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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r 19.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3월 3주차

23.03.13~23.03.19

불안-ing 그렇지만 다 가진 사람처럼 굴어보자.

하루 아침에 불안하던 사람이 불안이 없어지겠는가. 여전히 불안하다. 그렇지만, 좀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불안의 원인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이미 제출한 공모전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니, 나는 당선이 되어도 이제 뭐쓰지 하고 불안할 테고, 떨어지면 뭐 먹고 살지 하고 불안해 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냥 불안해하지 않은 척, 의연한 척, 호방한 척 하기로 했다. <삼국지>를 읽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인데... 소시오패스적인 느낌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미 글 쓰는 사람이고, 글을 업으로 삼고 있고, 글로 돈을 벌어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는 상태아닌가. 그러니 다음 작품을 세상에 내보인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쓰고, 제약없이 쓰고, 재미있게 쓰면 그만이다. 산책을 계속 하면서 조금씩 몸도 변화하고 있고(그간 운동량이 0이었기 때문), 여전히 피곤하지만 정신이 전보다 맑은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이번주도 힘내서 인풋 잘하고, 행복하게 살자!


-다음주부터는 러프하게나마 계획을 해볼 생각(지킨다는 소리는 안했다)


*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책) 삼국지 3 / 나관중-황석영

- (책)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 켄리우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어웨이크북스, 2023


마흔 살 먹은 어른도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나를 방치했으니 나와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도 쓸 만한 대답을 못 듣는 것이 당연하다.

(...)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게 누구 책임일까? 나를 배려하지 못한 그 사람의 잘못일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의무를 다하지 않은 내 책임일까? 가까운 사람이라도 나를 일으켜줄 '의무'는 없다. 서운할 순 있곘지만 그것이 그의 '책임'은 아니다. 어른이 된 나를 위로하고 다시 을으켜줄 책임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다.


-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오직 '꾸준함'뿐이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요 며칠 잠을 못잤다. 밤새 악몽을 꾸고 자다깨다 하기를 반복했는데, 아마 마음이 불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정점이었던 건 월요일에 겪은 가위(?) 비스무리한 것이었는데, 그날도 3시까지 3월 운세, 별자리 운세, 일간별 운세, 타로, 합격운, 만세력, 화개살, 역마살, 도화살 이런 것들을 찾아보다가 라디오처럼 00일주 일주론을 틀어놓고 잠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에 과부하 전류가 흘러들어오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어도 사주 유튜브가, 타로 풀이가, 별자리 운세와 무당선생님들의 영상이 계속 보이더라. 가까스로 눈을 뜨면 한기가 오면서 가위가 눌릴 것 같은 쎄한 느낌이 들어 자세를 고쳐눕고, 눈을 감으면 다시 무한 재생. 밤새 고통받다가 깨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요새 이런걸 너무 많이 봤구나 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운세에 관해 찾아봤다. 참 신기하게도 띠, 별자리, 일간까지 다 좋은 기운이 들어왔다고 하고, 타로 제너럴 리딩들도 다들 좋은 일이 생길거라 말하는데 왜 나는 달라지는 게 없을까. 왜 이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까. 왜. 왜. 왜.


수요일인 오늘이 되어서야 자기객관화가 되기 시작했다. 아, 나는 누군가 너는 잘 될 거야. 잘 될 운명이야. 라고 말해주는 것을 듣고 싶었구나. 내 안에서 확신이 들지 않으니 남들이 인정해주길 바랐구나. 싶더라. 그 인정을 받는 가장 쉬운 길로 유튜브의 무속인들, 명리학전문가들, 타로전문가들을 찾은 거구나. 싶더라. 김미경 선생님의 책을 잡은 건 이 상황을 가장 빨리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미경 선생님의 코드는 일관되고 확실하다. '자기 성장'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바꾸고, 꾸준히 노력해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


나와 대화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두려운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확인하고 그것부터 개선해가면서 내가 원하는 목표점을 찍는, 그의 표현을 빌려 '꿈' 빌드업 과정은 언제나 진행형이어야 한다.


내 꿈이 데뷔였나 하면 그건 아닐 거다. 더 나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 그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 그걸로 안정된 경제상황을 구축하고 싶은 마음일 게다. 늦은 것도 없고,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없다. 단단하게, 다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집중해서 나아가자.


2. <삼국지 1>, 나관중/황석영 역, 창비, 2003


조조가 말한다.

"내 달리 웃는 것이 아니오. 여러 대감들이 이렇게 모여앉았어도 동탁을 해칠 계교를 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딱해서 그러오. 이몸 조조, 비록 재주는 없으나 즉시 동탁의 머리를 베어 성문에 높이 매달아 천하에 사례하리라."


-

진궁이 말한다.

"그렇지만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처사요."

"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소."

조조의 차가운 대답에 진궁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슬럼프라면 슬럼프고, 침체기라면 침체기인 더딘 구간에 도달한 것 같다. 그래서 호방한 마음을 가지려고 책장에 꽂혀있는 삼국지를 들고 나섰다.


역시 초반은 십상시 장양의 매드무비다. 영제를 품에 두고 나라를 갖고 노는(?)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안위를 보존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하진을 제거하는 장면은 정점이었고... 권력이 뭘까. 눈 가리고 귀를 막는 십상시를 둔 실권자가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가. 생각하게 되었던 부분.


황건적의 우두머리 천공장군 장각도 예전에는 그저 빌런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먹었나 들고 일어날만하지... 그럴 수 있겠네 하면서 읽게 되더라.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조조와 손견이었다. 손견이 좀 더 호방하고(옥새런하면서 아니라니까! 아니라느뇽! 오라가짜! 하는 건 낫호방 모먼트) 도발에 잘걸리는 타입이었다면, 조조는 1권에서만 몇번을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패기를 부린다. 아직 자리 잡기 전의 젊은 조조의 객기(?)를 보노라면 그래. 저정도 생각은 품어야 천하를 손에 넣지 싶었다.


물론 진궁이 정뚝떨 모먼트인 여백사 일가 살인사건을 보며 떠나가는 장면을 보면 그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도 보인다지만, 저정도 미쳐야 성공을 해도 하지 싶은 끓어오름(?)이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었다랄까. 좀 더 읽으면서 생각해봐야겠다.



3. <삼국지 2>, 나관중/황석영 역, 창비, 2003


손책이 좌우를 돌아보고 말한다.

"내 간밤 꿈에서 광무제가 부르시기에 만나뵈었다. 아무래도 참배를 드려야겠다."

장소가 간한다.

"안됩니다. 신정령 남쪽은 바로 유요의 영채인데, 행여 복병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신령께서 나를 도우시는 터에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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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삼국지 시대의 여성 인권이 바닥이기도 하고, 전쟁시대다 보니 마음들이 흉흉한 건 감안하고 읽더라도 인물들 하나하나가 다 소시오패스들이다. 뭐만 하면 감격해서 울고, 고마워서 울고, 헤어짐이 아쉬워서 우는 양반들이 일족 멸하기는 신나게 한다. 사실 이마저도 감안하고 읽긴 한다.


2권의 백미는 아무래도 동승의 옥대쇼와 하후돈의 눈 그리고 여포의 죽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내 기억에 가장 남은 인물은 다른 세 명이었다.


하나는, 단연 진궁이었다.

조조한테 정뚝떨 모먼트 당하고 런했다가 여포의 군사가 된 그를 나는 쌥쌥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크으- 대장부, 킹장부, 더제너럴이었다. 조조에게 붙잡혀서 나누는 대화가 진짜 일품. 조조는 소시오패스짓만 안했어도 진궁이랑 천하통일 했을 거다.


둘은, 소패왕 손책

손견의 죽음으로 어린 나이에 한 지역을 이끌면서도, 카리스마가 꿇리지 않는다. 적장을 한 쪽 옆구리에 낀채로 뒤에서 공격해오는 장수를 패왕색 '꾸짖을 갈!'로 처리하는 장면은 2권의 백미. 유요, 엄백호 등 본격 아랫동네 통일하는 과정도 시원시원하고 좋았다.


마지막은, 동오의 덕왕 엄백호

엄백호를 빼놓고 삼국지를 논할 수는 없을 게다. 우리는 엄백호를 기억해야만 한다. 동습 선에서 컷당했지만 동오의 왕은 오직 엄백호뿐. (아닙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 9-10권가면 내가 모르는 장수들과 이야기들만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코에이 삼국지6에서 가장 좋아하는 통상시나리오 중에 하나가 '하북쟁란'인데, 유관장 삼형제가 책말미에 흩어졌으니 3권이 기대가 된다.




본 영화

다 본 영화

: 이번 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더 글로리 파트 2>(2023)

: 파트 1 만큼은 아니었지만 몰입도는 정말 좋았다. 드라마든 영화든 문학이든 시대를 포착해서 시의적절하게 써 내려가는 일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폭이라는 주제를 판타지가 섞인 복수극으로 풀어냈다는 점, 그 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움직였다는 점, 다른 것보다 재밌다는 점에서 나는 좋았다.

내용도 내용인데 작가님이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 바둑에서 한 수 한 수 두듯이 고민 끝에 내려놓는 단어들의 어감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기타 기록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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