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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10.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2월 2주차

2023.12.04~12.10

왜에 대해서 물어보았는가

이요마 리뷰 아카이브에 26번째 글이 올라갔다. 전에 써두었던 글도 있고, 새로 쓴 글도 있었다. 일단 닥치는대로 읽었고, 인풋을 하다보면 그 행간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믿어서 쌓아온 글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방향없이 쭉 가는게 맞는가 싶어서 일단 30회로 시즌1을 마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도서관 신착도서에 나온 책이면 그냥 읽고 깨달은 모먼트를 기록하던 리뷰였는데, 새해에 연재할 시즌2는 그보다는 범위를 좁혀서, 라인업도 미리 구성해서 하나씩 쌓아가보면 어떨까 싶다. 30권까지는 어렵더라도 20권 정도씩 한 주제를 파보고 반응이 괜찮으면 더 가고 이런식으로 일단은 생각해보고 있다. (혹 이 브런치북을 즐겨보신다면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시면 고민에 참고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eyomareview


공모전 하나 떨어졌다. 하루 정도 기분이 안 좋고 가라앉았는데,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지금 해야할 일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걸 쓰고, 썼던 걸 고치면서 다른 기회를 모색해보자. 왜 쓰는가. 왜 공모전에 당선되고 싶어하는가. 왜 이런 시간을 반복하는가. 묻지 않고 그냥 살다보니 더 꼬이는 거 같아 다음주엔 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이다. 

토요일엔 WRM에서 디자이너분들을 대상으로 준기 에디터와 함께 강의를 했다. 에디터 혹은 편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었기를 생각하며 다음주에 있을 2강을 잘 준비해가야겠다.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골든 에이지 / 김희선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해야지 List

- 파견자들 / 김초엽

- 내 행동에 왜를 찾아보기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골든 에이지>, 김희선, 문학동네, 2019


이 소설들에서 김희선은 파묻힌 비밀과 '뒷이야기'들을 드러내는 서사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들이 다시금 파묻히고 가라앉는 모습까지를 김희선은 쓴다.

- 해설: 가라앉은, 작은 것들의 기원사 中


________


✅이요마 노트


읽다보면 나와 주파수가 일치하는 작가가 있다. 내게는 김희선 작가가 그렇다.

"아니 무슨 뻥을 이렇게 쳐?" 싶은 터무니없지만 빨려들어가는, 이야기 본연의 재미에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그는 구사한다.

올해의 베스트 소설집을 고르라면 <빛과 영원의 시계방>을, 올해 읽은 베스트 소설집을 고르라면(구간 포함) <골든 에이지>를 고를 것 같다. 그만큼 거의 모든 단편들이 내 취향과 재미코드에 부합했다.


음모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불확실성의 영역, 이야기만 무성한 영역을 노동, 난민, 애도, 기억 같은 메시지로 끌고오는 그의 이야기는 읽을 땐 재밌고, 읽고 나선 여운이 남는다. 꼬치를 빼먹 듯 한 편 씩 읽어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덕분에 준비하던 공모전도 '내가 뭐라고' 하면서 포기할 뻔 할 때마다, 그래 나도 이런 걸 써봐야지. 다시 생각하면서 제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작 <라면의 황제>, <무한의 책>도 이어서 읽을 예정!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를 고르라면 <골든 에이지>일 것 같다.

애도의 방식은 여러가지겠지만, 가장 김희선 작가다운 방식으로 그날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그날이 무엇인지는 비밀.


<스테판, 진실 혹은 거짓>, <공의 기원>, <18인의 노인들>도 좋았다. 해설에서 설명한 파묻힌 비밀과 뒷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일터인데, 그 야사가 팩트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뒷면을 이해해보려는 마음, 상상으로 공백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주는 재미와 감정이 참 좋았다.


여러모로 고마웠던 책.



2. <의미의 시대>, 세스 고딘, RHK, 2023


그러나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의미다. 중요한 일을 하는 것, 사람들이 우리가 사라졌을 때 우리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는 존중받고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이다.

의미가 있다는 것은 변화를 만든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이나 세상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있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상황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물론 변화에는 위험이 따른다.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고 실패의 위협이 항상 존재하는 위험.


(...)

그녀(카트린 얀센)는 이렇게 썼다. "진정한 확신이 있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직감이 들 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다."


________


✅이요마 노트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겠다.

- 인간에게는 존중받고 존재를 인정받는 '의미'가 중요하다.

- 의미는 변화를 수반한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도전해라.

- 나 자신을 존중하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선택하라.


번역의 문제인지 편집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스 고딘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아이폰 메모로 쓴 이야기를 짜깁기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약간은 장황하고, 예시도 중구난방이고, 뭔 말 하는지 잘 모르겠던 책. 그래도 느낌은 전달 받았으니 오케이다.

요는 권위 중심의 산업시대 구조로 사고하고, 이용당하지 말라는 것 같다. 스스로 의미있는 길을 탐색하고, 나의 존재를 존중하고 믿게 하는 방향을 택하자는 것. 남이 시키는대로, 하라는대로 살지 말라는 말은 자주 인용하는 김승호 회장의 강연 속 한마디와 연결된다. "생각하지 않고 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상상력에 살게 된다."


어쩔 수 없어, 구조가 그런 걸, 난 아무것도 아니야는 자기 존중이 결여된 태도다. 물론 이런 대목을 말하는 양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그게 한국에선 쉽지 않아.'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곤 한다. '~~해서 안돼.'라는 말은 결국 다 내가 스스로 정한 게 아닌가 하는. 어떤 누구도 내게 한계를 정하라고 말한 적은 없으니 말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의미를 찾기 위해서 그 틀에서부터 벗어나보는게 의미를 찾는데 필요한 모먼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3. <브레인포그>, 질 P. 웨버, 한국경제신문, 2023


브레인포그는 스스로 자기 역량 이상의 짐을 짊어졌을 때 찾아온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적 건강을 보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건망증, 불안, 산만, 무기력, 혼란 과민 등의 후폭풍이 몰아닥친다.


-

아무리 소소하더라도 한 발짝을 뗄 때마다 브레인포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자. (...) 잠시 목표를 놓치거나 포기하고 싶어져도 다시, 또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하자.


________


✅이요마 노트

저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진 상태를 '브레인포그'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무리해가면서 자기 능력보다 더 많이, 열심히, 바삐 일하다가 어느날 찾아오는 브레인포그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책은 알려준다.


여러가지 심리학적인 설명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은 습관'이었다. 망했다고 다 놓아버리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만 딱 떼는 것. 청소든 산책이든 나를 위해 한 발만 딱 떼어서 행동하는게 나를 챙기는 '마음챙김'으로 이어지고, 내가 그간 방치했던 내 감정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거다.


감정을 방치한 부작용은 소급해서 온다. 십수년 감정을 방치한 죄로 몇 년 째 헤매고 있는 거 보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일지 계속 생각하는 요즘이다. 계속 나에게 묻고, 묻고, 또 물어보며 내가 진짜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가자.


본 웹소설/웹툰

: 이번주는 없다. 요새 잘 손이 안간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웹툰] 차원을 넘어 이세계 아이돌

: 징버거가 드디어 등장했다. 오예!


2.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 나 귀여운 거 좋아하네..


본 영화

1. <괴물>(2023)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영화는 세 개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아들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어 해결하려는 싱글맘 사오리,

본인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사과를 하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선생 호리,

그리고 어린이 미나토와 요리의 이야기


처음에는 무기력하게 일을 덮으려는 학교의 터무니없는 태도에 분개하다가,

평판과 명분 때문에 하지도 않은 일에 억울하게 사과해야했던 상황에 같이 억울해 하다가,

그 이면의 당사자였던, 두 아이의 진실을 들여다보면서 멍해졌던 이상한 감상 경험이었다.


세 가지 시점의 인물들을 꼬이게 만드는 건, 그들 사이에 있는 '소문' 혹은 '그랬다더라' 하는 추측들이었다. 당사자들의 진실이나 마음을 알아보기 전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남들이 말하는 근거없는 카더라를 믿어버린다.

나도 보고 싶은대로 보고, 믿고 싶은대로 믿으며 확증편향이 커지던 중에, 시점이 바뀌면 어? 하고 다시 '아. 그게 아니었네. 이 사람이 아니라 저 사람 잘못이었네!"하고 계속해서 괴물 찾기에 몰두했으니 말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올 즈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괴물은 내가 아닌가 하는... 다만 요리와 미나토가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그래도 괜찮은 세상에서 커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잘못을 따지고, 남탓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난다. 본질보다 노이즈와 프레임질이 가득한 세상보다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런 시선을 나도 그려내고 싶었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코미디 로얄>(2023)

: 별 기대 없이 그냥 웃고 싶어서 보게된 6부작 코미디 배틀물(?). 최근 가장 핫한 메타코미디와 지난 5년간 가장 핫했던 코미디 빅리그 출신, 그외 몇 명이 섞여 코미디 대결을 한다. 1-2회차 코드가 안맞는 개그에서 하차각을 잡으려다가 끝까지 봤는데, 누구 하나 낙오되거나 낙인찍지 않고 서사를 다 회수했다는 점은 좋았던 부분. 

개콘 폐지 - 코미디 빅리그 폐지 - 다시 개콘 부활을 하는 동안 코미디언들을 TV, 유튜브 어느쪽이든 자신들의 영역을 만드려고 부단히 노력해왔구나. 진심으로 일에 투신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프로그램. 한 명 한 명이 다 자신의 캐릭터들을 갖고 있고, 허투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진하지 않으며, 애드리브와 센스, 기세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준비와 노력의 모습이 담겨 웃으려고 봤다가 리스펙으로 끝난 감상. 

이경규 옹의 역할도 훌륭했던 것이 이제는 한 발 빠져서 평가만 해도 되는 위치인데도 기꺼이 요즘 개그들 사이에서 '플레이어'로서 한 방을 터뜨린다. 후배들에게 쓴소리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도 보기에 좋았다. 이게 직업의식이고, 이게 진심이고, 이게 클래식이구나 싶었던 모먼트.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파도여 들어다오>(2023) - 드라마

: 애니메이션과 일드를 동시에 한편씩 비교해보면서 보는 중


2. <스파이 패밀리 시즌 2>(2023)

: 아냐가 돌아왔다. 빨리 다음편을 주시오!


3. <릭앤모티 시즌 7>(2023)

: 드디어 애꾸눈 모티의 등장. 이해하기를 포기!


4. <이두나>(2023)

: 좋은 의미로 스토리 없어도 배우만으로도 이야기가 굴러가는구나 싶은 드라마. 1화만 봤는데도 수지의 폐가 걱정된다.



본 콘텐츠

1. [유튜브] 트위치 한국 철수.. 망 사용료를 원흉으로 지목했다? 그동안의 소식 정리해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5T7xjhcW1k

: 트위치 코리아가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집이 없어졌다'는 식의 영상들이 많이 보여서 좀 찾아봤다. 스트리머나 MCN은 물론이고 도네이션 서비스 업체, 대행사 등 트위치가 구성한 생태계가 있을 터인데 갑작스럽게 벌어져서 혼란스러운 느낌. 팬들이 이미 형성된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이제 성장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클 것 같다. 이 수혜를 아프리카TV와 네이버의 치지직이 나눠먹으며 어떻게 판도가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인지 정리된 영상을 찾아보다가 깔끔한 영상이 있어서 이번주는 이걸로 골랐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우울한 마음이 들어 에세이를 시작했다(9/10)

제목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5623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 조만간 다시 시작!

https://millie.page.link/z2wQx



얼룩소에는 글을 쓰곤 한다. - 이제 브런치와 동시연재를 할 생각. 업로드분을 다 옮기는중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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