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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30.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4월 5주차

23.04.24~23.04.30

기대하지 않는 삶

독립출판물 마감을 했고, 다시 시작이다.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갑시다. 


* 지난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책) 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 (책) 지위게임 / 윌 스토

- (책) 골든에이지 / 김희선

-> 다른 것만 다 봤네. 괜찮다.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책) 린치핀 / 세스 고딘

- (책) 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 (책) 골든에이지 / 김희선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푸스틱 게임>, 제임스 리드, 포레스트북스, 2023


프레젠테이션을 요청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노트북을 켜고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발표 후 청중들이 생각하고 느꼈으면 하는 핵심 사항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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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헤드헌팅 그룹 리드의 CEO가 쓴 책. 인사 쪽의 최고 권위자가 쓰다보니 '관계'나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제목인 푸 스틱은 푸가 이요르랑 강물에 나무가지를 던져서 누가 빨리 목표점에 도착하는지 경기를 하는 데서 따왔다는데 책 전체로 보면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다.


이 책의 요지는

당신 자신이 누군지 탐색해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서 정보 좀 얻고

네가 가고자 하는 커리어의 산업이 앞으로도 유망한지 체크해보고

불평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계획적이되 너 자신에게 의미가 되는 직업을 선택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완성해라


이런거다. 하나 하나 맞는 말인데 그래서 와닿지는 않았던 책. 외려 인용한 부분인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가 남았다. 어떤 일이 되든지 일단 시작하면서 만들어가라는 사람도 있고, 핵심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서 가라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객관화를 해보면 나는 맥락을 만들어가면서 뭔가 해보기를 바라지만, 잘하는 쪽은 메시지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쪽인 거 같다. 그럼 메시지를 간단하게만 정해놓고 일단 출발하면 되는건가.


어쨌거나 제목에 낚였던 책.



2. <이슬라>, 김성중, 현대문학, 2018


"낙원이 뭘까요, 절망하는 사람이 없는 곳인가요?"


"글쎄다.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은 삶인가? 인간이 죽음과 함께 영영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바로 절망이란 말씀이야. '짐승'의 측면에서 보면 생존에 쫓기지 않는 지금이 행복해야 하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지. 인간은 먹고 자고 죽지 않는다고 해도 절대 삶에 만족하지 않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의미 있는 일과 연결되어 있고 무언가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거든. 그게 이 인간짐승의 흥미로운 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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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김성중 작가의 소설은 독자를 이상한 세상으로 초대한다. 처음엔 뭐야 이거? 싶다가 점차 젖어들어 그 세계 안에 머물게 한다. <이슬라>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낳는 자궁'을 가진 여신이 활동을 중단하자 100년간 죽음이 없는 세계가 도래한다. 그 이후의 사람들의 삶은? 가학적이고 폭력적이고 게으르고 파괴적인, 혹은 의미에 천착하는 방식으로 망가져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하나는 클라우스. 12개국 언어를 마스터하고 멈춘 시간 속에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으며 무한 인풋을 하는 인물이었는데, 똑똑해 보이던 그 마저도 '책을 읽는 순간만 생각하는' 인물이 되었다는 표현이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생각과 아웃풋을 내지 않고 원없이 인풋만하다보면 인풋에만 생각이 갇히게 된다. 나도 경계해야지 맘만 먹고... 막상 바꾸지는 못하는 포인트라 반성하며 읽었다.


이슬라, 라고 이름 붙여진 신의 존재도 참 이상한(?) 포인트였다. 그가 세상에서 죽음을 멈춘 까닭은 좋지 않은 환경때문에 계속해서 자식을 잃은 뱀의 원망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나 백년을 살아보고 다시금 사랑으로, 신이 되기를 선택하는 아야의 선택은 숭고하다면 숭고하고, 슬프다면 슬펐다.


아이디어를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아웃풋을 낸다는 건 용기를 내는 일 같다. 작가의 말에 쓰였듯 오랜 시간 품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생각에 머물렀다면 만나보지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 이야기로 촉발되는 이야기도 너무나 많다. 등장인물 중 하나였던 에디 혹은 애슐리는 <에디 혹은 애슐리>라는 단편으로 쓰인 것을 보면 결국 쓰다보면 닿는 것 같다.



3. <엉엉 우는 법을 잊은 나에게>, 김지양, 다산북스, 2023


시간이 지나니 무기력해서 집중할 수 없는 건지, 집중할 수 없어서 무기력한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나는 어느 순간 마음을 놓아버렸다.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느낌이 든 순간부터였다. 내 뇌에 일정 부분 손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

우울증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손실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일 것이다. 안 그래도 나는 자기 확신이 없었는데, 우울증에 걸리자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늘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다.

(...)

가만히 있어서는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서 세상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고민해서 무엇 하겠는가. 혹시나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허들이 두려워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걸려 넘어지더라도 씩씩하게 허들을 넘고 그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용감하게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__________


✅이요마 노트


친구랑 카톡을 하다가 문득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로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나 자신까지도 이젠 큰 기대를 품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되든 안되든 일을 벌이고, 그것에 인정받지 못해 좌절하기를 반복했던 것도 어느정도는 내 자신에 대한 기대, 세상이 날 좋게 평가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했던 일인 것 같다. 지금은 없지는 않겠지만 많이 사라졌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줄어들면서 나 자신 쓰임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같이 줄어들었다. 감정적으로 휘둘리면서 기뻐했다가 좌절했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은 적어졌지만 호불호나 재미 같은 것이 사라지면서 공허한 기분도 든다. 이 책을 빌려온건 그저 신착코너에 있어서 집어온 것이었지만, 작은 위로를 받은 포인트가 있었다.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자기 확신도 기대도 없어진게 내 뇌에 손상이 와서 그런거구나. 지나온 시간을 부정할 필요도, 지금의 나를 자책할 필요도 없구나 싶더라.


김지양 작가가 짜잔 완치했습니다! 라고 엔딩을 내지도 않았고, 슬픔에 잠겨 드러눕지도 않고,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그렇게 살다보니 뭐가 되어있더라 하는 식의 진술이 참 좋았다. 우리의 시간은 진행형이고, 어제처럼 오늘과 내일도 쭉 이어져갈 것이다. 엄청난 대박도 찾아오면 좋겠지만, 그보다 내가 요즘 바라는건 안정감인 것 같다. 길게 시간을 두고 나의 평온함을 찾아갈 수 있는,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 이젠 쉽진 않겠지만 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을거다. 천천히 찾겠다.



본 영화

다 본 영화

1<빅 피쉬>(2003)


✅ 이요마 노트

이야기는 이렇게 만드는 거구나. 어떤 환상은 개연을 해쳐도 의미가 된다.



2<시리어스 맨>(2009)


✅ 이요마 노트

어차피 우리네 인생에서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세상이 삶을 힘들게 몰아부칠 땐 가혹할 정도로 사람을 코너로 몬다. 자신이 아무 것도 안 했어도, 자신이 무얼 하려 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어도 일어날 일의 영향 속에 나는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합리화만 아니라면 괜찮다. 끝도 없이 올라갈 것 같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고, 끝없이 추락할 것 같지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시작부에 이야기하듯 인생은 간단하게 생각해야 되는 모양이다.


코리안 악센트를 쓰는 유학생에게 돈을 받은 순간부터 그의 삶은 꼬인다. 이렇게 꼬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꼬인다. 어느 랍비도, 신께서도 그에게 구원이나 답을 해주진 못한다. 그냥 그렇게 모든 걸 다 맞으면서 생의 시계는 한 칸씩 넘어가는 거다. 풀릴 만 하면 부러지는 것도 그렇다.


사는 건 <강철의 연금술사>의 논리처럼 등가교환이 아닐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교환의 비율이 비대칭적인 것 같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통해 생각만으로 모든 걸 끌어당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너무나 많은 것을 내주고 교훈하나만 얻어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일은 벌어졌고, 무언가를 잃었으니 그만한 좋은 것이 오겠지 하는 호사다마의 마인드는 갖되 잃은 만큼, 혹은 그 이상 무언가가 올거란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안 와도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분에 넘치게 많은 것이 내게 쏟아져도 감사히 받으면 그만이다.


래리가 강의하는 물리학 수업중에 불확정성의 원리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파트가 기억에 남는다. 양자역학을 잘은 모르지만, 일대일 등가교환이 아니라는 것. 모든 일에 인과가 없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는 것. 그리고 세상이 나를 속일지어도 괴로워하거나 노여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은 없더라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평생을 박하게 사는 것보다는, 분에 넘치게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좋은 일이 있으니 나쁜 일이 있을거야 하면서 안티프레즐한 리스크테이킹을 하며 사는 삶도 있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빅 피쉬> 같은 삶도 있는 거니까. 나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겸손을 떨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편이지만 유이하게 믿는 구석이 둘이 있다. 하나는 '인복이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것.


전자는 살다보니 매순간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경험에서 알게 된 것이고, 후자는 증명되진 않았지만 내가 믿고 싶어서 스스로를 속일 때까지 믿으려고 하는 것에 가깝다. 십년 정도 되풀이하니 이젠 스스로 조금은 속는 것같다.


주어진 팔자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사에서,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떤 역경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개조나, 탈바꿈이 아니라 '자기 믿음'을 중심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로 나를 메워가고 싶다. 시리어스 할 게 뭐있나. 그냥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들었던 영화.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봐야지.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동쪽의 에덴 TVA>(2009)


✅ 이요마 노트

한 10년 전 쯤에 봤던 시리즈였는데, 왓챠에 올라와서 다시 보았다. 말해야할 주제에 대해 약간은 교조적이지만, 재밌는 설정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여전히 재밌었다.


2000년대 후반의 일본 사람들은 니트와 프리터에 대해 적잖이 문제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는 청년 문제에 대한 답변에 가까울 것 같다. 미스터 아웃사이드라는 익명의 인물이 12명의 세레손을 지정해 각각 100억엔(1000억원)을 주며 일본을 구하라는 미션을 준다. 어떤 이는 사리사욕으로 탕진하고, 어떤 이는 고령층을 위한 병원을 만든다. 어떤 이는 성범죄자들의 생식기를 자르는 것으로 자신의 정의를 구현한다.


문제는 미사일을 쏴서 썩어빠진 세상을 리셋하려는 무리들. 한번은 주인공 타키자와가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쓰고 사람들을 대피시켜 사상자를 막았지만(어이없는 월요일), 재차이어지는 테러를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또 문제가 된다.


사회문제로 시작해서 뭔가 대의를 위한 싸움, 연출을 위한 연출로 애매하게 끝나며 극장판에 답이 있단다 엔딩을 하는 건 아쉽지만, 방법이 참 재밌었다. 극장판도 이어볼 생각.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2022)

한 세편 남겨놨는데 손이 잘 안가네. 얼른 마무리하자


2. <일상>(2011)

만화책으로 사서봤던 일본식 유우-모어가 진하게 묻은 애니. 소소하고 하찮고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다. 왓챠에 올라와서 한 편씩 빼먹는중.


3. <괴인 개발부의 쿠로이츠 씨>(2022)

: 짠한 악당들의 사정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두어편까지는 괜찮았다. 더 볼지는 모르겠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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