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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31. 2023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2월 5주차

2023.12.25~12.3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년 한 해가 갔다. 올해도 열심히 읽고 보며 인풋을 채웠다. 내년에도 가열차게 내 안의 양식을 넓혀가자. 내년엔 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새해에는 인풋노트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그게 전부인양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통밥 가지고 울궈먹고  울궈먹는 업데이트  되는 후짐에 빠지지 않기를, 이정도면 되겠지 하면서 안주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올해는 닫는다. 다음주에도 인풋노트는 이어진다. 커밍쑨.


한해 결산은 아래 링크로

https://brunch.co.kr/@hakgome/568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비스킷 / 김선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이꽃님

순례 주택 / 유은실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해야지 List

- 일단 공란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비스킷>, 김선미, 위즈덤하우스, 2023


"비스킷은 마음의 한 부분이 계속 짓밟혀서 존재감을 잃은 거야. 네가 시든 꽃을 땅에 다시 심듯이 우리도 비스킷을 세상에 제대로 발 딛게 해 주고 싶은 것뿐이야."


________


✅이요마 노트

<비스킷>은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다. 가루가 되어 산산히 부서진, 그래서 세상 누구도 감지할 수 없는 '없는 존재'들을 위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이다. 주인공 제성이 처한 세계는 따뜻하고 아름답기만하진 않다. 부모님은 이혼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주고, 학교든 학원에서든 왕따나 학폭이 진행형이다. 이웃은 층간소음을 내는 빌런이기도 하고, 가정폭력을 숨지는 나쁜 존재기도 하다. 책에 나온 표현을 빌려 '통속적인' 그리고 전형적인 나쁜 환경은 사실 우리가 이야기 속에서는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그런 위태로운 배경 속에도 주인공 제성과 친구들(효진, 덕환, 지안(조제))은 스스로 존재감을 지우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는다. 비스킷을 감지하고, 발견해주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작업은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나도 발견되고 싶던,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주었으면 했던 마음을 가져보았기에 마음이 묘했다.


한 사람의 존재에 조건없는 인정과 사랑을 해주는 당연한 것을 놓쳐서 꽤 긴 시간을 공허하게 보냈고, 또 여전히 마음에 빈 공간을 찾아가는 중에 있다. <비스킷>은 그런 마음의 구멍이 있는, 혹은 그런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였다. 다만, 병원 탈출장면이나 엔딩 후의 쉬운길을 간 것 같은 마무리는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나 아닌 타인을 '발견'한다는 키워드는 길게 마음에 남을 것 같다.




2. <그라이아이>, 김혜빈, 문학과지성사, 2023


머리가 잘린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품위가 폭력에 의해 폄하되지 않는 세상을, 수많은 비관에도 사라지지 않는 낙관을 꿈꾸며,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투쟁이다.


________


✅이요마 노트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다가 김혜빈 작가를 알게 되었고, 다른 작품 나온 게 있나 도서관에서 찾아보다가 빌리게 된 책이다. 잘 읽히고 재밌어서 금방 읽었는데, 주에 한 번은 베스트셀러나 신간 체크를 하는데도 왜 이 책을 놓쳤지 싶었다.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란 의미다.


아일랜드의 이탄지에 고대 한국인 미라 '백희'의 머리가 발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백희를 다큐멘터리로 담으려는 PD 문정과 작가 주나, 현장의 유 교수를 돕기 위해 아일랜드로 떠난 영(영현), 그리고 백희가 겪었던 진실까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 <그라이아이>는 각각에 핍진하고 탄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형적이지 않은, 그러나 누구든 한 발은 걸치고 있는 여성서사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세 파트의 인물들이 조금씩 교차하며 '폭력과 비관 속에서도 그럼에도 살아가는 투쟁'의 여정은 교조적이지도 않고, 감상적이지도 않다. 계속 빨려들어가듯이 읽다보면 마지막장에 다다르는 특이한 체험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상한 기운(?)을 주는 책이니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3. <연수>, 장류진, 창비, 2023


"언니, 잘 들어요."

손끝으로 팔딱거리는 미라 언니의 맥이 전해져 왔다.

"소설 같은 거, 아무도 안 봐요."

(...)

"어차피 우리밖에 안 봐요. 여기서 한발짝만 나가면, 아무도 소설 따위 관심 없다고요."


________


✅이요마 노트

아마도 올해 마지막 책이 될 거 같다. 한 해 동안 열심히도 읽었다. 목표는 딱히 없었지만, 심리적 기준선이던 120권을 넘겨 136권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하는 2023년이었다.


장류진 작가의 책은 <일의 기쁨과 슬픔> 이후 처음보는데, 뭐랄까 질투심이 생기는(?) 작품집이었다. 여자 회사원 주인공 소설은 원래부터도 잘 쓰는 걸 알았지만, <연수>로 넘어오면서 다른 화자들도 잘 쓰는구나 이야기도 잘 읽히고 재밌는 걸 잘쓰는구나 싶었다. 그냥 잘 쓴다면 감탄하고 말텐데 왜 질투라는 마음이 올라올까 했더니 아무래도 그가 그리는 화자들이 보여주는 태도에 나도 모르게 동화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장류진의 인물들은 방어적이다.

열심히 살고, 부단히 노력하고, 내 앞가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사랑받지는 못한다. 그의 세계엔 한량도, 무조건 착하기만 한 인물도, 감정 과잉 코드도 없다. 그래서 따뜻하지도 않을 뿐더러, 따뜻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안타깝다.

나도 그 알량한 마음을 가져봤기에,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을 달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갈증을 알기에, 노력하지만 돌려받는 것 없는 그래서 무얼 받고 싶지도 주고 싶지도 않은 그 식어버린 마음을 이해하기에 동족혐오가 들어서 그들과 선긋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동화된다.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미라와 라라>였다. 소설창작회 애들 정신 못차리는 거는 전국 국문과 공통이구나 하면서 낄낄거리면서 읽었더랬다. 위에다가 인용한 "소설 같은 거 아무도 안 봐요."를 대학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다들 웃퍼하는 반응을 보며, 나는 이게 뭐라고 이 알량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사나 싶더라. 여튼 그 알량함을 간파한 작가님의 시선이 참 매서웠던 느낌.


다음으로 재밌게 본 건 <동계올림픽>이었다. 책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눈에 밟히는 장면이 있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집에 가족 반응을 촬영하러 간 인턴 기자에게, 국가대표의 어머니가 떡국을 권하는 장면이었다. 두 번 세 번 재차 권해도 괜찮다고 사양하는 인턴 기자의 반응, 그 이유도 정식기자도 아닌데 받을 자격이 없는 거 같다는 말로 거절하는 그 장면이 두고두고 남았다.

무엇을 줄 수도, 받을 여유도 없는 마음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그의 마음이 계속 눈에 밟혔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받을 자격'이 없어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사랑을 해주는 가정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방어적인 사람이 방어성을 띄는 건 상처를 가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그들도 조건 없는 응원과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주목하는 점이 참 좋았다.


참 재밌는 소설집이었다. 끝나고 나면 어쩐지 내 알량함을 들킨 거 같아 속이 쓰렸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에 주목하는 작가가 있어서 느낌적인 느낌으로 남아있는 내 안의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 언어로 구체화되는(?) 그런 감상을 느끼게 해준 책. 잘 읽혀서 더 질투남 ㅇㅇ(새해에는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본 웹소설/웹툰

: 이번주는 없다. 요새 잘 손이 안간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웹툰] 차원을 넘어 이세계 아이돌

: 완결까지 다 나왔더라 이건 못참지~


2.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 나 귀여운 거 좋아하네..


본 영화

1.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2023)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짱구가 3D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굳이 3D였어야 했을까 하면 글쎄? 지만, 이번 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이번 편의 소재는 사회에서 도태된 히키코모리의 흑화(?)다. 이렇다할 직장도 미래도 없이 아르바이트하며 아이돌 덕질을 하던 음지남은 여러 오해가 쌓이며 경찰에 쫒기는 신세가 된다. 담을 넘어 도주를 하던 중에 우주에서 날아온 초능력 파워(?)를 맞으며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다. 찌질하게도 분노의 화살은 인싸놈들(?) 행복해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향한다.


반대로의 정의의 초능력 파워는 짱구에게로 들어간다. 초능력협회 사람들과 함께 악의 초능력을 가진 음지남을 저지하는게 이 극장판의 스토리다. 세계전복협회(?)라는 빌런 집단은 힘을 얻은 지남을 자신의 연구소로 데려가는데, 그곳에는 삶의 희망을 잃은 히키코모리들이 한가득 있다. 그들의 우울에너지를 뽑아서 미래세대를 위한 전복을 준비중이라고...


니트가 한가득 나오는 연출은 2010년대 애니메이션인 <동쪽의 에덴>에도 나온다. 자발적으로 아무일도 하지 않는 청년들(그들은 다 남자였다.)을 그 애니에서는 강제로 중동 노역선(?)에 태워 보내버리고, 돌아와 갱생시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로서의 해법을 보여준다. 이번 극장판은 조금 다르다. 사회적 요구보다는 '개인의 상처'에 주목한다. 노오오력이 부족해! 가 아니라, 너희도 다 사정이 있었구나. 그렇지만 포기하지마. 너흰 아직 젊으니까! 이런 접근 방식이랄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연출은 빌런과의 대결에서, 음지남의 내면아이를 비추고 어린 지남의 상처를 짱구가 치유해주는 장면이다. 짱구의 방법으로 무조건적인 응원을, 힘들때 손을 내밀어주고, 위기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우정을 주며 그의 해묵은 감정을 해소해준다. "지남아." 하며 손을 내미는 짱구의 천진함, 편견없음, 용기가 전해지던 장면.


오사카 만박 시절 어린이였던 어른들을 위로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길을 내어주라던 짱구의 스탠스는 이제 짱구를 보며 함께 커 어른이 된 짱구키즈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세상에 나온지 어느덧 30년이 넘어선 이 애니메이션은 다만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전 세대의 아이콘 내지 기성세대의 시선을 대변한다.


작년의 30기 배꼽용사 때는 '아 짱구도 결국 5살 어린이었지...' 하는 감상을 했던 것 같은데, 사실 '짱구 극장판'에서 그런 것을 바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 편에서처럼 짱구가족만이 줄 수 있는 위로,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 감정적으로 솔직해지는 순간들을 만나고 극장 밖을 나가며 다시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모먼트를 바랐던 거 같다. 그런 의도였다면 백프로 만족하는 작품이었다.


한편으로는 관객들 자존감까지 챙겨가며 모험을 해야하는 짱구가 고단해 보이기도 했던 영화. ㅠㅠ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스파이 패밀리 시즌 2>(2023)

: 시즌 2는 '요르 포저'를 위한 시즌이었다. 아냐와 로이드의 분량보다도 선상 경호 에피소드가 길어지면서 머릿속에 남은 건 요르뿐이었다. 시즌 3가 기대되는 분기점 같은데, 스파이 황혼은 여전히 '임무'를 우선시하지만, 킬러 가시공주는 이 일을 왜 하지? 나의 목적은 무엇이지? 하는 고민, 잃고 싶지않은 존재(동생, 가짜 가족)가 생겨 마음이 흔들리는 모먼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발랄하고 유쾌해서 좋지만,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잃어버리는 에피소드가 나온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다음 시즌도 기대!




2. <릭앤모티 시즌 7>(2023)

: 첫 몇 화는 정으로 봤다. 시즌 1에서 보았던 기발함과 노빠꾸와 정신없음은 사라졌고, 관성적인 사이코패스 릭과 동화되어가는 인프피 재질의 모티만 반복재생되는 느낌. 그런데 뒤로 갈수록 '릭'이 수많은 모험을 거치며 변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티 에피소드, 아이스 T 에피소드 그리고 두려움의 구멍 에피소드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츤데레 릭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손자를 챙긴다.


과하지 않게 인간적인 면모를 흘려주는 게 시즌 7에 와서야 보여줄 수 있는 빌드업이 아닐까도 싶었던. 애꾸눈 모티라는 거대 서사는 여전히 이해 못하는 중이다. 리뷰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분석해서 정리해주면 좋겠다... 다음 시즌도 그냥 보게될 것 같다. 비주얼이나 내용의 충격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파도여 들어다오>(2023) - 드라마

: 4편까지 봤는데 너무 재밌다. 원작 애니와 순서는 좀 달라져도 버리는 씬 없이 잘 엮고, 애니에선 비중이 적던 치시로 마도카를 매력적인 인물로 비중을 늘려 표현한 건 좋은 듯. 주인공 미나레를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주연 코시바 후우카는 초월 더빙, 아니 초월 연기를 보여준다. 그 많은 대사량을 때려박는 동시에 엄청난 딕션으로 대사 서커스(?)를 보는 내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끝까지 봐야지!


2. <이두나>(2023)

: 좋은 의미로 스토리 없어도 배우만으로도 이야기가 굴러가는구나 싶은 드라마. 1화에서 나아가질 않는다.



본 콘텐츠

: 이번주는 없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우울한 마음이 들어 에세이를 시작했다(9/10)

제목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5623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 조만간 다시 시작!

https://millie.page.link/z2wQx



얼룩소에는 글을 쓰곤 한다. - 이제 브런치와 동시연재를 할 생각. 업로드분을 다 옮기는중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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