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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17. 2019

나를 믿는다는 어려운 말

오늘의 통찰 씨리즈

* 오늘은 방황-모먼트



또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우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할 때가 있다. 대학교 취업 스터디 때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인생 에피소드를 녹여 놓다가 '난 뭐하고 살은 거지?' 함께 한탄하던 친구들은 인제 저마다 직장에 자리 잡고 회사에 대한 현타, 전세로 옮기는 것에 대한 고민, 결혼 준비 같은 얘기를 풀어놓는다.


몇 년 사이 나이도 벌이도 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건. 두 가지인 건 같다.


내가 하는 게 맞는 걸까?
난 어디로 가는 걸까?


확신은 없는데 나이는 먹고 있다는 감각은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 나이까지 이뤄놓은 것도 모아놓은 것도 남 앞에 내세울 것도 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것도 하나 없기 때문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사실 2030에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은 드물고 부족한 상태에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일상이 어쩌면 보통에 가까울 게다. 하지만 조급함과 불안함을 지우기는 어렵고 그래서 힘들다. 나와 친구들은 기대할만한 미래를 그리며 살아온 세대는 아닐 게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서 경쟁하며 매 순간 자신을 증명해왔고 그것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20년 이상 체화해온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경우는 비어있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죽기 전에는 인류에게 선물 하나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포부는 사라지고 매일매일을 견뎌가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애달프다. 어떤 친구는 내게 나이가 먹는 것은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상을 꿈꾸고, 내가 그것에서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괴롭다. 그래서 조급해지고, 조급해질 때마다 나는 작은 일만 행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계획도 미래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난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하는 게 맞는 걸까.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모호할수록 아프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또 천착하게 된다.


나를 믿는다는 말은 꼭 필요하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말 같다.


이번 주말에는 새해 계획을 꼭 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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