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Feb 13.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2월 2주차

23.02.06~23.02.12

열심히 쓰다보니 첫 허들에 봉착했다.

동해 글쓰기 캠프의 여력으로 열심히 달렸다.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적금을 깼고, 조금 슬펐다. 그 슬픔을 동력으로 열심히 쓸 줄 알았는데, 기분 레벨만 떨어지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초고는 제출기준으로 200자 원고지 182매 / 350매까지 왔다. 이번 주 열심히 달리고, 퇴고 한 번해서 낼 것이다. 허들에 봉착했다는 건, 매번 겪었던 아... 맘에 안드는데... 하면서 그만쓸까 하는 마음일지언데, 이번에도 안내고 그냥 중도포기하면 정말 이도저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이거 너무 노잼인데... 진짜 아닌데... 싶어도 그냥 낼 거다. 한 단계 매조지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거다.

오늘도 사실 오후 늦게서야 집에서 나왔다. 기분이 계속 다운된 상태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해 기점으로 조금 나아진게 있다면 더 이상 기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이 망한 기분을 깨고 나와 반이나 남은 오늘을 구하려고 움직인다는 것 같다. 할당량까지는 못할지 몰라도, 직시하고 허들을 넘어보자.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김이설 外, 작가정신, 2022


그래서 나는 이 작업 일지를 올리는 걸 멈출 생각이 없다. 작업 일지를 쓰기 위해서라도 매일 쓰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전후 과정이 뭐 중요한가. 여하튼 열심히 쓰겠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 김이설-


인정과 단념. 나는 내가 쓴 문장을 끝까지 의심하면서도 수정을 멈춰야 한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완성을 알면서도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비스듬히 어긋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다소 허무한 결론에 다다르더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쓴 뒤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나란 인간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타인의 삶을 상상해보고 어떤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나는 그것을 하기 이전과 미세하게 다르다. 소설 쓰기와 소설 읽기는 나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 최진영 -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3박4일 동해 글쓰기 캠프를 마치고, 다시 일상에서 글쓰기를 하려니 핑계들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마음을 다잡을 겸 현역 작가들의 '쓰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찾았다. 23명의 소설가가 저마다의 색으로 표현한 소설에 대한 생각은 뭐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학뽕에 한참 취해있던 10년전이었다면 좋아했을 문장들이, 지금의 내가 읽을 때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달까. 역시 소설은 자의식으로 쓰는구나 싶은, 스스로의 멋에 빠져있는 프로들의 글을 보면서 예전에는 쩐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면, 조금은 시큰둥해진것 같다.


외려, 현실과 맞닿아있는 에세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영향을 많이준 글은 김이설 작가의 '글쓰는 루틴'과 '작업 일지'에 관한 글이었다. 매일 카페에 출근해서 하루에 6시간 글쓰기, 2시간 걷기라는 규칙을 지킨다는 말에 나도 꽂혀서 @hako_eyoma_story 계정을 싹 밀고 작업일지 채널로 바꿨다.

http://www.instagram.com/hako_eyoma_story


여담이지만, 오늘 아침에 본 유튜브 영상 하나가 오버랩되었다. 월클_월급 해방일지 라는 채널인데, '사소한 것들이라도 1년, 2년, 5년 매일 쌓아간다면' 그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희소함이 된다는 메시지의 영상이었다. 새삼 오늘 하루의 작업, 오늘 하루의 기록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모먼트였다. (생각해보니 나는 2018년부터 매년 100~150권 사이의 책을 읽어오고 있는데, 햇수로 5년차에 접어들고 보니 하나씩 떼어보면 별 것도 아니지만 5년이 채워지니까 힘이되는 걸 느끼는 것 같긴하다.)


김이설 작가의 그러한 누적의 힘이 더 돋보였던 건 아무래도 '소설가'에 대한 환상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소설가들도 '재능', '멋'이 강조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개개인이 각자 노력을 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든 사람들일 테지만, 보여지는 이미지는 재능이 있어서 영감을 받아서 뙇 멋진 글을 쓰는 유니콘 같은 느낌. 그게 요새는 부럽지가 않다.


가장 좋았던 글 중 하나는 최진영 작가의 파트였다. 어떻게든 글을 시작했다가 길을 잃고, 이리 저리 방향을 틀다보니 첫 구상이랑 멀어져있는, 그리고 뭔가 어색하고 부적확한 무언가가 나왔는데, 그럼에도 마침표 찍고 완성해야한다는 말이 좋았다. 완벽 따지다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처럼 써야지 마음먹고 초고하나 쓰지 못한채 10년이 지나버린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


다행히 어제는 동해에서부터 달린 시놉시스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리뷰를 마치고 나서는 본격적인 초고 쓰기에 들어간다. 100퍼센트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어딘가 아쉽더라도 끝까지 써보자. 그게 이번 글의 다짐이다. 공모전에 투고하고, 마진을 크게 남겨보자.


+a

쓰려다가 잊어버려서 못쓴 부분 추가


한겨레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은 수강생의 습작들을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한다고. 직업으로의 작가보다는 '쓰는 사람'이라는 상태에 가까운게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다.



2. <넷플릭스처럼 쓴다>, 낸시 크레스, 다른, 2020


작가는 자신이 발견한 세계의 디테일을 전부 사용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 디테일을 몽땅 집어넣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심지 밖의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길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는지, 인물이 들어가지 않은 방에 무엇이 있는지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 인물이 어떤 사람이며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한층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세계에 관해 은연중에 비치는 작가의 지식,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일관성으로부터 더 좋은 이야기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어제 현승원 대표의 유튜브 강의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용의 요지는 '자신이 하기에 즐거운 일을 찾고, 그 분야의 최고들의 방법을 모방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성공에 닿을 수 있다. 독창성은 그 다음 문제다.'였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작가, 그중에서도 픽션을 쓰는 스토리작가나 시나리오, 드라마, 소설을 쓰는 그런 사람들은 재능과 번뜩임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근데 회사 관두고 이쪽 공부를 하다보니 알게되는 건, 창작도 결국 모방을 준내 하다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몇가지 고정관념이랄까, 편견이랄까. 작법에 대한 몇 가지 환상이 있었다. 이를테면 캐릭터를 만들어놓으면 걔들이 알아서 움직여서 작품을 완성한다. 겪어보니 반만 맞는 말이었다. 알아서 움직이기는 하는데, 결말 안정해놓으면 완성을 못하게 궤도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다른 것이라면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지만, 독창적인 이야기는 있다는 것. 모방=표절이 아니다. 남의 것을 통째로 갖다쓰는게 아니라, 자기계발씬에서 타이탄의 도구들을 빌려다쓰듯 이것저것 다 따라해보다보면 뭐가 나온다는 거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결과는, 페이스북 같은데 나 글 좀 쓰는데 세상이 못알아본다고 똥글 쓰는 자의식 쩌는 (실상은 정말 못쓰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 레퍼런스란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될 것 같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에서 자리 잡은 스토리텔러들이 한마디씩 얹은 것을 모아 만든 책이기에, 모든 말들이 나와 통하지는 않는다. 다만 몇몇 부분은 따라하고 싶은 부분들도 있더라. 책에서 좋은 정보를 뺀다기보다는, 스토리를 만드는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책.




본 영화

다 본 시리즈

1.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이걸 몰아보고 있으니 망정이지, 필요한 연결고리일지어도 1년 기다려서 극장에서 봤으면 실망했을 것 같다. '헝거게임'이라는 잔혹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군부독재에 타도하는 은유적인 세계관으로 진입하는 초입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지하생활 속에 선전물이 된 캣니스, 더 파이널에서는 어떻게든 결정나겠지.


2. <헝거게임 : 더 파이널>(2015)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캐피톨로 입성하는 과정, 특히 환풍구 같은데서 괴물 친구들 뛰어나올 때는 끄고 싶었지만, 막판에 스노우 처형씬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캣니스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영화 네 편을 따라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이 정도만 마무리해도 성공이겠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피타가 불쌍하잖아! 라는 생각을 계속하다가, 막판에는 그래 이게 다 어른들의 문제지. 청소년들도 아이들도 명분도 이유도 없이 죽어가고, 헝거게임에 투입되고 하는 이 모든 게 다 어른들의 문제지. 생각하면서 어른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모먼트


3. <바빌론>(2022)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기분을 좋은 방향으로 돌리려고, 여덟시에 충동적으로 예매를 때리고 보러갔다. 3시간짜리 인줄은 알았지만 꽤 길긴하더라.


영.화.조.아. 를 3시간으로 답하면 바빌론이 아니었을까. 근데 이제 라라위플래시랜드 절망편을 곁들인.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으로도 '영화최고!'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 덧)

이 날은 마지막 적금을 깨던 날이었고, 기분이 최악이어서 아무것도 못했던 날. 8시쯤 되어야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급히 영화를 예매했고, 가장 마지막 타임에 있던 이 영화를 골랐다. 상영관엔 나 혼자 뿐이었고 문열고 들어가서 문닫고 나왔다. 사람의 기분이 컨디션은 물론이고, 일상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절절히 깨닫는다. 그래도 복기를 하다보니, 지난주의 나도 어떻게든 기분을 돌려 기본선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했구나 하는 모먼트가 보이니 다시 동기부여도 되고 좋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역한 구석이 있다.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2. <메니페스트 시즌 1>(2018)

: 1화의 설정이 신박하고 재밌어서 따라가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 9화를 못넘어가고 있다. 몬가... 연기의 문제일지, 계속 뿌려대는 떡밥의 문제일지... 아니 <다크>는 떡밥을 시즌단위로 뿌려도 몰입했던 거보면 다른 문제일 거 같은 기분.



기타 기록

펀딩에 참여해주신 분들 덕분에 500%를 달성했다. 이번주에 마감이다. 감사할 따름. 

다시 열심히 분석하고, 쓰는 생활을 할 테다.


지난 수년간, 또 퇴사 후에 인풋을 원없이 하면서 '스토리 분석 노트'를 만들었다. 

올해는 반드시 한 편을 완결하고 싶은 글쟁이들을 위한 스토리 분석 툴이고,

이걸로 공부하다보면 잘 팔리는 이야기, 스테디셀러, 세계문학, 내가 좋아하는 문학은 어떻게 쓰였는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용

https://tumblbug.com/pimo1



: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2월 1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