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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Feb 05.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2월 1주차

23.01.30~23.02.05

동해 글쓰기 캠프는 성공적이었다. 알차게 읽고, 보고, 쓰다왔다.

2월 24일 마감 공모전은 있는데 되어가는 게 없어서, 국내주식에 들어가있던 마지막 30만원을 꺼내서 일단 동해에 숙소 + KTX를 질렀다. 동해인 이유는 따로 없었고, 그냥 KTX타고 멀리, 근데 이제 강릉-속초는 아닌 동네로 라는 이유뿐이었다. 월요일에 느즈막히 출발해서 첫날은 슬램덩크를 봤고, 화수는 묵호의 어달해변으로 넘어가 죙일 시놉시스만 썼다. 목요일엔 덕취원에서 짬뽕하나 때리고 돌아왔는데 정말 최고였다. 

늘 직언을 해주는 소르피자님은 이번에도 채근(?)을 해주었고, 내심 긴장이 풀릴즈음에 잡아주어서 덕분에 일요일에는 시놉 초고까지는 닿을 수 있었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초고 쓰기에 매진해야 한다. 흐름이 나쁘지 않으니 한번 달려보자.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마음산책, 2022


사는 게 팍팍하니까 그런 말랑말랑할 꿈 꿀 시간 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삶을 원하나, 원하지 않나, 라는 질문에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 <데비 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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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최은영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내 속마음을 들키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이렇게 주저하고, 주저하는 마음을 숨기고 싶고, 숨기려다 보니 뾰족해지고, 뾰족했던 나 자신에 대해 후회하고, 수년이 지난 시간까지 곱씹고, 그러다가 다시 내가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구나. 그 사람에 대해 하나도 몰랐구나. 반복되는 사이클.


대학생 때 그의 작품을 읽을 때는 그저 내가 '열등감'이 있구나. 어느 부분에는 '피해의식'이 있구나 생각했더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10년이 지나 자기 객관화(?)를 해보니. 그저 실패하고 싶지 않아 선택하지 않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더 나아가지 못했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공격하는 게 가장 편한 방식이었다는 것. 이게 더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나 자신을 나아가게 하지 못했는가. 그리고 지금도 못하고 있는가. <애쓰지 않아도>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2. <둠즈데이북 2>, 코니 윌리스, 아작, 2018


"하지만 성녀님은 저를 구원해 주셨지요." 로슈 신부가 말했고 신부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두려움으로부터." 로슈 신부는 콜록거렸다. "불신으로부터 저를 구하셨습니다."

키브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신부의 두 손을 잡았다. 손은 차가웠으며 이미 경직이 시작되고 있었다.

"전 모든 이 중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로슈 신부는 말하며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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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지독했던 1권을 넘어 총 910여페이지 중에 600쪽까지 왔을 때도 저는 의심했습니다. 핍진성에 빠져서 SF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니 이건 너무한건 아닙니까하고. 불신에 빠져 차갑게 냉담할 무렵부터 이야기 풀리더라더니...


이럴거면 2권만 읽어도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떡밥들을 다 회수하고 진엔딩까지 잘 이끌어갔다. 1300년대 중세영국과 2500년대 미래영국을 오가는 긴박한 이야기 속에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인물들의 태도였던 것 같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급박한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서 주변 사람들을 구하려는 태도, 하루에도 몇 번 씩 찾아오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끝까지 도리를 다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풍부한 자료조사의 디테일을 느끼면서, 찬찬히 읽었다면 더 좋았을 이야기였다.


3. <스토리 : 흥행하는 글쓰기>, 오기환, 시공아트, 2020


1. 언제 글이 완성될지 모른다.

2.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부분이 전체 글 중 어디인지 모른다.

3. 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4. 글이 막혀서 멈춘 지 한 달이 넘었다.

5. 이렇게 멈춘 글이 몇 개 더 있다.

6.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겪으면 자존감이 점점 낮아집니다. 창작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작가의 재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글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방식의 오류가 범인입니다. 한데 이를 자신의 문제라 생각하고, 잘못된 창작 방식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나요? 지금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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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일단 이야기를 쓰면 주인공들이 알아서 움직인다는 소설가들의 말을 믿었다. 근데 이제 생략된 말이 있었다. '종착지를 정해두면'이라는 말. 목적지 없이 풀어놓으면 알아서는 움직일지어도 이야기가 되지 않거나, 어디 카페 같은데 짱박혀서 어떤 상태로 존재하더라. 오기환의 공식을 적용해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는 중이다. 이번 건 무조건 완결까지 갈 것이다.



4. <몫>, 최은영, 미메시스, 2018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 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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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2018년 시리즈가 나오자 마자 사서 읽고, 5년만에 다시 잡은 책. 나는 책 끝을 접어가며 읽는 편인데, 그때 접었던 부분과 지금 접는 부분이 달라졌다는 건, 지나온 시간만큼 나도 변한 것이겠지.


핍진성 짙은 교지 편집부 이야기 만큼이나 가슴에 남은건 최은영 작가의 인터뷰 파트였다.


Q. 최근의 화두는? (2018년 9월 시점)

나와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이다. 나를 방치했던 시간이 길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나를 비난하고 괴롭혀 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편안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알아 가려고 한다. 더 이상 내가 나를 무시하고 방치하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


왜 그의 글을 읽으면, 내 마음을 들킨 것 같고 그래서 때론 기분나쁘기까지 했더랬는데, 그건 나도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다만 솔직하게, (그것도 굉장히 좋은) 글로 쓴 사람을 좋아하고 또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애증의 마음 같은 것이었나 싶더라. 5년전에는 보이지 않던 저 QNA가 눈에 들어오고,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하나는, 나만 저런 고민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다른 하나는,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구나 하는 애닲음. 어느쪽이든 나의 상태는 '나를 사랑하지 않음'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영원히 머물러 있진 않을 거다. 최은영 작가가 결심한 것처럼, 나도 나의 방식으로 나를 알아가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모먼트.



5. <나는 해낼 수 있다>, 보도 섀퍼, 소미미디어, 2023


마크는 카를에게 그가 날마다 수천 가지의 일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크는 그 수천 가지 중에서 그가 잘 해낸 일이 다섯 가지도 안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카를은 단 한 번도 이런 시각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이제 카를은 자신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순서대로 돌아보았고, 자신이 날마다 매우 많은 일을 잘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지 그동안은 자신이 이 일들을 성공이라고 평가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자신이 정말로 좋은 능력을 지녔고, 이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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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이번주 내내 매달리던 공모전 제출용 소설이 안풀려서 자존감 회복을 위해 읽게 된 책. 또 포기하려던 시점에 만난 시기적절한 책이었다. 인용한 부분을 보면서 놀란 것은 평소에 소설이든 인생이든 직언을 해주는 친구가 전에 해줬던 말과 똑같았다는 것.


요즘 나는 불안하고 조급하다. 모아둔 돈이 떨어져 가고, 내게 온전히 글 쓰고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비난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돈과 연관되지 않는 지금의 생활을 평가절하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실패자고, 전처럼 실패를 반복할 것이고, 그렇게 나 자신을 또 갉아먹으면서 실패자가 되어가는 시나리오. 또 반복할 뻔했다.


유튜버 신사임당이었던 주언규 PD가 한 콘텐츠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하다가 벽을 만났을 때, 본인은 그것을 견디면서 넘어갈 때 이런 생각을 한다고. '지금 내 앞을 막는 허들은, 남들에게도 분명 이 시점에 나타날 허들이기에 지금 넘어선다면 경쟁자들을 막아주는 든든한 배리어가 될 거다.'


나는 번번히 허들을 만나면 포기했고, 끝까지 가지 못하고 난 안 될 거야 사이클로 돌아왔다. 그건 직언을 해주던 친구가 '일단 완성까지 가고 얘기해라'라고 하던 말과도 연결되더라(통찰력 무엇...). 그래서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고 나와 약속했던 내일까지는 망하더라도 완결까지 플롯을 짜고 잘 것이다. 아니, 망하지 않을 거고 내가 잘해온 방식으로 끝까지 완성해서 허들을 배리어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화이팅



본 영화

다 본 시리즈

1.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주변에 3040 아저씨들이 열광하는 게 사실 와닿지는 않았었다. 라이브로 보진 못했고, 한 3년 전쯤에 대원비디오 더빙판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따라갔으니까. (그래서 영화도 더빙으로 봤다. 강수진 성우님은 여전히 강수진을 연기하고 있었다)


포기하면 그대로 끝난다는 명대사부터, 영감님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왼손은 거들뿐 같은 수많은 명장면들이 한 경기에 있던 것이라는 게, 왜 아저씨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지 왠지 알 것 같았다. 특히 마지막에 정적은, 공백이 주는 힘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경이로움을 주더라.


경기 끝나고 산왕이 라커룸으로 가면서, 눈물 흘리는 현필이와(현필아 울지마 ㅠㅠ 미안해하지마 ㅠㅠ) 정우성의 장면을 보면서, 작년 롤드컵 결승이 끝난 후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오열하던 티원의 케리아 선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 전력이면 몇 년은 더 결승에 올텐데... 아직 나이도 어리고 기회도 많을텐데... 왜이렇게 서럽게 울어? 싶었는데, 모든 것을 다 불태운 사람만이 그렇게 울 수 있는 거였구나. 새삼 깨달은 모먼트.


2.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2012)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책으로 봐야지 마음만 먹고 너무 두꺼워서 엄두를 못내다가... 숙소에서 잠이 안 와서 보게된 영화. 유튜브에서 무기를 향해 다같이 달려가는 장면은 여러번 봤지만, 이런 세계관의 이런 이야기라는 건 몰랐었다.


주인공 캣니스의 용기와 실행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는데, 각자도생의 세상에 놓였을 때, 최선과 차악의 선택들을 쌓아가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일품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주최측에서 중단하지 않았다면 파멸이 일어날뻔.


계급과 생존과 TV쇼가 합쳐진 신박한 이야기. 내 세대가 해리포터, 헝거게임 같은 성장-모험물에 열광했다면(애석하게도 나는 해리포터를 안 읽었다), 다음 세대의 성장물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본 이야기


3.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2013)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1편이 헝거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임팩트가 있고, 내용도 쩐다.. 생각했다면 2편은 큰 서사의 거쳐가는 에피소드 + 올스타전 느낌이었다. 게임의 우승자 투어를 하는 캣니스(와 피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항의 상징이 되어버렸고, 그걸 통제하고자 캐피탈의 스노우는 가불기인 헝거게임 올스타전을 개최해 캣니스를 없애려 한다.


다만 헝거게임 내의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을 넘어서, 계급투쟁과 국가의 탄압이라는 세계관으로 진입하는 점에서 필요한 서사이긴 했다. 룰브레이커 캣니스가 어떻게 게임을 파괴하고 저항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는 지도 볼만한 포인트.


영화가 다 나와있어서 쭉 몰아보니 참 좋다. 이걸 매년 기다렸을 생각하면서 봤다 생각하니 2편을 보고나서는 아니, 다음편 언제나오냐고요! 했을 터... 다음편도 얼른 봐야지.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명탐정 코난 : 범인 한자와 씨>(2022)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명탐정 코난의 스핀오프. 매일매일 사람이 죽어나가는 도시 도쿄의 베이카초. 그곳에 죽일 사람(?)이 있어 상경한 한자와 씨는 끔찍한 그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매일 벌어지는 사건사고로, 유류품이 넘쳐나고, 살인 사건이 난 사고매물이 부동산의 대부분인 지옥의 도시(?) 베이카에 평범한 범인 한자와 씨가 설 곳은 별로 없다. 올라오자마자 사기를 당하고, 월세를 벌기 위해 취직한 비디오 대여점은 첫날 점장이 죽어버렸다. 동료라는 탐정놈들은 맨날 일을 떠넘기고 도망가고... 선량한 범인 예정자 한자와 씨가 보기에 코난 세계관은 완전 정신나간 공간이었고...


영상 길이는 짧지만, 짚어야할 코난 세계관의 재미포인트들은 거진 다 체크한 재밌는 스핀오프였다. 시리즈물로 더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역한 구석이 있다.



기타 기록

: 지난 수년간, 또 퇴사 후에 인풋을 원없이 하면서 '스토리 분석 노트'를 만들었다. 

올해는 반드시 한 편을 완결하고 싶은 글쟁이들을 위한 스토리 분석 툴이고,

이걸로 공부하다보면 잘 팔리는 이야기, 스테디셀러, 세계문학, 내가 좋아하는 문학은 어떻게 쓰였는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용

https://tumblbug.com/pimo1



: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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