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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r 26.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3월 4주차

23.03.20~23.03.26

다시 힘을 받아서 나아가는 기분

답보라면 답보지만, 그럭저럭 괜찮아지는 요즘이다.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해서인지, 그냥 시간이 지나 회복기에 들어서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뭐든 잘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있다. <화개 2>는 거의 한 달을 끌면서 이리 써봤다가, 저리 써봤다가, 챗GPT랑도 얘기해봤다가 하면서 한 여섯일곱번을 폐기한 다음에야 길을 찾고 달리고 있다. 어쨌든 이야기틀은 반복해서 앞단을 쓰면서 정리가 되었으니 다음주 목요일 마감까지 열심히 달리고 퇴고해서, 공모전 제출까지 이어가볼 생각이다. 이번주도 고생했고, 다음주도 힘내자!


* 지난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영화는 안 보게되네.. 다음주엔 봐야지.

- (책) 삼국지 3 / 나관중-황석영

: 완독

- (책)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 켄리우

: 반 조금 못 미치게 읽었다.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책)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 켄리우

- (책) 심판의 날의 거장 / 레오 페루츠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삼국지 3>, 나관중/황석영 역, 창비, 2003


"하북에는 어찌 이다지 의사가 많단 말인가! 원씨가 이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 아깝구나! 만약에 원씨가 이들을 등용하여 올바로 썼더라면, 내 어찌 감히 이땅을 넘볼 수 있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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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호방함이 나를 지배하는 요즘이다. 한 페이지에도 수백 수천명이 죽어나가는 피묻은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것일지도.


3권의 메인스토리는 오관참장과 원소의 패망, 신야에 정착하는 유비일당이었다. 와룡(복룡) 봉추 떡밥을 남겨놓고 끝냈으니 아마 4, 5권이 제일 재밌을듯.


사실 유비가 진 주인공으로 주목받으며 언더독이 천하삼분지계까지 나아가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미화된 것이지, 오관참장 스토리는 정말 이상하고 잔인하다. 황제핏줄 원툴인 유비를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유로 따르는 관운장의 순정을 멋지게 그리지만, 그 순정 지키려고 무고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어갔는가. 장수들이 제명에 못죽거나, 고통스러워하며 죽는 까닭은 그만큼 사람을 죽인 업보일 터다.


그런면에서 3편은 장수의 실링에 대해 생각하게된 편이다.


조조는 하북정벌에 서황, 허저를 돌려쓰며 오환까지 쭉 치고 올라간다. 두 장수의 실링은 대부분의 원소 장수들을 3합안에 컷내며 승전보를 가져오는데, 그점이 좀 애닲았다. 뭐 애닲을 것까지 있느냐만, 사람의 깜냥은 정해져있고, 재능과 포부가 큰 장부들은 살아남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덤벼드는 필부들은 사라지는 장면들이 나이를 먹고 보니 다시보이더라.


그런면에서 3권의 주인공은 관우, 곽가, 서서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뽑은 베스트 3은 다른 치들이다.


하나, 저수

저수/전풍 더 나아가 원소 휘하의 모사들을 세트로 묶어서 봐도 될 것 같은데 실링은 조조사단의 곽가, 정욱, 순욱, 순유, 가후 등에 미치지 못했지만 원소가 듣지 않더라도 충언을 하고,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장부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굳이 저수를 뽑은 건, 별자리는 사이언스를 증명했다는 점. 별자리의 움직임만으로 조조군의 습격을 예상했다는 점에서 사주팔자, 별자리, 띠별운세, 타로, 관상은 역시 사이언스다 싶었다. 나중에 손권이 즉위할 때는 턱이 사각지고, 장수할 관상이라고 하더니만 그는 리얼로 장수했으니 이쯤되면 과학이다.


둘, 손건

손건은 리얼 소통왕이다. 삼형제를 다시 모은 역할을 한 것도 손건이고, 원소든 유표든 중요한 사안을 쇼부보러 갈 때마다 손건이 간다. 그리고 잘 해결한다. 간손미라고 저평가받지만 이야기를 보는 내내 손건이 없었으면 유비는 진즉에 세번정도 죽었다.


마지막, 손책

손책은 사실 워스트에 가까운 인물이나, 무속신앙은 사이언스라는 걸 본인이 2권에서 '신령님이 지켜주고 계셔'라고 말해놓고, 우길한테 털리면서 부정하다가 죽었기에 선정했다. 손견-손책부자는 실링에 비해 단명했다는 점이 아쉬운데, 유비/조조와 견주어보면 주변에 사람을 잘둬야한다는 것을 알게해준 대목이었다. 그를 병에 들게만든 원인은 허공의 부하. 허공따리라고 생각하고 벌을 주며 제거한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는데, 어쩌면 손책보다도 허공이 그의 사람을 두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비슷한 결로 원소와 유표도 볼만하다. 원소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으나 본인이 걷어찬 꼴이고, 유표는 형주라는 좋은 땅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변에 있는 놈이 채모라 그 자리에 머무는 것. 결국 천하통일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도 있지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 같다. 난세의 영웅도 사람과 사람이 모여 도모를 해야 비로소 힘을 얻는 것 같다.


다음편은 와룡/봉추다. 삼고초려 to 적벽대전은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 파트가 백미일테니 끝까지 읽어보자.



2. <소설 보다 2021 가을>, 구소현·권혜영·이주란, 문학과지성사, 2021


저 사람은 왜 나에게 이런 걸 물었을까. 왜 나를 궁금해했을까. 신기하다. 신기하고 고맙고 결국 미안했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 정도로만 살아야 해. 너무 행복하면 안 돼. 내가 행복하게 살면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긴대. 지금도 선을 넘은 것 같아 너무 불안하거든. 수현은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건 정말이지 정호를 위해서였다.


이주란 <위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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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오랜만에 잡아본 <소설 보다> 시리즈. 뭐랄까. 생각이 많아졌다.


셋 중에는 <시트론 호러>를 제일 재밌게 읽었고, 기억에 남는 건 <위해>였다.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는 제목처럼 내가 기대하는 게 소설 속에 없어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소설가보다는 평론가들이 열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편이다.


<시트론 호러>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유령 공선이 독서광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굶어죽은 귀신답게 배움에 고픈 걸까(?) 생각하면서 관찰자인 그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소설창작 동아리에서 효주의 작품을 평하며 그의 인생을 조명하는 방식은 재밌었다. 아마 태오와 지민은 이해할 수 없는 투머치 포인트는 효주의 현실이었을 것.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부분에서 갑분 강령술로 끝난 건 아쉬웠다. 지면의 부족 때문일까 공선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도 했고.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는 고단하게 일하며 살기도 했고,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나에게 남는 게 하나 없는 현타가 온 '나'가 주인공이다. 화재경보 때문에 비상계단에 갔다가 갇혔다가 물이 차올라 옥상으로 탈출하는 여정을 따라가는 내내 답답했다. 시공간이 무너진 세상에 위도 아래도 없는 특수공간에서 '나'는 문학적이다.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당장 죽어도 어차피 재미도 없는 인생 비치보이즈나 듣자 하는 플로우가 막 와닿지는 않았다. 아마 은유였을 테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했어야 했지만 내가 찾고자 한 건 거기에 없더라. 그렇지만 그 공허함만은 기억에 남았다.


<위해>는 수현의 소소한(?) 그러나 쉽지 않은 인생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너를 '위해' 이별통보를 받고, 어린 시절 부모님은 사라지고, 할아버지는 사기당하고. 불우한 와중에 자신처럼 불우한 아이와 한 바퀴 돌고 오는 이야기. 아이는 아버지는 잡혀가고 언니는 가출한 방치된 상황. 어쩌면 수현은 자신과 겹쳐보였을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엔 없을 터다. 사실 내용보다는 수현이 정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삼키는 장면과 무야호 하면서 뛰어내리는 친구네 아들이 제일 기억남았다. 마음을 만들어갈 나이를 결핍과 함께 건너뛴 수현이 옆집 아이 유리에게 손을 건네는 장면은 조금 짠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느낌이 들은 건 기분탓이겠지.


세 편이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혹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주인공이 어쩐히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효주가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나'가 계단에서 노래나 듣는 건 결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실을 대하는 방식일 터였다. 수현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서 유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일 것이고.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진 까닭은 문득, 우리 사는 인생이 만화나 동화에서 보았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현실을 바꾸어내는 존재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확인한 기분이었다. 계급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계층의 양극화가 벌어지며, 그들의 세계/나의 세계로 구분되며 상상력에도 제동이 걸리는 건가 싶었다.


어깨에 힘이 빠진 주인공들이 견디어내는 이야기를 마주할 때 드는 애닲음과 공감 그리고 안도감을 느끼는 게 좋은가. 근데 현실이 이런걸 어쩌하나 라고 말하면 나도 할말은 없다.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는 서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겠지. 다들 기운을 차리면 좋겠다. 한 점 돌파를 하는 이야기가 보고 싶어졌다.




본 영화

다 본 영화

: 이번 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2. <일상>(2011)

만화책으로 사서봤던 일본식 유우-모어가 진하게 묻은 애니. 소소하고 하찮고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다. 왓챠에 올라와서 한 편씩 빼먹는중.



기타 기록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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