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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04.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6월 1주차

23.05.29~23.06.04

실마리가 조금씩 풀린다. 조금씩 나아가보자.

동해로 다시 글쓰기 캠프를 다녀왔다. 마음이 올라왔을때 다시 기세를 잡아서 나아가보자.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책) 살인의 방 / 다니자키 준이치로 外

- (영화) 큐어 / 구로사와 기요시

-> 봉봉님 추천으로 봐야지 맘먹음

- (영화) 분노 / 이상일

-> 소르피자님 추천으로 봐야지 맘먹음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책) 아키라 1-6 / 오토모 가츠히로

-> 도서관에서 전권 빌림

- (영화) 분노 / 이상일

-> 소르피자님 추천으로 봐야지 맘먹음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고요한 우연>, 김수빈, 문학동네, 2023


나는 이우연도 나처럼 조금 지나칠 정도로 단조롭고 심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우연은 나와는 달랐다. 단순히 시험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단 하나 붙들고 있었던 꿈이 깨진 것이다. 그리고 이우연은 지금도 여전히 낙하 중인 것 같았다.


- 근데 이젠 괜찮아. 난 내가 23번 피규어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였거든. 내가 저 피규어를 바라보듯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고 해도 상관없어. 다만 가끔...


________

✅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수현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그는 정후처럼 리더십이 있지도, 고요처럼 매력이 있지도, 우연이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교실에서는 어느날부터 고요를 향한 괴롭힘이 심해져가는 와중에 수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메시지 앱도 쓰지 않는 고요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를 발견한다. 아이디는 '고요의 바다', 수현도 'the_eagle_has_landed'라는 달과 관련된 이름의 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그 계정과 소통을 시작한다. 그렇게 정후의, 우연의 계정과도 연결된 수현은 오프라인에서는 나누지 못하는, 서로가 익명이기에 나눌 수 있는 속깊은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 내적 친밀감을 만들어 간다.


물론, 그것이 수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관계는 깨어질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고요한 우연>은 관계와 감정의 흐름이 너무나 좋았던 책이었다.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도 메신저로 소통되는 섬세한 마음들, 그 와중에 스스로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위로를 주는 선한 마음을 가진 수현 캐릭터가 빛났다.


달의 뒷면, 우주선에서 달에 착륙한 이들을 기다리던 마이클 콜린스 같은 평범한 아이들. 27개의 콜렉션 중 23번째 인기를 가진 정도의 실링이라는 걸 인지하는 평범한 아이들. 그러나 본인만 그렇게 생각할 뿐 결코 평범의 영역에는 있지 않은 따뜻한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였기에, 읽는 내내 편안하고 좋았다.


이야기에 몰입해서 거의 단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던 매력적인 소설.






2. <저주토끼>, 정보라, 래빗홀, 2023(2017 초판 개정)


개인적인 용도로 저주 용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업으로 만든 물건을 개인적인 저주에 사용해서도 안 된다. 대대로 저주 용품을 만드는 우리 집안의 불문율이다. 토끼는 단 한 번의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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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 이 책을 포함해서 얼룩소에 올린 리뷰도 한 번 봐주세요

https://alook.so/posts/q1tladZ

기괴하고 이상해서 재밌게 읽은 소설집.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표제작인 <저주토끼>와 수록작인 <머리>, <흉터>가 기억에 남는다.


부커상 최종 후보작으로 올라가기 전에 출간되었던 초판의 검은 배경에 흰 토끼가 그려져있던 기묘한 표지를 보면서 읽어볼까 하다가... 무서울 것 같아서 관뒀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읽은 버전은 2023년 출판사를 옮기며 개정판으로 나온 신간이다.


읽는 내내 저주의 속성에 대해 생각을 했다.


저주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람. 또는 그렇게 하여서 일어난 재앙이나 불행]이다. 악의를 품고 타인이 망하도록 에너지를 쏟는 일이란 말이다. 그러나 저주의 타깃, 당사자만 저주를 뒤집어 쓰는 건 아니다.


저주는 타깃과 타깃의 주변 사람들, 그와 연관된 사람들 모두에게 무작위로 내려 꽂힌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고,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 단지 타깃의 손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타깃의 회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저주를 받는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불가항력에 휩쓸린 인물들은 원인도, 해결방법도 모른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흔들린다. 그들의 시점에서 더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었다면 아마도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특정 대상을 증오하며 이유를 찾으려 발버둥치는 장면이 나왔을 게다. 그렇지만 결코 이유를 찾을 수는 없을 테다.


저주는 이유도 인과도 없이 그저 결과만 존재하는 '어쩔 수 없음'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저주를 받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외려 나는 작품 속에서 '생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저주를 받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망가지더라도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간다. 살을 정통으로 맞고 죽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내 사람을 잃고도 사람은 그래도 살아간다. 무작위로 부여받은 운명 속에서도 사람이기에 살아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인과도 이유도 없이 벌어지는 일들을 견디는 인물들을 보며

인간이 무얼 행하고, 이루어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럼에도 살아 낼 수 있다는 점이 위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교훈이나 메시지 같은 건 없는 대중문학이니 즐겁게 읽어달라고 말한다.

읽는 내내 재밌고 즐거운 동시에, 애석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의미까지(?) 찾을 수 있던 특이한 독서경험을 준 책.



본 영화

다 본 영화

1. <큐어>(1997)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봉봉님의 추천으로 본 영화.


마미야의 대사들이 처음에는 갑갑했다. 당신은 누구야. 당신에 대해 얘기해줘. 반복되는 말들이 공허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 설령 가족이나 애인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에도 마음을 백퍼센트 꺼내놓지 못한다. 그러나 발화되지 않았다 뿐이지 그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다. <큐어>에서는 살의로 표현된 그 마음은 다양한 방식으로 배설된다고 본다. 익명의 SNS 악플로 '비난'의 방식이나, 범접할 수 없는 '예술'로 승화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큐어>처럼 '살인'으로 나오거나. 생각보다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대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떨 때 행복한지를 넘어서, 나의 본질은 무엇인지. 나의 의미는 무엇인지까지 생각을 하지 않기에, 사회속에서 자신을 죽이고 살기에 마미야가 툭 던지는 "당신은 누구야? 당신의 얘기를 들려줘."라는 최면에 빠지기 쉬운건 아닐까. 그렇기에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마미야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릇이고, 비워져있기에 다른 어떤 내용물에게도 같은 메시지(살의)를 담아낼 수 있게 된다.


숨은 마음, 사회가 숨기고 있는 감각을 발견하는 눈은 그만큼 이것에 대해 고민해야 나오는것이겠지.




2. <더 랍스터>(2015)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솔로지옥에서 커플지옥으로, 사랑에 대한 기묘한 상상이라는 말에 적합한 이야기였다.

엔딩 장면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도 떠오르던 복잡미묘한 이야기.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일상>(2011)

만화책으로 사서봤던 일본식 유우-모어가 진하게 묻은 애니. 소소하고 하찮고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다. 왓챠에 올라와서 한 편씩 빼먹는중.


2. <괴인 개발부의 쿠로이츠 씨>(2022)

: 짠한 악당들의 사정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두어편까지는 괜찮았다. 더 볼지는 모르겠다.


3. <최애의 아이>(2023)

: 첫편이 1시간 20분인게 좀 버겁긴 하지만 일단 시작함. 7화까지 달렸고, <외톨이 더 락>과 더불어 굉장히 재밌게 보는 중.



본 콘텐츠(*신설)


1. [자기계발반드시 부자가 될 사람의 3가지 특성 (7년 관찰 결과)

https://www.youtube.com/watch?v=KnJ5EHG1SDY

유튜브 민팍 채널에서 본 영상. 자기계발/잠재의식 개선 같은 형이상학 적인 마인드를 콘텐츠화 하는 채널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상에서 나온 두번째 조건인 '유연성'이 기억에 남는다. 요지는 사람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의 좋고 싫음, 도덕/비도덕을 따지지 않고 저 사람에게서 내가 배울 것은 무엇인가, 그걸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만 집중한다면 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게 요지다.


상당히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정치, 젠더, 이념, 가치관 할 것 없이 편가르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내 진영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의 퀄리티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선이고 반대 진영에 있다면 무조건 악이라는 생각은 별로라고 생각한다(내가 이런 애매한 마음을 갖게 된 까닭은 내가 몸담을 만한, 믿고 의지할만한 진영이 딱히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나쁜 것에 대해 까내리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맞음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그건 맘속으로 해도 되니까. 그러나 좋은 점에 대해 캐치하고 내것으로 끌어와, 개선해서 써먹는 것에는 열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고 돈 들거나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 영상.


2. [음악] APNEA (애프니어) - Ph.D (feat. 이박사, Noriaki) [Official M/V]

https://www.youtube.com/watch?v=Nb_5_iqfwJA


신바람 이박사와 MC 노리야끼의 콜라보라니. 세계관 최고들의 콘텐츠 아닌가. 이박사 선생님의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UCC시대에 MC 노리야끼가 unstoppable에서 준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자체로 의미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소설 쓰기 본-격 시작

https://brunch.co.kr/magazine/theater-eyoma


얼룩소에는 지속적으로 글을 쓰곤 한다.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 5/15 업데이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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