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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02.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4월 1주차

23.03.27~23.04.02

정리하고 다시 나아가자는 마음

감기기운이 있어서 며칠 집에만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너무 게으르지도 말고,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조금씩 나아진다는 느낌으로 괜찮은 평소를 만들어가자.


* 지난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이번주도 못봤다. ㅠㅠ

- (책)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 켄리우

: 다른 책 읽다보니 순위가 밀렸다 ㅠㅠ

- (책) 심판의 날의 거장 / 레오 페루츠

: 완독

-> 못했다에 집중하지 말고, 3개 중 하나라도 이뤘으면 잘했다고 생각하기.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책) 삼국지 5 / 나관중

- (책) 골든 에이지 / 김희선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심판의 날의 거장>, 레오 페루츠, 열린책들, 2021


"(...) 살아 있는 인간인 우리 중 누구도 그 공포를 알지 못합니다. 누구도 그 공포를 견뎌 내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경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 신경은 살아 있습니다. 어쩌면 수천 년 동안 마비된 상태로요. 그 신경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습니다. 우리는 잠자고 있는 이 무서운 녀석을 뇌 속에 가지고 있는 겁니다!"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장강명 작가는 문학만이 줄 수 있는 모먼트 중에 '장광설'을 예로 든 적이 있다. 영상으로는 견적이 안나오는 길고 장황한 이야기.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것만이 주는 바이브가 있으니 말이다. <심판의 날의 거장>은 한 권 자체가 장광설 느낌이 나는, 근데 이제 추리와 공포와 스릴러가 다 담긴 특이한 책이었다.


믿을 수 없는 주인공이 주는 불안정함, 실마리가 맞춰졌나 싶으면 어그러지는 위태로움이 책의 묘미다. 다만, 장광설이라는 말로 운을 띄운건 정제되지 않은 서술들 때문에 그냥 읽기가 어려웠다. 내 읽기 능력이 부족한 탓일 게다.


환상문학이란 무엇일까. 아니, 문학이란 무엇일까. 요즘은 이야기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재미만 있으면 스토리인가. 재미와 플러스 알파의 무언가가 있어야 문학인가. 규정하는 방법도 많을 터고, 쓰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만. 요즘 내가 내린 정의는 '확인이 아니라 확장'이다.


어디서 들어본 내용을 끌어다 쓰는게 아니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면 읽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면에서 확장은 여러 방향이 다 가능할 터다. 상상의 확장, 경험의 확장, 재미의 확장.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레오 페루츠는 믿을 수 없는 화자를 내세워, 진술과 진실의 엇갈림을 통해 우리네 판단이 참 주관적이라는 걸 알려준다. '믿을 수 없음'이라는 키워드로 확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나는 독자에게 어떤 확장을 줄 수 있을까.



2. <삼국지 4>, 나관중/황석영 역, 창비, 2003


황개가 공명을 돌아보며 말한다.

"내가 일찍이 듣자니, 말을 많이 하여 이득을 얻는 것이 잠자코 말이 없느니만 못하다 했는데,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그 금석 같은 생각을 우리 주공을 위해 말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이렇게 논쟁만 일삼고 계신단 말입니까?"

공명이 대답한다.

"여러분들이 세상 일은 모른 채 서로 어려운 논란만 벌이고 있으니, 어디 잠자코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4권에 이르러 매니아들에게 회자되는 (주로 촉빠들에게 회자되는) 하이라이트가 많이 나온다.


서서의 위나라행으로 시작해서 조자룡의 아두구출작전, 장판파의 장비, 오나라로 건너가 일대다 아가리일기토에서 승리하는 공명, 영원히 고통받는 주유와 방통의 연환계, 황개의 고육지계까지. 읽는 재미는 아주 화려한 회차였다.


4권에서 깨달은 건 유비와 공명도 소시오패스라는 점이었다. 유비는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덕 원툴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조자룡이 간신히 구해온 아두를 "이 놈 때문에 귀한 장수 죽일뻔" 이라면서 집어던지는 장면보고 정이 뚝떨어졌다. 후에 유선이 촉을 잃어버리게 되는 원흉은 유년시절 낙상사고로 인한 뇌 손상 때문일 것이라 확신한다.


공명의 경우는 동오에서 주유를 내내 찍어누르며 '힘의 차이가 보이십니까?' 모먼트를 만드는 게 참 악랄했다. 타국의 대도독을 발라서 국익에 힘쓴다는 면에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성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워스트라면, 베스트 인물도 있을 터. 이번에도 둘을 뽑아봤다.


하나, 서서네 어머니.


조조 휘하의 정욱이 서서의 어머니 필체를 카피해 거짓편지로 그를 항복시키자, 서서의 어머니는 허도로 온 아들을 크게 꾸짖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연의 기준)


'그 기개 큰 뫼와 같은데 // 그 의리 가슴속에서 우러났네 (...) // 살아서는 그 이름을 얻었고 / 죽어서는 올바른 곳을 얻었네 // 어질도다, 서서의 어머님이여


사실 삼국지 여성에 대한 평가는 좀 박하다, 아니, 사람보다는 재산에 가깝게 취급된다. 동탁의 폭정을 끝낸 계기가 된 초선도 어느 순간 그저 여포부인 1로 취급되고, 제갈량이 주유를 도발할 때 '조조가 니네 와이프랑 동작대에서 신선놀음 하고 싶대~'하는 희롱거리로 사용된다. 4권 만에 제대로 한 인물에 대해 찬미하는, (물론 그마저도 어머니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지만) 시가 길게 나온 케이스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4권에 이르러 조조가 하북 평정, 형주 평정을 이어가며 진궁이나 저수처럼 한 군주 만을 섬기겠다며 죽음을 택하는 경우보다는, 새 주군에 편입되고 화살받이로 활용되는 케이스가 많이 나온다. 유비 진영의 카르텔이나, 조조의 메인스트림 신하들, 동오의 손권 패밀리가 아닌 이상 서서 어머니보다 기개있고, 절도있는 행동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둘, 노숙


4권에서는 내내 제갈양한테 탄복하고, 주유 안쓰러워하고 하면서 둘 사이의 메신저 역할로 많이 나오지만, 내가 그를 픽한 포인트는 문관 VS 무관 구도에서 그가 선택한 스탠스다.


장소를 비롯한 문관들은 어차피 조조에 썰릴 바에 미리 항복해서 자리라도 보전하자는 쪽이었고, 황개를 비롯한 무관들은 대가리 깨져도 동오는 지킨다는 마인드였다. 노숙의 스탠스는 '손권'이 내심 답정너로 '우리 함께 싸워나갑시다!'라고 하는 그 마음와 같았다. 제갈양을 오로 데려오면서도 거듭, 주군한테는 조조군 많다고 하지 말라 당부하는 장면에서는 옳은 선택을 하되 노이즈에 휘말리지 않도록 프레임을 딱 잡아주는 판단이 좋았다.


물론 아가리파이터 제갈량이 1대 다 논파쇼를 보이면서 노숙의 기개가 묻혔지만, 나는 화려한 재능보다 우직하지만 곧은 선택을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


삼국지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적힌 역사는 결국 승자들의 역사라는 것. 승자의 역사, 좀 더 구체적으로 가해자의 역사는 명징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주인공에 투사하기도 좋다.


호방함을 얻기 위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점차 성공하려면 소시오패스가 답이다라는 결론으로 향해가는, 이상한 결론이 자리잡아가면서 혼란한 독서가 이어진다. 다음 권은 쉬엄쉬엄 읽어가야겠다.



본 영화

다 본 영화

1. <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2021)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쿠로키 하루 배우의 영화는 5점에서 시작해 점수를 깎는(?) 방식으로 보는 편이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좋기에 상수로 두고, 대개는 스토리에서 깎아먹는다. <중쇄를 찍자!>에서 편집자로 시작해서 <가십~>에서 인터넷 신문 편집장을 거쳐 <선생님, 내 옆에 앉아줄래요?>에서는 만화가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역시 출판계 아이돌(?) 답게 이번 역할도 굿이다. (*사실이 아닙니다)


사와코는 남편이 자신의 담당 편집자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엄마가 다리를 다치며 부부가 함께 내려간 본가, 그는 우아한(?) 복수를 만들어가는데... 많이 얘기하면 스포이기에 내용은 이정도까지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쿠로키 하루 배우님은 내향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디테일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말로 쏘아붙이거나, 행동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정적인 몸짓 하나, 표정 하나, 머뭇거리는 말 한마디로 온 감정을 다 전달한다. <립반윙클>도 <일일시호일(은 거의 일본 다도 홍보영상 같아서 이 경우에 속하나 싶긴하지만)>도 그런 절제된 감정이 참 좋더라.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구성은 신박하면서도(?) 일본스럽고(?)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웠다. 아내의 만화 콘티가 현실인지 그저 망상인지 혼란스러워하며 불륜도 지키고, 결혼도 지키려는 남편의 찌질한 연기가 돋보였는데 그의 패착은 모든 것을 가지려 했던 것 같다. 불륜도 모든 것을 걸어야 가능한 것인데, 하물며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었을 터다.


그런면에서 모든 것을 다 건 사와코의 복수 설계는 우아하다. 더 글로리와 견주면 순한맛이긴하지만 상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체크메이트를 해버리는 과정이 느슨하지만 자신에 집중해서, 딱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좋긴했다. 물론 그렇게 완성한 복수 이후로 사와코가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다. 딱 끝난 지점에서는 좋았다랄까.


<나기의 휴식>류의 힐링힐링을 기대했다면 뒤통수 맞을(?) 긴장감있는 영화였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2. <일상>(2011)

만화책으로 사서봤던 일본식 유우-모어가 진하게 묻은 애니. 소소하고 하찮고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다. 왓챠에 올라와서 한 편씩 빼먹는중.



기타 기록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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