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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May 27.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5월 4주차

2024.05.20~05.26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기


포기는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일주일 간 놓아버리니 생각이 많이 정리된 것 같다. 우선, 내가 내려놓는다고 내려놓은 것들은 사실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었다는 것. 자기 전에도, 걸어갈 때도 언뜻언뜻 생각을 멈추지 않았으니 하는 것도, 내려놓은 것도 아닌 채로 내 메모리만 잡아먹고 있는 걱정들이 너무 많았다.

살던 가닥이 있으니 하루아침에 그것들을 싹다 갈아치울 순 없겠지만 보이는대로 강제 종료하는 심정으로 내려놓아보려고 한다. 집중해야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 딱 하나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억울함 같은 것이 밀려왔는데, 아니 내가 이것조차도 바라면 안돼? 진짜 이것마저 나한테 허락해주지 않는거야? 하는 감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근데 그것 마저도 내가 내려놓지 못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을거라고 믿자고. 잘 바뀌지 않더라도 그냥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을거라고 되뇌면서 흘려버리자고 생각했다.

손에 쥔 것들을 놓아버려야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을 텐데, 내가 간신히 마련한 것들. 이 알량한 것들을 포기하는 건 참 쉽지가 않다. 그래도 보일 때마다 딱 하나만. 딱 하나씩만 내려놓아야겠다. 이번 한 주는 깨끗한 정신으로 지내면 좋겠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푸른 살>, 이태제, 북다, 2023


"다들 본 적 있나? 하루 만에 청나무가 된 가족의 모습을 말이야."

그는 지금 10년 전 벌어진 '섬광 대학살'을 말하고 있었다. 강렬한 빛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는 화면에 노출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청나무가 되어버린 사건 말이다. 그 섬광은 사람들의 뇌파를 푸른 살의 성장을 유도하는 뇌파로 변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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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제10회 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영상화를 염두하고 뽑는 공모전이어서일까 장면들이 생생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2035년 푸른 살 포자가 묻은 운석이 보츠와나의 카코아카 국립공원으로 떨어지면서 지구의 재난은 시작된다. 포자가 인간의 신경계로 퍼지면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 전기자극을 유발해 발작을 일으키고, 몸에 파란부분 그러니까 푸른살의 영역이 넓어진다. 그래서 몸이 파라면 파랄수록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기에 전세계의 범죄율이 떨어진 2090년의 이야기다. 온몸이 파란색이 되면 '청나무'가 되어 나무로 변한다고 한다.


푸른 살 내성이 있는 '인디고'라는 이들이 감옥섬(?)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이 탈출한 것까진 좋은데, 탈옥한 4명 중 하나가 전 세계 2억명을 청나무로 만들어버린 '아이버스터'다. 최악의 범죄자를 쫓는 드레스덴 경관과 그 범죄자 무리에게 납치된 휴머노이드 레미의 시점이 오가며 긴장감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엄청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 균류가 인간의 도덕성을 컨트롤 한다거나, 휴머노이드/사이보그가 나오는 세계관의 추격전이라든가 하다못해 전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쓴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결말부는 내 취향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재밌는 상상을 하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궁금해지더라. 신박했던 소설.




2.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존 오리어리, 갤리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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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불가능을 한계로 본다.

어떤 사람은 불가능을 기회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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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있다'는 굳은 믿음은 믹처럼 의욕적인 선구자들을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들은 문제를 포착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 든다. 깊이 파고들고 폭넓게 탐색하며 정답을 찾을 때까지 실험한다.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싫어하며 끈질기고 광범위하게 조사해 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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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목표는 다시는 갑옷을 두르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의 갑옷은 무엇인가? 타인에게 진짜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해 어떤 장벽을 세웠는가? 그 장벽이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이끌 때 그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제 경계를 풀고 빛을 향해 걸어 나가자. 본모습을 당당히 드러내고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나만의 상처와 약점, 살아온 이야기를 받아들이자.

우리는 같다. 모두 이 세상에 속해 있다. 그리고 누구나 환호받을 가치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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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두려운 마음이 지배하는 요즘이다. 난 뭘 하고 살아야하지. 난 어떻게 살아야지. 생각은 생각으로 이어지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답이 없다는 결론에만 봉착한다. 자기계발서라거나 영성/명상에 관한 책과 영상을 찾아보는 까닭은 지금의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텐데 나는 왜 제자리에 머무는가. 왜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답이 없는가. 왜?


이 책도 도서관에서 서가를 배회하다가 그래. 애들처럼 살면 어떤데? 하는 생각으로 잡았는데, 뜻밖의 책이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화재사고로 양손을 잃어버린 존 오리어리다. 이 책은 그가 그의 아이들에게서 받은 위로와, 깨달음과, 통찰에 대한 이야기다.


장애라는 벽을 극복한 수기가 아니다. 좌절에 빠진 사람이 어떻게 희망을 찾는지, 세상을 어떻게 아이들처럼 경이롭게 바라보는지, 그렇게 내일의 기대감을 만드는지 이야기 한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내가 잃어버린 건 '기대'였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습작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지? 하면서 쓸 때의 마음과 이런 걸 누가 보겠어? 아니. 인터넷에 올려도 누구도 안봐. 벽보고 대화하는 기분이야. 같은 마음으로 쓴 건 결과물의 퀄리티도 다르다.

나를 지배한건 기대없음, 좌절, 반복되는 실패였던 것 같다.


한발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내 상황은 별로지만, 최악은 아니다. 10년 전의 나, 5년 전의 나가 쌓아놓은 마일리지가 있고, 그것을 도움닫이 삼아 다음으로 나가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다. 문제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빨리 인정받고 자격을 부여받고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조급하게 일을 벌이고, 당연하게도 실패하고 또 더 조급하게 실패하고 상처받고 좌절하는 상황인 것 같다.


시간을 넉넉한 마음으로 쓰는 건 여유있는 사람이야! 라고 요 몇달은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말에는 저녁에 집 앞 공원에 나갔다. 잔디위에서 사람들은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있었다. 나는 한쪽 구석 벤치에 누웠다. 마음은 불안해서 이어폰으로는 무의식 정화 명상을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매순간 불안, 쪼들림, 압박감에 다른 걸 신경쓸 겨를이 없다 생각했는데, 한 시간 남짓한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네, 바람이 부네, 편안하네, 따스하네, 서늘하네. 현상만 온전히 느꼈다.


아이들이 현재에만 집중하듯, 지금 이 순간만 몰입하듯 나는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구나. 돈과 미래와 관계에 대한 사회적 연결고리에서 벗어나 그냥 내가 될 수 있구나 싶더라. 이상했다. 그래도 되는구나.


무얼해야 내일이 기대될까. 무얼해야 경이로운 오늘을 만끽할까가 아니라. 다 그냥 가능한 거구나. 그걸 가로막는 건 나였구나 싶었다.




3. <나는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할까?>, 노영은, 한빛라이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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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잘하고 있는 면을 더 잘하게 만드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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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라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개념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느끼게 해줄 도구가 바로 상상력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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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지난 일주일의 소비 기록을 돌아보면서 내가 그렇게 바라는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나에게 부족한 건 '바라는 마음'이었다. 갖고 싶은 것이나 되고 싶은 미래에 대해 상상하고 욕망하고 그걸 가지려고 행동할 동기 같은 게 거의 없다시피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스스로 경제적 자유라고 느낄만한 숫자가 어느 정도 일까 계산해보니 지금 기준으로는 어림잡아 연봉 4000이면 넉넉하게 행복하겠네(?) 싶더라. 이 소박한 기준을 깨고 더 벌어야해! 하는 마음보다는, 더 많은 걸 바라면서 사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라지 않으니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생활이 벌써 2년이다. 더 바라고, 더 벌고, 더 풍요롭게 살고 싶다. 바라는 미래를 두고 역순으로 계획을 짜보았다. 지금은 전부 상상으로 채워진 계획표였지만 마음이 조금은(?) 풍요로워졌다. 다시 치열해보자.


이 책은 돈버는 법이라기보다는, 돈에 대해서 그리고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고민한 에세이에 가깝다. 잔잔하지만 단단한 저자의 경험과 탐색의 시간 속에서 나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



보는 중인 책들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문학동네, 2013

2. <종의 기원담>, 김보영, 아작, 2023



본 웹소설/웹툰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 마세돌 단행본이 도착했다 히힣



본 영화

: 이번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브레이킹 배드 시즌 1>(2008)

: 한 4화에서 더 나아가질 않네...


2. <괴수 8호>(2024)

: 괜찮은 코믹 시리즈를 찾은것 같다.


본 콘텐츠

: 이번 주는 없다.



기타 기록

: 싹 지우고 리뉴얼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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