로를 '워싱'할 것이 아니라, 괜찮은 이야기가 나와야될 때가 아닐까 싶다.


<지구영웅전설>이 어떤 이야기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주절주절 사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읽어도 좋은 이야기야! 어느 부분이 좋았어! 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에너지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던 작품. 10년 뒤에는 또 다르게 읽힐 것 같은 사회적 맥락을 타는 책인 것 같은 건 기분탓인가 싶다.



본 영화

: 이번 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계속 정체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왜 오수재인가>(2022)

: 보는 중, 이번 주는 한 편도 안봤다. 이대로 하차할 분위기. 하차각...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천천히 따라가자 3화 돌파. 하차각...




기타 기록

: 없음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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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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