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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r 06.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3월 1주차

23.02.27~23.03.05

동해 소설캠프 2회차 + 돌아와서 급체

동해로 다시 3박 4일 캠프를 다녀왔다. 매스터피스급으로 괜찮은 시놉을 구하진 못했다. 얻은 건 재료정도.

돌아와선 급체로 이틀간 누워있었다. 마음이 흉흉할 때, 불안해서 어찌할 줄 모를 때는 내 유튜브 시청기록이 N월 운세와 타로 리딩으로 가득찬다. 지난 일주일은 꽤 밀도있게 내 미래에 대해 제너럴 리딩을 보았더랬고, 지겨울만큼 보고왔으니 다시 평정의 레벨로 마음 상태를 유지시키고 할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주간인풋일지 마저 쓰고 바로카페로 출근할 예정.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사랑의 이해>, 이혁진, 민음사, 2019


늘 짓눌리고 답답하던 굴레는 미경이 자신에게 씌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뒤집어쓴 것이었다.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뭐라도 돼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렇게나 자기는 다르다고, 그저 그런 남자새끼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처참하게 똑같았다. 미경을 속였고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행복이라는 마네킹을 비추는 것 같던 거짓의 그 밝고 좁은 조명은 기실 처음부터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사랑 이야기인가 했더니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계급에 관한 이야기였다. 미경-상수-수영-종현은 저마다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란히 걸을 수 없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고, 그래서 차이가 생기고, 그래서 함께하는데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다른 사람들이 쓴 <사랑의 이해> 리뷰들을 보면 이해하다의 이해로 시작해서 이해관계를 따지다의 이해로 끝난다는 것들이 많다. 동의한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관성을 거스르며 사랑하는 사람의 주파수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큼은 그런 이상은 실현되지 않는다. 내용 줄거리만 보면 그저 블라인드에 올라올 법한 썰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있더라. 드라마가 더 재밌다 던데 시간 날 때 봐야겠다.



2. <더 프랙티스>, 세스 고딘, 쌤앤파커스, 2021


창의적인 사람이라서 작품을 선보이는 게 아니다.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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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어째 말하는 논조가 <린치핀>느낌이 난다더니, 그걸 쓴 세스 고딘의 책이었다. 책의 요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영감 기다리지 말고, 일단 뭐라도 시작하라.'


아직까지 성과는 나지 않았지만 매일 스톱워치를 들고 카페로 나가 글을 쓰고 시간을 기록하는 일을 한달 정도 해보니(@hako_eyoma_stroy)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여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내가 깨달은 바는 크게 3가지였다.


하나, 글쓰기는 느낌이 아니라 기술이다.

: 번쩍이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것을 기록해두었다가 사람들에게 보여줄만한 콘텐츠로 다듬어 세상에 내보이는 사람은 드물다. 다듬는 과정에서 최초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별로라는 걸 자각하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역겨움을 극복해가는 느낌으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 그러나 그 느낌을 살려 세상에 내보여 평가를 받는 사람은 세스 고딘의 말마따나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에' 창의적인 사람이라 불리는 거다.


둘, 영감은 후행적이다.

: 영감이 찾아와서 시작부터 날아가듯 글을 쓴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외려 시놉시스로 조립법을 대강 만들어놓고, 4시간 정도 이케아 가구 조립하듯이 어느정도 맞춰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감은 그때 찾아오더라. '기분 좋음'의 상태 어쩐지 뭐든 다 잘될 것 같고, 나에 대한 믿음이 확 올라오는 라이터스 하이. 그렇지만, 매일 오는 건 아니었다. 내가 할 일은 그저 매일 스톱워치 들고 카페가는 일이다. 시도 횟수를 늘릴 수록 습관이 될수록 영감이 찾아올 확률도 높아지니 말이다.


셋, 되어가는 기분이 주는 자기만족감

: 이영재 시인의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라는 시집 제목만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아니다. 말그대로 내가 정해놓은 시작으로부터, 종착까지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다. 향상이 아닌, 할당을 다 해가는 느낌. 매스터피스를 쓰고 싶어했고, 세상이 다 뒤집어질 대작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시절에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아적는다는 개념으로 하루에 a4 20-30p도 썼지만, 대개는 결말을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정도 속도는 낼 수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는 이게 되어간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는, 확신과 만족감의 작업이 되어 간다는 점에서 좋았다.


프랙티스도 같은 개념이다. 하다보면 된다. 평가받고 또 고쳐서 내놓고, 지금 하나에 모든 걸 걸지말고, 과정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MKYU의 김미경 선생님의 "10%만 완성되면 일단 들고 세상에 나가세요."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완벽, 완성, 언젠가 찾아올 매스터피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좋아하는 작품의 장점을 내것으로 만들고, 모방하면서(표절은 ㄴㄴ) 나를 키우다보면 내 자리가 있다는 것.


네 줄 요약하면


일단 나 자신을 믿고,

'남들에게 도움될만한 것'을 만들고

세상에 내보이고, 고치고, 또 내보이자.

언제? 바로 지금부터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동기부여를 해준 책.



3.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해냄, 2001


일관된 목표의 추구 없이 일관된 자아를 만들어나가기는 어렵다. 뚜렷한 목표의 의식을 가지고 에너지를 제대로 투입해야 한 사람의 경험에 질서가 생긴다. 예측이 가능한 행동, 감정, 선택에서 드러나는 이 질서는 시간이 흐르면 개성 있는 '자아'로서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

우리가 어떤 대상에 흥미를 느끼는 건 그만큼 거기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글 쓰러 동해까지 왔는데, 자꾸 자기복제로 돌아가고 글도 안 풀려서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빠르게 읽은 책.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인사이트들이 있었다.


하나는, '심리적 엔트로피'라는 개념이었다.


무질서를 의미하는 엔트로피를 마음에 대응하면,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것에 몰입하지 못하고 슬픔, 고민, 걱정 같은 것들에 의해 집중이 흐트러진다는 것. 대개는 아무런 목표도 없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목표가 있으면, 예측 가능한 행동과 감정을 선택할 수 있고, 이것은 생활에 질서를 가져다주어 안정감을 준다는 것.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드백, 즉 진척상황을 보면서 더더욱 집중하고 싶은 하나에 몰입할 수 있다. 얼마전 소설을 쓰며 느꼈던 '되어가는 느낌'이 아마도 이 것과 가까운 감정상태가 아닐까 싶다. 목표인 350매까지, 처음과 끝을 정해놓은 시놉시스를 따라 채워가니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확인도 되고, 반복되는 활동을 매일 하니 질서도 생기고 하는?


둘은 자기목적성이다.


쉽게 풀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잘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외부의 보상이나,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서 하는 게 아니라 그 활동 자체에, 그 경험 자체에 몰입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높은 동기를 준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좀 고민이 있다. 7~8년전 처음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이게 100%였다. 글을 쓰는 동안 치유도 되고, 성장도 하고, 재미도 있던 시기였다.(아웃풋이 어찌되었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잘한다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내가 남들보다 잘한다의 개념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보다 글을 쓰는 일을 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에 가깝다. 재미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입장은 아니고, 내 안에 있는 마음의 샘에서 이야기를 퍼나르는 그런 느낌도 아니다. 메마른 우물을 박박 긁어서, 이게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하는 것들을 어거지로 끌어내는 느낌. 근데 이제 이게 어쩐지 내 생계를 책임질만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만 가득한 상태.


보다 '글을 쓸 때 행복해'라는 상태가 되도록 설계를 해야 더 나은 아웃풋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이 책의 결론부로 '우리가 하는 행동의 영향'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타성으로 굴러가는 엔트로피, 가장 손쉬운 길을 택하며 저급한 수준의 원리를 좇아 움직이는 악에서 저항해, 질서를 지켜나가고 공동선을 지향하는 '선'과 '덕'의 영역으로 맞서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요 몇 년 나도 손쉬운 성공, 빠르게 부자되기 같은 키워드에 꽂혀서 그것들을 좇았다.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딱 손쉽게 포기할 만큼만 도전했기에 약간의 손해만 보고 나올 수 있었다. 그걸 하는 사람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쨌든 방법을 찾아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 노력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다만,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빠르고 영리하게, 또 기민하고 상황에 맞춰서 대응하는 건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었다. 마케팅과 홍보일이 매 순간 힘들었던 것도 성향의 차이인 것 같다.


무질서한 세상을 더 무질서하게 하는 통치자들이 세계 곳곳에 있고, 거기에 쓸려 각자도생하며 휩쓸리지 않도록 아우성치는 게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인가 하면 아닌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기 확신이 부족하기에, 확언을 하진 못하겠다.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영감을 주고, 가치를 주는 일을 지향하는 게 옳은 방향인 건 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보다 괜찮은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 존재가 되길 바란다.


더 공을 들이고, 고민하고 몰입해서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본 영화

다 본 영화

1.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봐야지 찜꽁해놓고 미루다가 마침내 본 작품. 후회는 없다.


내적으로 보면, 나우시카라는 용기 있는 캐릭터가 돋보였다. 압도적인 악력과 근력, 그리고 담력으로 고공비행을 하고, 액션신을 소화하며 평화를 수호하는 일관성이 2시간 내내 몰입을 하도록 도왔던 것 같다. (이 세계관의 공주들은 신체능력으로 승부한다)


부해가 만들어지고, 자정작용을 하는 곤충 친구들 사이에 인간놈들은 다시금 지들 편한대로 세계를 재편하려 한다. 자연을 건드리는 건, 다시 곤충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그 분노로 말미암아 문명은 또 파괴되고, 죽은 오무들로부터 부해가 또 만들어지는 악순환. 역사의 경험이 있어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아니 의도된 실착을 다시금 반복한다. 아바타2에서 실망했던 포인트가, 내 가족 지키기 위해선 일단 내 머씬건을 받아라, 두두두두두두, 다 주겼다! 하는 마지막 액션신이었다면,


나우시카의 거신병 VS 오무, 인간 VS 오무, 그리고 나우시카 VS 오무라는 구도는, 과오/반복되는 과실/사과와 새로운 평화로 이어지는 인간사에 대한 반성과 자연주의적 대안을 점층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스케일도 놓치지 않은 모습으로 대비되었다.


여유가 생기면 7권짜리 원작 만화책을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확실한 메시지, 적절한 은유, 흥미로운 주인공, 인물들이 활공할 수 있게 만드는 세계관까지. 올해 본 영화중엔 손에 꼽는 영화였다.


2. <지구를 지켜라!>(2003)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어릴 때 볼 땐 큰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하고싶은 걸 끝까지 밀어붙인 수작이었다. 신하균과 백윤식의 광기어린 연기도 연기였지만, 어설픈 코미디같이 시작해서 사회의 이면을 들추는 레이어,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포괄하는 상상력, 좀 더 밀고 나가 우주적인 결말까지. 주인공 병구가 미친놈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건 지구의 상상력이 딱 그정도에 갇혀있기 때문일지도.



3. <헤이트풀8>(2015)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미칠라면 끝까지 미쳐야 한다. 이 영화는 문까지 미쳤더라.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2. <메니페스트 시즌 1>(2018)

: 하차각.



기타 기록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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