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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Feb 19.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2월 3주차

23.02.13~23.02.19

공모전 제출까지 거의 다 왔다. 되어가는 기분이다.

이번주는 내내 '되어가는 기분'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있었다. 소설 쓰기가 '영감에 의해 받아적는' 재능보다는 '기술적으로 조립하는' 영역에 있다는 걸 깨달은 한 주였다. 기억에 남는 대화는 셋이나 있었다. 


하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J. 그와 이야기하면서 마음에 남긴 키워드는 '기술의 연마', '문제작을 만들자'. 다만 꾸준히 배울 용기가 있고, 의지가 있고, 노력이 있다면 내 것은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그에게서 얻었다.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한 노동'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세상이 등돌리고, 무시해도 나만은 나의 것을 지켜줘야한다는 기본을 잊었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자주 연락하는 외국나가 사는 S(소르피자). 그 양반은 한결같다. 한결같이 채근하고, 한결같은 스탠스를 취한다. 그러나 그런 광기가 있는(?) 성실성과 항상성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 지난 주에 카페 글쓰기 2페이즈를 두번이나 한 건, S가 핑계를 대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에 자극을 받아서도 있는 것 같다. 늘 고맙다.


마지막은 1년에 한 달 정도만 연락이 닿는 오랜친구 W. 내 인성의 밑바닥까지 본 녀석이라 닿는 부분이 많다. 1시간 반정도 통화하면서 기억나는 화두는 '되어가는 기분'과 '나를 지키는 것'이었다. 어쩌면 J와 나눴던 대화와 바운더리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다음주 공모전 마감까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딘가 이건 좀 잘 될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이 드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확신갖고 말하지는 않지만 나는 알고 있는 그런 것. 딱 그정도의 감정이라고 W에게 이야기하니, 그는 본인이 CPA N회차때 그런 느낌이었다고 그러더라. 이미 안에서는 알고 있는, 그러나 확정은 아닌 그런 때를 두고 '이제 달릴 때네'라고 말했다. 그냥 달리면 목표에 도착한다고. 그 말이 큰 위로가 되더라. 그래서 끝까지 마저 달려보겠다고, 달리고 달려서 종국에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복수하자고 다짐했다. 그 다음은 업무과중인 그에게 내가 그러다 공황우울 온다고, 너 자신을 지키라는 그런 맥락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봐도 참 반가운 친구.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또 무너지고, 또 관두고 싶고, 또 어쩐지 후져보이는 내 작업물들을 보고 포기하는게 낫지 않나 하는 마음도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된다. 그렇지만, 그냥 믿어보기로 했다. 믿고, 평소처럼 더 쓰고, 다시 믿고,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완주까지 달려볼 생각이다. 결과가 잘 될 거라고 믿는다. 이번엔 견고하게 쌓여가는 느낌이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2022


"만날 수는 없다 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끈이 아무리 길어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더구나."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J와 만나 밥을 먹었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기억에 남았던 얘기 중 하나가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영감이나 재능으로 쭉 끌고나가는 창작(혹은 예술 활동)과 별개로 기술로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 그리고 기술에 있어서는 배움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 나는 공감했고, 내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선생의 책을 잡은 건 꽤 오랜만이다. 아마 <용의자 X의 헌신>과 <플라티나 데이터>가 마지막이었던... 피하려고 하던 건 아니였고, 그냥 손이 안갔다는 게 맞았다. 뭔가 조립식으로 찍어내는 공장장 이미지 때문에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장편 소설을 구상하고 쓰면서 맞닥뜨린 벽이 있다면 '쓰고 싶은 건 있는데, 어떻게 써야하지...?' 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런면에서 내게 큰 도움을 준 책이기도 하다.


또 살인은 일어난다. 다만, 범죄자를 쫓는 모험이라기 보다는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류의 얽히고 섥힌 막장드라마(?) 쪽에 가까워서 더 재밌었다. 얼추 잡아도 5~6명의 인물이 메인 서사에 엮여있고, 나름의 관계들의 정리도 잘 되어있다. 일본어 이름이 낯선데도 캐릭터들이 딱 눈에 들어오는게 참 잘쓰였다고 생각한다. (막 대단하게 개성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저마다의 욕망을 갖고 잘 작동한다에 가까운 의미)


이 책을 읽고나서 쓰던 것을 돌아보니, 어째 보여주기보다 설명으로 도배되어있는 상태였고... 기술을 좀 빌려와서 읽는 사람이 흥미를 끌만한 구성으로 재배치해야겠다.




2.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유유히, 2023


참석자들의 지성이나 선량함과 관계없이, 문학 출판계 인사들이 모이면 어쩔 수 없이 패배주의적인 분위기가 깃드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안 읽고, 우리가 뭘 해도 그런 추세는 바뀌지 않을 거야, 뭐 그런. 신문기자들을 만나도 비슷한 공기다.

그러다 영화나 드라마 기획자들을 만나면 그들의 씩씩함이 반갑다. 벌이고자 하는 모험의 규모도 크고 도전의 성격도 신선하다.

(...)

영상업계에서 일하게 된 한 소설가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거칠다고 촌평했는데, 나는 반대로 문학 출판계 인사들이 다소간 식물성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

그렇다면 문학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보여주기가 아니라 말하기가 소설의 진짜 힘이고, 소설이야말로 사유와 사변을 담는 예술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영상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뒤로 나는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길게 웅변을 하거나 한 문제를 골똘히 고민하는 장면을 집어넣는 것을 더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조금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나의 소설 쓰기는 이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가 당의정을 씌운 소설가의 일일이라면(물론 글마다, 작가님마다 편차가 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당의정이 없는 오리지널 정로환 같은 느낌(?)이었다.


소설과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고 얼마간의 환상은 거둬줘서 좋았다. 작가는 영감의 신에게 점지받아 신탁을 내려쓰는 무당도 아니고, 재능을 불태워 쓰는 천재들도 아니었고, 취재를 하고 공부를 하고 의지를 발휘해 원고를 채워나가는 월급사실주의자라는 개념이 현실감있게 와닿았다는 점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또 공모에 낼 글을 쓰면서 '효용'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맨바닥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한발씩 나아가는, 그러나 되어가는 기분 속에서 된다 한들 돈을 못벌텐데... 하는 나도 모를 패배주의도 같이 묻어나왔더랬는데, IP개념으로 소토리에 접근하니, 다시 희망과 용기가 생기는(?) 그런 모먼트도 오더라.


열심히 써서 완결을 짓자고, 꺼져가는 불에 장작을 넣어준 책이었다.



본 영화

다 본 시리즈

1. <하나-비>(1997)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소나티네>를 보았다면 <하나-비>는 봐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자기 전에 봤던 영화.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하면 <소나티네>일 것 같다. 기타노 다케시 아저씨의 단 한 가지 표정 연기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는 것 같다. 대사도 별로 없다. 근데 뭔가 오는 느낌.


과시하지도 드러내지도 확장하려하지도 않고, 딱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자신의 색을 뿜어내는 게 좋았다고 해야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내는 내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냥 내는 내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쓰다보니 남 눈치를 보거나, 견주지 않고 단 한 사람, 그 하나에만 모든 걸 거는 것이 그런 몰입도를 주는가 싶기도 하고.


미술과 음악도 좋았는데, 특히 그 다리다쳐서 형사 관두신 분의 점묘화들은 거진 다 좋았다. 붓이 아닌 마카를 선물해준건 신의 한수였던 것. (아닙니다)


어쨌거나 많은 생각이 든다. 레퍼런스, 기술의 연마, 인풋과 아웃풋. 오리지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확실한 건 영감에서 오는 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타노 다케시 아저씨 얼굴은 꿈에서 나올 것 같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역한 구석이 있다.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2. <메니페스트 시즌 1>(2018)

: 1화의 설정이 신박하고 재밌어서 따라가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 9화를 못넘어가고 있다. 몬가... 연기의 문제일지, 계속 뿌려대는 떡밥의 문제일지... 아니 <다크>는 떡밥을 시즌단위로 뿌려도 몰입했던 거보면 다른 문제일 거 같은 기분.



기타 기록

: 펀딩이 성황리에 끝났다.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수년간, 또 퇴사 후에 인풋을 원없이 하면서 '스토리 분석 노트'를 만들었다. 

올해는 반드시 한 편을 완결하고 싶은 글쟁이들을 위한 스토리 분석 툴이고,

이걸로 공부하다보면 잘 팔리는 이야기, 스테디셀러, 세계문학, 내가 좋아하는 문학은 어떻게 쓰였는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용

https://tumblbug.com/pimo1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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