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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Oct 18. 2022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0월 2,3주차

22.10.3~10.16 읽고 본 것들

다른 여행을 다녀와서 부득이하게 몰아서 업로드한다.

가을이 되어서야 여름 동안의 내가 객관화되는 것 같다. 뭔가 사라진 5개월에 대한 아까움과 아쉬움도 드는 한편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쉬는 시간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조바심내지 않고 다시 한 발씩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귀신과 트라우마>, 윤혜신, 지식의날개, 2010


장례는 왜 중요할까? 의례는 언제나 그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의례에 깃든 정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의례 중에서 장례는 인간이 삶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장례를 통해 죽은 자는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사회 속에서 살게 된다. 역설적인 생존이다.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물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자료 조사 차원에서 도서관에서 만난 책. 한국 고전 문학에서의 귀신들을 조사해서 특징별로 나눠둔 일종의 연구서다. 귀신의 욕망이 무엇일까? 대개 '원한'이라고 칭해지는 그것들을 나는 그저 개인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별히 나쁜 일을 당한 이들, 특별히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의 이야기로 다시말해 '특수 케이스'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고전문학 속 귀신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장화홍련 케이스의 개인 트라우마도 있겠지만, 전란 같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휘말리는 케이스도 꽤 되었다. 그래서 죽은 줄 모르는 이들부터 왜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 더 나아가 해소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는 지도 모르고 방황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더라. 어느 쪽이든 귀신=트라우마를 가진 존재라는 개념은 명확하고, 재미있었다.


물귀신 이야기를 쓰고자했던 건 2014~15년 경이었고, 나 자신이 이도 저도 아닌 중간계의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위로를 위해 썼던 것 같다. 10년이 지나서 다시 묵혀놨던 이 이야기가 생각난 까닭은 여전히 내가 중간계에 있어서 그리고 어느 분야고 양극화 되는 세상에서 애매한 존재들이 많아지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니였을까. 어쩐지 마음이 가는 존재들이 생각나면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입을 만들어줘야 하는게 아닐까.





2.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2013


자기 안에 다양한 능력과 가능성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매가리 없는 생활을 추구하는 것인가.

사실은 죽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고 있는 힘을 다해 도전해 보지도 않았는데, 모든 것을 내던지다 못해 목숨까지 내던진 것은 아닌가.



✅이요마 노

은둔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집이다. 제목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을 까는 책이다(?). 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라는 앞표지의 카피처럼 국가, 종교, 독자놈들, 사랑(연애), 부모, 가족 등 모든 걸 깐다. 책의 요지는 간단한 편이다. "너 인생의 주인공은 너가 되어야 한다. 정신차려라."


국가든 회사든 가족이 되었든 그들이 만들어낸 표준, 그들의 상상력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가 강하다. 내가 바라는 걸 내가 결정하고 내가 행동해서 내가 이뤄라. 다 '나'의 몫이지 남탓할 것도 없고, 죽도록 노력해서 한 분야에서 끝까지 가봐라.


맞는 말이다. 나는 어느 순간 회사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회사에 앞서 내가 있고, 가족에 앞서 내가 있어야 했는데 나는 집단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행동해야 모두가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무얼 바라서 하는 것들이 아니었는데,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한 선택은 아니였는데 결국 동료든 가족이든 나 자신이 최우선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해지고, 주변이 행복해지면 세상도 행복해지지 싶다.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다.



본 영화

1.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2021)


✅ 이요마 노트

오랜만에 괜찮은 짱구 극장판이 나왔다. 여태 보아온 29기 중에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기존 극장판에서 반복되던 성희롱 개그와 개연성 없는 사건나열, 훈이 악마만들기 같은 클리셰들을 넘어서서 사회 풍자와 캐릭터성 그리고 재미를 다 챙겼다는 점에서 아주 좋았다.


철수는 사립학교 진학을 생각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명문학교에 일주일 체험을 신청한다. 무인 자동차부터 AI 선생님이 관리하는 최첨단 시설인지라 모든 학생들은 우등생 뱃지로 관리된다. 잘하면 상점을 못하면 벌점을 받아서 상점이 높은 아이들은 따로 반을 만들어서 관리할 정도(반대로 마이너스 상점인 아이들은 떨거지반으로 방치한다.). 철수는 우등생이 되고 싶어한다. 체험 활동 중에 우수학점으로 수료를 하면 입학에 특례가 있기 때문. 그러나 짱구와 친구들은 늘 그렇듯 크게 개의치않는다.


그러다가 방치된 시계탑에 전설로 내려오는 '흡덩귀' 괴담을 알게 된다. 흡덩귀에게 엉덩이를 물리면 엘리트인 학생들도 모지리가 된다는 괴담. 아니, 실제로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 철수는 짱구와 대판 싸우고 절교선언을 한 후 우등생이 되는 방법을 찾아 밤에 기숙사를 나서고, 다음날 엉덩이를 물린 모지리가 되어 시계탑에서 발견된다.


떡잎마을방범대는 탐정 동아리를 만들어 범인을 추적한다. 전교 1등과 2등, 떨거지 반의 33대 대장(형님), 숲속에서 사는 생물부장 삼삼이, 아이들을 인솔하던 은질주, AI에 밀려 교권을 잃은 구석애 선생님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진짜 범인을 찾는 과정이 일품이다.


우등생이 왜 되어야 하는가. 아이들이 우등생이 되기 위해 경쟁하며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결과 대신 집중해야할 과정의 소중함은 무엇인가. 같은 수많은 메시지들이 다만 짱구와 친구들의 우정에 희석되지 않고 힘있게 이어진다. 번역의 문제지만 5살 아이들이 '청춘'을 외치는 건 좀 웃기긴 했다. 그치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청춘이다. 그 시간, 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OTT에 나오면 한 번 더 볼 생각. (극장에서는 두 명이 봤다리)


2. <인간실격>(2019)


✅ 이요마 노트

극장에서 나오면서 누적 관람객수를 확인했고, 142명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는 내내 와 참... 거참... 실격이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인간실격>을 모티프로 각색한 것 같기도 하고, <진격의 거인> 같기도 하고, <싸이코패스>같기도 하고, <매드맥스>인가 싶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아닌, 명분도 재미도 없는 것이 나왔을지 고민하면서 봤다. 극장 안에는 나 혼자였고, 보다가 졸다가 이게 뭐지 싶다가 끝나고 뭐 먹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낸 110분이었다. 그래도 세계관 자체는 괜찮지 싶었다.


환경오염으로 공기가 박살이 난 세계. 4대 의료혁명 같은 것으로 무병장수 기술이 120세까지는 확보된 세계. 더 나아가 죽음이 사라진 세계(심정지 되면 나노로봇으로 살려낸다). 120세 장수인들을 위해 합격식이 펼쳐지는 시기. 원인 불명의 전염(?)으로 로스트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로스트는 대충 인간의 눈이 빨개지면서 저그(?)가 되는 병이라고 해야할까. 여차여차해서 특수 기능을 갖고 있는 선택받은 인간 1 호리노는 안티그램프라는 약을 팔고(?) 약 먹은 사람들은 (괴물이 됨으로) 영원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선택받은 인간 2 요시코는 무병장수를 관리하는 쉘의 간판이다. 탐지 능력을 갖고 있고, 푸른 하늘의 미래를 꿈꾸는 인물이다. 요조가 선택받은 인간 3이라는 걸 알게되고 그를 케어하려고 한다. 왜 그렇게까지 케어하는지는 모른다. 요조와의 공통점은 힘들었던 가정사정도.


선택받은 인간 3 요조는 아웃사이드, 즉 관리되는 구역 바깥의 인간이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폭주족 친구와 함께 인사이드 자폭쇼를 하러갔다가(죽어도 살아나기 떄문이라는데 굳이 왜?) 약먹고 괴물이 된 친구 옆에서 자기도 괴물이 되었다가 진격의 거인이 되어서 친구를 반으로 찢어버린다. 그리고 요시코가 뺨을 만져주니 인간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지 쓰면서도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요약하면


1. 근미래에 건강혁명으로 의사가 없어지고, 죽음이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120세까지 장수한 사람들을 위해 합격식이 열릴 예정이다.

-> 죽음이 없는데 합격식을 왜함?


2. 선택받은 자가 있는데 1은 혁명을 원하고 2는 유지+안에서의 희망이 있고 3은 뭔지 모르겠고 진격의 거인이 되었다가 1/2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된다.

-> 선악의 구도가 애매하기도 하고, 1은 나중에 세상과 싸워야지 3이랑 싸운다. 이유는 모른다.


3. 요조의 친구는 폭주 자폭쇼를 실행한다.

->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보여줬으면 왜 자폭하는지라도 알겠는데, 시대상을 보여주는 걸까.


4. 뒤로 갈수록 명분은 사라지고, 이상한 전개가 이어진다.


5. 결말은 요조 또 자살시도.


이런 식으로 초반부터 하나씩 의문이 드는 와중에,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같은 장 구분으로 <인간실격>의 모티프라는 걸 주인공 이름과 함께 계속 어필한다. 그러나 명분도 대립도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요조가 하는 건 자살시도밖에 없다. 죽어야 진격의 거인처럼 변신이 가능하기때문. 오사무의 요조가 자살맨 정도밖에 안되는 건가 싶고...


차라리 배경 살려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면 어땠을까. 오마주든 모티프든 생각나는 작품이 있으려면 제대로 각색해야되지 않나 싶은 이야기. 많이 실망스러웠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계속 정체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스파이 패밀리>(2022)

: 드디어 기다리던 1시즌 2쿨이 돌아왔다요. 찬찬히 볼 생각.


2. <릭앤 모티 시즌6>(2022)

늘 혼란스럽고, 늘 내 머리의 틀을 깨치는(?) 릭과 모티의 모험은 여전히 자극이 되더라요.


3. <체인소맨>(2022)

: 1화까지 봤다. 좀 더 지켜봐야할 듯


4.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1화까지 봤다. 좀 더 지켜봐야할 듯



기타 기록

: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두산 야구를 보다가, 우승을 하는 걸 보고 이제 되었다 하고 야구를 놓아주었더랬다. 내년부터 이승엽 감독이 온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야구를 보기로 결정했다(최강야구 클립보다가 스윽 입덕...) 안본 7년 동안 내가 아는 선수들은 거의다 사라졌기에 이제 한 명씩 정을 들여볼 생각.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01&aid=0013505923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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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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