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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an 07.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월 1주차

2024.01.01~01.07

낚시대를 던져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시작할 땐 인풋노트를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 해는 바뀌었고, 본의 아니게 중복 제목으로 글이 올라가게 되어서 2024를 앞에 붙였다. 

새해 첫 주는 일상에선 이렇다할 일은 없었다. 다만 뿌듯한 시간들이었다. 몇 달 전 쓴 글을 보고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을 만나 '글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쓰고 싶다는 동기로 글을 썼다지만, 내내 벽을 보고 쓰는 기분이었다. 이게 맞나. 돈도 안 되는 이걸 나는 왜 시간들여서 하고 있지. 왜 이걸 놓지 못하지 (주로 자책의 방식으로) 생각했더랬다. 하나 둘 오는 반응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가 되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할 때면 다시 힘을 내서 쓰게 된다. 효율적이지 않고, 효용이 명확치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연말부터 써오던 원고는 기획안은 마감, 원고의 끝부분은 오늘내일 쓰면 완성될 것 같다. 잘 마무리하고 퇴고해서 다음주 화-수부터는 본격적으로 투고할 예정이다. 그 원고를 시작으로 술술 풀려서 새해에는 일감도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댓글도 내가 브런치에 던져놓은 수많은 낚시대 중에 하나였을 게다. 지치지말고 관두지말고 될때까지 츄라이 해보자.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일단 공란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해야지 List

- 여뀌 먹는 벌레 / 다니자키 준이치로

- 죄와 벌(상) / 도스토예프스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문학동네, 2018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________


✅이요마 노트

어떤 소설은 단 한 문장을 향해 달려간다. 이 작품이 그랬다. 모든 서사를 다 통과해서 마지막 장에 다다를 때, 아 그렇구나. 내가 이 한 문장을 보려고 그랬구나 깨닫게 된다. 책 소개도 보지 않고 읽기 시작한 건 참 다행이었다. 그래서 예측하지 않고, 예상하지 않고 재미있게 흐름을 따라갔던 것 같다.


열여섯 은유는 재혼을 앞둔 아빠가 밉다. 뜬금없이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보내려 가자는 말도 탐탁치 않다. 그렇게 원치는 않지만 편지를 부친 은유는 뜻밖의 편지를 받게된다. 1982년에 국민학교를 다니는 은유라고 주장하는 아이가 500원 동전과 함께 답신을 보낸 것.


장난인가 싶어서 답장을 보내던 은유는 점차 편지가 정말로 과거의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걸 알게 된다. 다만, 은유에게는 2주에서 한 달이지만, 아이에겐 1-2년에 한 번 꼴로 도착하는 시차가 있다. 그래서 자신보다 어리던 아이가 은유의 나이를 뛰어넘어 언니가 되어가는 동안, 두 사람의 시공간을 넘어선 편지는 오고간다.


어쩌면 예상된 결말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 재혼을 하는 아빠와 돌아가신 엄마를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모든 걸 설명하지 않고, 차차 한단계씩 밟아가며 편지를 전개해갔기에 결말에 이르러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02년생인 은유가 70년대 후반생인 X세대 부모의 성장과정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거의 은유가 진짜 엄마 찾기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80-90년대의 격변의 역사는 학력고사-대중문화(농구대잔치, 담다디 등)-공통의 기억(성수대교, 노태우 당선, 제야의 종소리, IMF 등)를 경유해 내가 모르던 '부모의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다만 청소년이 이해받아야 되는 존재가 아니라, 나도 내 가족과 부모를 이해하는 주체적인 인물로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해서 쌍방이 이해하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모르는 존재인 가족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 좋았다. 여러모로 코드든 메시지든 명확해서 좋았던 이야기.




2. <노 휴먼스 랜드>, 김정, 창비, 2023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더라고... 당시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되려고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________


✅이요마 노트

요즘 디스토피아 소설이 많이 보인다. 문학사 강의를 준비하면서는 현실의 제약이나 진영논리 때문에 벌어진 자기검열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냥 우리 세상 자체가 아픈 상황이고 서서히 디스토피아로 진입해 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 휴먼스 랜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을 경험한 미래 인류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노 휴먼스 랜드, 그러니까 사람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구역에 파견된 단원들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주인공 미아는 플래그리스라는 반정부단체(?)의 X라는 익명의 인물에게 지령을 받고 시은이라는 가명으로 파견단에 들어온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파견단 중 한 명인 아드리안이 사망하고, 크리스가 실종되는 사건에 휘말린다. 그 내막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었는데...


거대한 세계관 속 하나의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노 휴먼스 랜드>는 기후 위기로 미쳐버린(?) 매드사이언티스트 서사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신박했다. 다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았고, 교훈도 많아서 그랬는지 보여주는 모습보다는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일까 긴장감보다는 정보획득을 하면서 나아가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점은 내가 쓰면서도 많이 부닥치는 애로사항인데, 체크하면서 써야겠다 싶더라.


기후위기에 상상력을 덧대어 만든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아질 것 같다.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실패한 해결책이든 뒤틀린 해결책이든 작가의 상상이 닿는 곳에는 이야기가 계속 존재할 테다.



본 웹소설/웹툰

: 이번주는 없다. 요새 잘 손이 안간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웹툰] 차원을 넘어 이세계 아이돌

: 이제 몇 편 안남았다 마저 읽을 예정


2.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 나 귀여운 거 좋아하네..


본 영화

: 이번 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최강야구 시즌 2>(2023)

올해도 유일하게 챙겨본 예능이자, 최고의 서사를 만들어낸 드라마였다. 총 31경기 중 22승을 못하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본격, 직장을 걸고 만드는 작품이었기에(?) 참여하는 스태프도, 선수도, 감독과 코치까지도 절박하게 매 경기에 임한다.


이승엽 감독 시절에는 장시원PD가 자기 덕질할라고 만든 프로그램 같았는데, 김성근 감독이 등장하고 나서는 예능이 아니라 프로선수들 마냥 평일에 훈련하고, 끝나고 펑고 받고 하면서 구르는(?) 모습하며, 40대 아저씨들이 전력으로 달리고 슬라이딩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야구에 진심인 사람이 만드는 야구예능이기에 팬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 감동을 느낄만한 포인트, 지고 나서의 분함과 이겼을 때의 행복함까지도 다 캐치해낸다. 은퇴한 선수들이 야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일이야 싶기도 하지만, 그들에겐 전부였던, 그리고 지금도 전부인, 앞으로도 계속 전부이길 바라는 그런 진심이 시청자로서 너무도 절절하게 느껴져서 좋았던 프로.


아마추어 야구를 조명하는 시선도 좋다. 물론 각 팀마다 에이스가 있기 마련이고, 유망한 선수 위주로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드래프트에 미끄러지고 대학을 통해 재수하는 선수들을 주목하고, 그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관심을 주는 시선이 참 좋았다. 용병으로 뽑은 선수들이 드래프트로 들어가는 장면, 떨어지고 나서도 위로하고 다시 평소처럼 야구를 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는 시즌2.


내년도 너무나 기대가 된다.



2. <파도여 들어다오>(2023)

제대로된 각색, 제대로된 캐스팅, 제대로된 현실파악 삼박자가 맞아들어간 드라마 다운 드라마였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볼때 성우로도 어려운 코다 미나레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는데, 주연인 코시바 후우카 배우는 대사 서커스, 캐릭터 과몰입 어떤 말로 표현해도 좋을만큼 초월 연기를 보여준다. 조연으로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도 방송국 사람들이나 스프 카레집 사람들처럼 똑 떨어지는 연기를 한다. 그렇게 쏟아내는 대사량 속에서도 귀에 박히는 딕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


애니메이션 자체가 말이 너무나 많은 작품인지라, 장면에서 주는 여운보다는 만담처럼 말로 때우고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고는 말 못하는데, 조연들의 비중과 분량을 늘리고 에피소드들의 경중이나 배치를 바꿔서 그런 빈틈도 잘 메웠다. 드라마 각색이란 이런거구나 싶었던 딱 떨어지는 8화였다.


한편으로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는, 자신의 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한 캐릭터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화의 지진편에서는 눈물도 좀 났다. 시즌 2를 기대하면서도 사족이 될까 걱정이 되는 이 묘한 마음을 남긴, 진짜 재밌는 드라마였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째깍째깍>(2018) 

: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나루토의 휴우가 일족의 백안 스핀오프 같은 이야기. 뭔가 신박하면서도 묘하게 늘어지는(?) 이야기. 다음주 중엔 다 볼듯


2. <이두나>(2023)

: 하차 예정



본 콘텐츠

: 이번주는 없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우울한 마음이 들어 에세이를 시작했다(9/10)

제목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5623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 조만간 다시 시작!

https://millie.page.link/z2wQx



얼룩소에는 글을 쓰곤 한다. - 이제 브런치와 동시연재를 할 생각. 업로드분을 다 옮기는중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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