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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r 12.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3월 2주차

23.03.06~23.03.12

불안으로 밤을 새우고, 다짐하고, 다시 쓰고 걷고 또 잠 못들기 반복

사실 공모전에 투고한 시점에 결과는 정해졌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본심이라도 통과했을까 백날 여기저기 검색을 해봐도 흔적은커녕 힌트의 쪼가리 하나 나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폰으로 찾아보다 자는 일주일이었다. 엄청 절박한 것도 아니고, 쿨한 것도 아닌 쪼그라든 상태라 그런가 싶다.

그래서 평소처럼 스톱워치를 들고 나와서 쓰고, 저녁에는 걸었다. 마음이 한결 나아졌고, 돌아와서 또 같은 일을 반복했지만 마음이 조금씩 덜 불안해진다. 띠, 일주, 별자리, 타로까지 전부 3-4월엔 계약운, 문서운이 들어오고 금전적으로 풀린다고 긍정 시그널을 내는데 나만 맘 졸이는 거 같아서.

이 마음을 새로 쓰는 글에 투영하기로 했다. 다시, 완성을 목표로 (매스터피스 같은거 쓸 생각하지 말고) 지금의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로 만들자고 다짐하고 시놉을 1차로 완성까지 갔다. 다시 되어가는 기분으로 돌려세우자.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빛과 영원의 시계방>, 김희선, 허블, 2023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올해 읽은 한국소설 중에 베스트다. 아마 작년과 내년을 합쳐도 가장 주파수가 맞았던 소설집일듯. 인용을 하지 않은 이유는 감흥이 문장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게 무슨 말인고하면, 김희선 작가의 소설은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 단위로 기억되는 매혹적인 글이란 소리다.


정보라 작가의 추천사에 적혔듯 '상상과 현실의 씨실과 날실을 솜씨 좋게 엮어내는 장인'이자,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무서울 정도로 매혹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는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독서를 할 때,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문장'에 턱 걸려서 천천히 넘어가는 것보다 한 문장도 기억나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문장은 말할 것도 없이 좋고, 이야기에 빠져 정신차리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는 경험이야말로 소설이 주는 재미이자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전에 없던 상상력을 보이거나, 충격적인 모먼트를 주진 않는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동안은 영혼이 빠져나가 작가가 직조한 세계에 머물다오는 몰입감을 준다. 텍스트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잠깐 어디 다녀오는 이상한 기분.


왜 그러한가. <공의 기원>이후로 팬이 되어서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도 재밌게 읽으며, 무엇이 나와 주파수가 맞는가... 생각해보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던 것 같다.


하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 없는 인물들의 아무도 모를 이야기 혹은 유명한 인물의 아무도 모를 뒷이야기를 다루는 것.


특히 그들의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털어내기 보다는, 그를 알고 싶어하는 인물의 조사나 주변인들의 회상, 편지 등으로 간접적으로 '그 인물'에 대한 인상착의를 맞춰가는 방식이 참 좋았다. 모두가 주인공일 수 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으로 살지 않은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코드에 맞는 것 같다.


둘째는, 상상력의 편안한 분위기인 것 같다.


이를테면 세계를 구하기 위한 미션 같은 거창한 것보다는, 한 번 들어볼래? 하고 주머니에서 쓰윽 꺼내는 상상력 한 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감정적인 교류나 연대 지지까지 나아기지 않더라도, 잘 모르는 Unknown의 인물을 알아가려하고 이해하려하는 화자가 주는 따스함이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은, 이미지와 스토리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의 초반 장면, 드릴 세워놓고 머리를 들이박으러 뛰어가는 노인처럼 강렬한 이미지 단위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다. <공간 서점>에서 열차(?)에 올라탄 아버지라거나, <오리진>의 지하 통로에서 '그것'을 발견한 신부, <끝없는 우편배달부>의 만남씬.(스포라 자세히는 못쓴다) 같은 순간들.


장면으로 기억되는 건 다른 소설에서도 하는 경험이지만 결이 다르다고 느낀건,


그 순간의 감정보다는 '사건'에 기반한 장면들이라 더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멈춰서 문장을 음미하기보다는 쭉쭉쭉 나가면서 그래서 어떻게 된건데? 하고 나아가는 매력은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볼 책이다. 간만에 읽는 재미를 주었던 고마운 책.



본 영화

다 본 영화

1. <플란다스의 개>(2000)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영화적인 영화를 본 기분이다. 이걸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픽션이 픽션임을 알고 콘텐츠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사회 풍자가 담긴 대사와 메시지인지 화면에서 느껴지는 미학인지 어떤 부분이 그런 자기장을 만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현실에서 분리된 느낌을 받는 그 순간에 가까운 것 같다.


판타지처럼 겪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갈 일 없는 '없던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는 감각과는 다르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과거 혹은 미래를 경험하는 것이긴 한데, 그게 막 불편하거나 내 삶을 뒤흔들만큼의 임팩트를 주기보다는 관람하는 편안함을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된 사람에게만 담보된 재미라고 해야하나. 어쩌면 영화가 개봉되고 20여년이 지난 후에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맥락에서 이성재와 배두나가 분한 연주와 현남은 소소하고, 찌질하지만, 선하면서도 악하고, 멍청한, 정리하면 평범하게 못난 사람들이다. 후에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에서 다루는 인물 군상들과 견주어본다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소박한 사람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편안하고 재밌게 느껴졌나도 싶다.


엔딩곡을 부른 체리필터도, 배두나 배우도, 봉준호 감독도 20년 후엔 자신들이 이렇게 어나더레벨로 가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까.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하는 위안도 받았던(?) 영화.


입봉작의 첫 장면부터 개소리를 넣을 때부터 감독을 알아봤어야 했구나 하는 감상도 추가.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2022)

: SNS로 벼락스타가 된 히피가 영웅적인 인기를 얻고 추락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

기반이 없는 사람에게 찾아온 행운 같은 관심세는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를 스타로 메이킹해서 띄운 업계 사람들의 욕망, 스스로 쓰임을 저버린 사람의 말로가 눈에 들어오던 씁쓸한 다큐였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2. <더 글로리 파트 2>(2023)

: 애껴서 봐야지... 생각하고 또 몰아서 볼듯.



기타 기록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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