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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09.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4월 2주차

23.04.03~23.04.09

그냥 맘 편하게 있자

고민해봐야 뭐 나오는 거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불안해진다. 그냥 놀자.



* 지난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살인의 추억 / 봉준호 

- (책) 삼국지 5 / 나관중

- (책) 골든 에이지 / 김희선

-> 계획대로 가지는 않는구나 싶음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영화) 천공의성 라퓨타

- (책)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7권

- (책)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고고의 구멍>, 현호정, 허블, 2023


"그 어떤 상처도 스스로 아물지 않는다고 내가 말했었지." 다른 협곡인들과의 마찰이 유난히 거칠던 날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비낙안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거든. 모든 상처는 안팎으로 아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아무는 거야."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고고의 구멍>은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는 가장 원형에 가깝다고 느꼈다. 작가가 오랜 시간 닦고 감싸며 지켜낸 세계 같았다. 동화와 신화 사이 어드메의 오직 작가만 상상했던 어떤 세상을 본 것 같다는 게 첫 인상이었다.


망울이라는 땅(혹은 별?)에서 고고는 쌍둥이들이 디폴트인 마을에서 홀로둥이로 태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홀로둥이 노노가 있었으나, 그는 아팠고 어느 날 고고를 홀로두고 사라졌다. 다시 혼자가 된 고고는 마을인들의 차별을 받으며 추방당했고, 습지를 헤매던 어느 날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뚫린 걸 알게 된다.


구멍을 메우기 위해, 땅을 메우는 자들 즉, 협곡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며 고고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작 <단명소녀 투쟁기>가 현실에 한 발 딛고 환상의 세계로 달려나가는 이야기였다면, <고고의 구멍>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이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다. 그래서 하나 하나 짚어가며 읽어야만 했다.


마을-협곡-지도리-새둥지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걸리버 여행기를 생각나게 한다. 자신보다 크거나 작거나 다른 종의 인물들을 만나며 고고의 세상은 넓어지고, 또 달라진다. 다만 내 독서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그 달라짐과 넓어짐이 마음에 와닿지는 못했다. 선문답 속에서 우리가 평소엔 잊고 살던 중요한 것들에 대해 어렴풋이 짚을 수는 있었지만, 그래서 뭘 하려는거지... 읽는 동안 생각했더랬다.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특이한 작가를 발견해서 좋았다. 젊은작가상도 이어서 읽어볼 생각.



2. <물방울>, 메도루마 슌, 문학동네, 2012


지난 일주일 동안 자기 죽음에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해봤지만 결국은 공허함만 느꼈다. 누구나 그 공허함을 응시하기 두려워 유서나 편지 쓰는 일에 열중했다. 후지이는 '천황을 위해'라는 말을 입에 담는 놈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았다. 들이받을 대상이 없는 채 증폭돼가는 증오심. 그것이 후지이의 내부 여기저기를 갉아먹었다.

'무의미한 것 같지 않느냐고? 뭘 새삼스럽게.'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소감을 말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창의성은 결국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극대화시킬 때 드러나는 것. <물방울>은 그런면에서 최근에 읽은 단편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메도루마 슌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오키나와 이야기'를 하는 작가다. <물방울>에는 온통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뿐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전부 다르다. 오키나와는 그저 그의 문학을 묶는 밑그림이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일 게다.


림프부종에서 생명의 물 - 오키나와 전투 -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플로우라거나 오키나와 전쟁다큐에서 어린이의 모험 - 과거에 풍장을 했던 기억 - 미군 전투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가미가제 출격을 하기 전날, 개인의 고뇌 -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플로우는 여러겹의 레이어가 겹쳐질 때 비로소 빛을 보는 의미와 재미 모두 잡은 이야기였다. 거기에 환상성을 곁들이니 이거다 싶더라.


오키나와 북리뷰는 그냥 저냥이었는데, 형식 자체가 몰입도를 방해해서 그런 것 같다. 한 세계를 만든다거나, 이야기를 짤 때 큰 이야기 아래 브런치로 뻗어나갈 이야기를 구상할 때 이 방식을 쓰면 좋겠다 싶었다.


역사책의 역사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감춘다. 개개인의 이야기는 발굴되고, 발견되었을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그런 면에서 메도루마 슌의 작업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무명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세련된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본 영화

다 본 영화

1. <살인의 추억>(2003)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언젠간 봐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맘을 먹었다. 그만큼 각오를 하고 보게되는 영화였다. 이제는 범인이 잡힌 사건이긴하지만 보는내내 '미치도록 잡고 싶은' 형사의 마음에 관객들도 동화되는 영화였다.


마지막에 녹즙기 판매원이 되어서 다시 찾은 배수로에서 송강호 배우가 정면을 응시할 때는 소름이 돋더라.


봉준호 감독의 점프업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2. <스즈메의 문단속>(2022)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아바타2는 기대하면서 들어갔다가 실망했다면, 스즈메는 기대없이 들어갔다가 재밌게 본 영화였다. 캐릭터, 기억에 남을만한 연출, 명료한 메시지면 재미는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하게된 케이스.


중간중간 조연들이 기술머신 포켓몬처럼 이동, 화면전환, 연결고리를 위한 목적을 목적NPC로 사용되고, 개연성이 없는 부분들도 있다지만 내 입장은 그게 뭐가 중요한가였다. 재미있으면 된거지. 메세지 측면에서는 일본 안에서의 흥행은 국가적인 재해에 대한 위로와 치유겠지만, 한국 안에서의 흥행은 '위로'코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너 잘 살고 있어. 앞으로도 잘 살아가줘. 라는 말은 나이브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 아닐까.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2. <일상>(2011)

만화책으로 사서봤던 일본식 유우-모어가 진하게 묻은 애니. 소소하고 하찮고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다. 왓챠에 올라와서 한 편씩 빼먹는중.



기타 기록

: 공모전 준비하느라 얼룩소는 못쓰고 있다. 수익금이 너무 떨어진 것도 동기하락의 요인.

얼룩소라는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시차를 두고 아카이빙 목적으로 올릴 예정

매주 쓰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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