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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an 03. 2023

MZ, 메타버스… 그 다음은 뭔데?

책으로 살펴본 2023 트렌드

* 얼룩소에서 연재하는 글을 아카이브 목적으로 브런치에 모아둡니다.

* 브런치에는 시간차를 두고 업로드 예정이기에, 실시간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출처: unsplash.com

소확행, MZ, 메타버스 그 다음은 뭔데?


매년 11월 즈음이 되면 서점에 등장하는 코너가 있다. 바로 '트렌드 코너'다. 가장 대중적인 〈트렌드 코리아 2023〉를 필두로 내년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전망을 내놓는다. 소확행, 욜로부터 MZ세대,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매년 트렌드 책에는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고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어가는 게 체감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트렌드 책들을 읽다보면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기시감과 억지(?)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이미 해오고 있던 것들이 트렌드라고 쓰여있거나 억지로 만든 신조어에 맞춰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 아닐까하는 야시꾸리한 기분. 트렌드 책을 읽고 숏컷으로 정리해주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블로그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게 트렌드인가 싶은, 그러면서도 뒤쳐질까봐 읽긴 해야되는 아이러니에 나는 빠져본 적이 있다.  

아마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상사와의 대화 모먼트들이 있을 거다. 
높으신 분들이 스윽 던지는 말 한 마디들

2020년, 이제 우리도 그 유투부를 해야하지 않겠나?
2021년, 앞으로는 엠제트(MZ) 세대를 겨냥한...
2022년, 이런 코로나 팬데믹 시대엔 메타-뻐스 가상 세상을...


이 말들에는 어딘가 거리감이 숨어있다. 그들이 나는 이런 거 잘 모르니 젊은 친구들이 잘 알테지. 그러니 잘 해봐. 그들이 옆집 얘기하듯이 던지는 트렌드들은 몸으로 체감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미디어나 책에서 학습한 정보 같았다. 사실 나도 다를 바 없었다. 레퍼런스로 보려고 '2023 트렌드'라고 검색해도 블로그든 웹페이지든 인사이트들 보다는  〈트렌드 코리아〉의 목차와 신조어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홍보 마케터로 일하던 시절 나는 연간 업계 동향보고서를 작성하곤 했다. 유행에 둔감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적었던 나는 다른 동료들을 따라가기 위해서 책은 열심히 읽었고, 3년 정도 연말마다 트렌드 책을 적으면 3권, 많으면 유튜브/MZ 트렌드까지 확장해서 7권까지 보며 보고서를 썼더랬다. 끝까지 트렌디한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하나 깨달은 바가 있다. "트렌드 책은 예언서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소확행, MZ, 메타버스 다음 2023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모른다."라고 답할 수밖엔 없다. 트렌드는 연마다 번쩍 등장하고 한 단어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 중 하나다. 당연하게도 트렌드 책들은 작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향성을 이어갈 포인트들을 잡아내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익숙했던 나도 꽂히는 워딩과 단어를 중심으로 이해하려 했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 제시된 주제들의 맥락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욕망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했어야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참고 도서: 〈라이프 트렌드 2023〉, 〈트렌드 코리아 2023〉, 〈2023 트렌드 노트〉

맥락을 따라 2023 트렌드 심리 읽어보기

올해는 세 권을 읽고, 텍스트의 행간을 읽어보려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는 가장 잘 팔리는 대중적인 트렌드 책이다. 요즘은 전보다 보수적으로 전망을 잡는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기준으로 삼기 좋아서 선택했다.
〈라이프 트렌드 2023〉은 네이버, 구글트렌드를 비롯한 다양한 통계 자료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전방위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골랐다.
〈2023 트렌드 노트〉는 물건이나 사례보다는 행태에서 인사이트를 얻기 좋다. 어떤 맥락으로 요즘 사람들이 욕망하고 소비하는 지 파악하기 좋기에 택했다.
세 권 모두 1년 단위로 나오는 단기 경향을 다루고, 주로 소비 트렌드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아래부터는 세 권을 읽고 내 나름대로 맥락을 만들어 정리한 내용이다. 전문성이 보장되지도 않고, 세 권의 모든 내용을 다 다루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게 있구나 하며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쓰다보니 트렌드 책들에서 상정한 '사람들'이 2030세대인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은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출처: unsplash.com

1. 불황기의 소비 패턴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고, 올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벌어지고, 중국은 도시들을 폐쇄하며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불안정한 세상이다. 끝없이 풀릴 줄 알았던 돈의 유동성도 점점 말라가고,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 금리 인상)을 강행했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찾아오는 와중에 경기침체도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주식, 코인, 부동산 할 것 없이 자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어 영끌족이든 재테크족이든 다같이 박살(?)이 나는 불황의 초입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는 추세다. Flex라는 말로 대변되는 지름과 소비를 통한 과시에서 비소비로 나아가며 무지출 챌린지 등 쓰지 않는 것을 전시하는 짠테크나, 소식 트렌드 등 낭비하지 않는 생활 패턴으로 나아가고 있다(〈라이프 트렌트 2023〉 이하 라이프).

이 과정에서 그간은 체리피커로 불리던 자신이 필요한 것만 취하는 영악한(?) 소비자들이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아고 있다. 체리슈머(〈트렌드 코리아 2023〉 이하 트코)라는 불황관리형 소비자 유형이 등장했는데, 무료 이용권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동 구매를 하거나 구독비를 나눠 지출을 줄이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를 통제한다.

그렇다고 보릿고개를 넘기듯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살지는 않는다. 통신비는 아까워서 알뜰폰으로 바꾸는 한편(〈2023 트렌드 노트〉 이하 노트) 아낀 돈으로 10만 원 짜리 애플망고빙수를 먹거나 1인에 20만원이 넘는 한우오마카세, 1박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스위트룸 호캉스를 즐기는 '스몰 럭셔리'로 구분하여 소비를 하기도 한다(트코).

이처럼 한정된 자원 속에서 나 자신에게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효율성은 효용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나 '미라클모닝', '갓생살기' 같은 현상들은 효율의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노트). 욜로 한탕주의에서 사람들이 별안간에 변한게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큰 변동성으로 흔들리는 세상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상수'인 '나'에 집중하는 까닭이다. 복고 상품이 재출시 되고, 띠부띠부씰로 대변되는 '어른이'를 노린 상품들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현실로부터 잠시간 벗어나 과거에서 위안을 찾는 현상(라이프, 트코)으로도 보인다.

개인이 '나'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생활패턴과 인간관계도 자연히 바뀐다.


출처: unsplash.com

2.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재편하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사무직 종사자들의 경우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이를테면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생활하는 곳 -> 생활하며 일하는 곳)부터 퇴근 후 사라진 회식으로 생긴 개인 시간의 활용 같은 새로운 결정할 것들이 생겼다. 회사에서 현재를 갈아넣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생긴 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더 이상 승진이나 연봉 인상을 위해 모든 걸 바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건 워라밸과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연봉이다. 연봉 인상율을 기다리기보다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는 걸 능력있다고 생각한다(라이프). 일에 대한 개념도 회사에 출근해서 사회생활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가 있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해서 휴양지에서 일하며 쉬는 워케이션이 늘어나고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라이프, 트코). 일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일이고 스스로 갈고닦은 경쟁력과 실력이 있다면 지탱할 수 있는 것인 셈이다.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만연하다고, 사람들이 고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결국 불투명한 미래에 믿을 건 자신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들 불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듯이 급변하는 세상과 고립된 시간 속에 전과 같은 관계 형성을 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우울증이 온 사람들도 많다. 나의 마음에 집중하며 자신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 상담소가 큰 호응을 얻고,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노트, 트코).

관성대로 사람들과 관계 유지를 하면서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아싸 선언을 하고 자발적 고립에 들어 가는 이들도 있고(라이프), 필요도에 따라 친구를 관리하는 인덱스형 관계(트코)가 등장하며, 친구비용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관계는 '노력해야하는 것'이 되었다. 이는 코로나 학번인 대학 초년생들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OT와 MT는 물론이고 비대면으로 진행된 수업 때문에 선후배는 커녕 동기도 사귀기 어려웠다. 본인이 동아리나 학회를 찾아 들어가 쟁취해야 하는 것이기에, 내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트코).

하지만 개인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혼자 있겠다는 건 아니다.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위한 동료가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반려 동물, 식물을 돌봄으로써(노트), 애정하는 것과 취향을 공유하며 함께 덕질하고 디깅하면서(노트, 트코) 느슨한 연대감을 지향한다. 그러한 연결을 통해서 개인들은 '나'의 유니버스를 확장해갈 수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지향하고, 실천하는 지는 SNS를 통해 기록된다. 그렇게 아카이브된 데이터들은 '남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의 시간과 스토리를 아는 팔로워들은 팬이 되는 것이고, 팬들은 기꺼이 내러티브를 돈주고 산다(노트). 이러한 스토리 소비는 빈티지 시계, 차, 수집품과도 연관된다. 오래된 물건이 아닌, 00가 0000년에 000에서 사용했다는 '맥락'을 구매하는 것이다.


출처: unsplash.com

3. 평균이 없어진 세상, 그리고 MZ세대에 대해


몇 년전부터 몸으로 체감하는 TV프로그램 토크를 떠올려 보자. 너 어제 그거 봤어? 라고 해도 통하던 시간은 이미 지났다. TV를 안 보는 이들도 많고, 저마다의 알고리즘에 따라 보는 유튜브 채널도 천차만별이다. 물건이든 가치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것을 원한다. 최적의 효율을 뽑아내는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기꺼이 조립/개조 영상도 찾아본다(노트). 때문에 기업들은 마이크로 새그먼테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선제적으로 필요를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트코).

이제 사람들은 남과 견주어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정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생기고, 공간을 경험하는 등 소유보다는 경험을 바란다(트코). 개인의 힘이 강해지면서 각자 도생이라기보다는 저마다 개성있는 개인들이 함께 공존하는 그림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1인분의 역할이다. 나는 내 역할을 하고, 너는 너의 역할을 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인분씩 해서 무임승차도, 초과근무도 없는 독립성을 원한다(노트).

뭐든지 중간은 가게 하는 것보다 낭중지추가 되어 뾰족한 강점을 드러내는 게 지향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간다. (물론 트렌드 책에서는 이렇게 전망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세상과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직도 삐져나온 못은 망치를 쳐맞는다.)

MZ세대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세 권의 책 모두 이제 그 용어를 그만 씁시다 하는 논조를 띄고 있다. 애초에 M(밀레니엄)세대인 40대와 Z세대인 20대가 같이 묶이는 게 맞느냐는 문제제기가 1~2년 전부터 나오고 있기도 했고, 세대로 규정하기에 구성원들의 삶이 다각화되었다. MZ세대는 요즘 젊은이라는 뜻의 단어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전형성을 띄는 대상이 되었다(노트). 그래서 그 안에 속한 Z세대의 20대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다 걔네는 그런 애들이야로 퉁쳐지는 게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가 퉁쳐지듯, 윗세대로 꼰대나 틀딱으로 명명되는 것도 결국 대상화다. 



결론: 트렌드는 사람을 관찰하는 일


결론적으로 트렌드는 뭐가 대세더라 하고 쫒는 유행같은 게 아니라 우리 주위의 동년배, 다른 세대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생각하는 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내년을 전망한 2023년 트렌드 책 3권에서는 주로 2030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본 것 같다. 그렇다고 직장에선 전성기를 달리는 4-50대, 소비력이 있는 은퇴 세대나 제2, 제3의 생을 계획하는 노년층에게는 트렌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작년에서 올해로, 또 내년으로 이어지듯 늘 진행형이다. 책에서 강조하지 않았다고 삶의 경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평소처럼 혹은 조금씩 행동과 생각을 바꾸며 살아갈 것이고 그 어느 지점이 연구자들에게 포착되어 트렌드로 명명될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맥락이 있고, 행동에는 욕망이 반영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진정성과 애정이다. ESG를 강조하면서 노동자의 처우는 개선하지 않는 기업들에 분노하고, 자신의 콘텐츠에 진심을 다하는 태도를 보이며 소통하는 회사에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하다. 전자는 형식만을 보여주었고, 후자는 소비자/독자/체험자를 사람으로 대하며 실천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진심을 갖고 오늘을 쌓아가는 사람들의 시간들이 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매일 진정성 있게, 애정을 담아 해오던 생활의 시간이 발견될 때, 그리고 공동의 문화적 취향이 되고 친밀감과 교감을 만들 때 트렌드로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닐까. 2023년의 트렌드는 바로 나와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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