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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l 31.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7월 5주차

23.07.24~23.07.30

열어봐야 아는 일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인데,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잠을 많이 잔 한 주였다.

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피로가 풀리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이 불안한 건 확실한 것 같다.

직시하고 정신차려서 답을 찾아내자. 8월도 잘 넘길 것이다.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소설) 호출 / 김영하

- (웹소설) 괴담동아리 / 오직재미 (~161화)

- (영화) 무지개 여신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소설) 호출 / 김영하

- (영화) 무지개 여신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복복서가, 2020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고 말 걸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계속, 계속되었다. 바로 오늘까지

<고압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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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10년 전에 김영하 작가를 처음 접한 건 <퀴즈쇼>였지만, 와 뭐지? 싶었던 첫 책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다. 오랜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든 생각은 여전히 재미있군. 근데 올해 처음 읽었다면 평가가 달랐을까? 였다.


김영하 작가의 초기 단편작이 모여있는 <엘리베이터~>에는 90년대의 감성들이 많이 묻어난다. 자유롭고, 두려울 것 없고, 무력하면서도, 내일을 도모하는 어긋나는 감각들 속에 외로운 주인공들이 나온다. 이 책에서 좋아하는 단편은 <흡혈귀>와 <피뢰침>이다.

남편이 흡혈귀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작가 김영하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흡혈귀>는 고딕소설이라고 할까.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의 으스스하면서도 그럴듯한, 그러면서도 불가사의한 미스터리 느낌이 나는 분위기가 좋았다. 결말이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의 빌드업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좋다.

그런 맥락에서 <피뢰침>도 좋아한다. 번개를 맞고 살아난 사람들의 모임에서 다시 번개를 찾아다니는, 아이러니 속에서 묘한 쾌감이 느낄 수 있다. 내가 왜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나 생각하면 이런 '이상함'이 유쾌하게 다가온다고 할까. 결말이 어떻게 되든 그 이상한 상황에 쭈욱 빨려들어가 몰입하게 한다고 할까. 그런 이유들 이었던 것같다.


임팩트가 강한 <비상구> 같은 작품도 인상에 남았고, <투명인간> 모티프를 90년대 한국에 맞게 푼 <고압선>도 재밌었다. 매 작품마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는 건, 작가의 글이 독자의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지 싶다.


메시지보다는 이미지가 강렬했던 이야기들.



2. <작별인사>, 김영하, 복복서가, 2022


"민이가 어떤 몸을 가지든 나는 상관 안 해. 나는 민이가 나를 기억해주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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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딱 1년 전이다. 2022년 7월 10일 나는 <작별인사>를 읽고 인스타에 독서기록을 올렸고, 이런 코멘트를 적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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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아 작가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모난 면이 있고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하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작별인사>는 어딘가 사회화된, 유들유들하고 둥글둥글 이야기였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스타일의 변화가 왔구나 싶은 느낌.(마지막 읽은 김영하 작가의 책이 <살인자의 기억법>과 <검은 꽃>이어서 더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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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에세이와 인터뷰 자료들을 복합적으로 읽으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1년 전 나의 평은 조금 박하지 않았나 싶더라.

내 기억 속 김영하 작가는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작가, 세련되고 쿨하고 댄디한 작가였기에 날카롭기보다는 추상적이며 선문답 같은 이 이야기가 부조화스럽다고 생각했던 같다.


단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을 경유한다면 <작별인사>로의 스타일 변화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과 고민 속에서 작중 인물 선이의 우주정신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나는 우주정신을 의식이 있는 존재들, 그 중에서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은 살아있는 동안은 개별성을 자각하지만 죽어서는 공통의 에너지, 우주로 통합된다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개인주의자', '국가나 집단보다 우선되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나 메시지를 여러 매체를 통해 언질했던 작가의 메시지와 닿아있는 부분이다. 비단 클라우드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인공지능일지어도,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가 백업을 하지않는 이상 개별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 개별성이 너와 나의 차이를 만들고, 그 소중한 차이로 말미암아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는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죽어서 뇌를 통으로 스캔해 데이터를 보관하더라도, '기억'을 매개로하는 의미는 오직 유한한 시간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더욱더 우리는 내가 나인 것을 알고, 너가 너인 것을 알아야 한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의미는 기억이 되어 평생 마음에 남을 수 있다.


다시 읽은 <작별인사>는 그저 둥글둥글 유순한 이야기나 교조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외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혹시라도 나처럼 김영하의 90's 모습을 기대하고 박한 평가를 하셨던 분이라면 <오직 두 사람>을 포함해서 구작들을 경유해서 <작별인사>를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아마 다른 느낌을 받을 게다.




3.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아트북스, 2007


견고한 성이, 이제는 무용해져버린,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시와 제후를 지킬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이제는 겨우 제 아름다움으로 오직 자기 자신만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고성이 오래된 도시와 더 오래된 강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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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여덟 대의 카메라로 여덟 개의 도시를 담는다'는 기획으로 소설, 사진, 에세이를 묶어 세계 각국의 도시에 관한 김영하 작가의 감상과 관점을 보여주는 책.


첫 책은 하이델베르크와 콘탁스G1(카메라)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었다. 8편까지 예고가 되어있는 것 같았는데 출간된 건 2권 도쿄편까지인 것으로 보아 사정이 있어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싸이월드가 대성행하던 시절의 갬성(?)이 책 곳곳에 조금은 묻어있다(?). 감상적이면서도 세련되고, 댄디하면서도 자유로운 쿨함이 가득한 복합적인 느낌. 짧은 소설 <밀회>는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실릴 것 같은 톤의 이야기였고, 카메라와 관련한 에세이는 작가의 세련됨(?)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글과 사진을 떼어놓고 보면 좋긴했지만 하이델베르크가 아니었어도 될만한 이야기였어서 조금은 아쉬웠던 책.



본 웹소설

: 웹소설을 본격적으로 봐야지 마음먹고 읽기 시작. 연재중인 작품들이기에 완독 기준으로 체크는 어려울 듯.


1. <괴담 동아리>, 오직재미 ~161화까지 읽음

: 왜 사람들이 종말론 종말론 하는지 알겠다 싶더라. 약 20화에 걸쳐서 빌드업을 하고, 뿌려놓은 떡밥들, 문장 하나 하나를 의심하게 만들면서 끝까지 간 다음, 앞선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설정들을 풀로 활용해서 멋지게 S급 괴담을 끝냈다. 이거 뒤에 어떻게 쓰려고 하나 싶은 연출이었는데, 괴담동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거구나. 이런 걸 바라는 거구나 싶더라. 질러놓은 소장권이 있어서 더 볼 생각.



본 영화

다 본 영화

: 이번 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종말의 발키리 시즌 2: 파트 2>(2023)

: 생각 없이 보기엔 참 좋은 시리즈. 넘겨가면서 봤다.

파트2에는 석가모니 VS 제로후쿠(칠복신)의 대결을 다루는데,

정말 신성모독 이렇게 하면서도 제작진 어떻게 살아있나 싶다. 

잘 모르는 일본 검객이나 요코즈나 나오는 에피소드보다는 몰입은 좀 더 된 편.

다음 라인업인 하데스 VS 진시황은 어떻게 할지 궁금은 한데 막 기대는 안되는 듯.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일상>(2011)

만화책으로 사서봤던 일본식 유우-모어가 진하게 묻은 애니. 소소하고 하찮고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다. 왓챠에 올라와서 한 편씩 빼먹는중.


2. <괴인 개발부의 쿠로이츠 씨>(2022)

: 짠한 악당들의 사정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두어편까지는 괜찮았다. 더 볼지는 모르겠다.


3. <나와 로보코>(2022)

: 왓챠에 더빙버전이 올라와서 보는데, 템포도 개그 코드도 맘에 든다. 비실이와 퉁퉁이 같은 나평범의 친구들이 너무 선해서 좋아!


4. <블랙미러 시즌 6>(2023)

: 1편까지 봄. 재밌음.



본 콘텐츠

1. [유튜브]이미테이션 레이블, 가수 정승환에게 모창 가수 컨설팅을 해주다

https://www.youtube.com/watch?v=tsZdhFTWZbs

: 알고리즘이 와서 보게 된 영상인데, 드립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이전 편들 다 돌려보다보니 한 주가 갔다는... 김장혼이라는 새 모창가수의 재발견. 느슨하게 짜여있어도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다하면 채워진다는 걸 느낄 수 있던 기획.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https://millie.page.link/z2wQx



얼룩소에는 지속적으로 글을 쓰곤 한다.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온라인 중고서점 기린책방(읽은 책들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잠시 판매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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