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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un 24.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6월 4주차

2024.06.17~06.23

감동을 회복하는 게 우선

책을 읽다가 내가 받았으면 하는 것을 남에게 먼저 하라는 구절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로써, 이야기로써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작품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가슴뛰는 느낌을 얻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재밌게 이야기를 즐겨보자.


두 달 간 진행한 편집+디자인 워크숍을 마쳤다. 

https://brunch.co.kr/@hakgome/613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침묵>, 엔도 슈사쿠, 홍성사, 2003


-

이것이 순교란 말인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왜 당신은 침묵하고 있는가?


-

신부는 발을 들었다. 발이 저린 듯한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형식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것,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믿었던 것, 인간의 이상과 꿈이 담긴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그때, 밟아도 좋다고 동판에 새겨진 그분은 신부에게 말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신부가 성화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 아침이 왔다. 멀리서 닭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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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리액트>가 믿음 강화의 측면이라면, 믿음이 확고한 사람이 믿음에 대해 의심을 갖는 이야기도 보고 싶어서 다시 읽어야지 다짐만 하던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꺼내 읽었다.


일본의 잔혹한 기리시탄(크리스챤) 탄압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배교한 포르투갈 선교사 로드리고 신부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고통받는 신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왔지만, 정작 자신들로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 로드리고는 갈등한다. 끝없이 기도하고, 구원을 청하나 그분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도와주지 않는 신을 의심하는 순간을 만나고, 배신을 반복하는 기치지로의 모습이나 이미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의 합리화하는 모습에서 환멸을 느끼는 신부는 혼란스러워 한다. 내가 평생을 간절하게 믿어온 진실을, 이것 외엔 생각해보지 않은 고결한 신앙을 뒤흔드는 매순간이 그에겐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을 게다.


포기가 아닌 개심, 합리화가 아닌 결심으로 로드리고는 마지막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타인의 시선이나 세간의 평가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자기 마음 속의 정합성을 찾았다면 그게 어떤 결론이든 충분하다.


다시 읽어도 에너지와 몰입도가 엄청났던 이야기. 시간이 지나면 또 꺼내 읽을 것 같다.



2. <림 젊은 작가 소설집 3: 옥구슬 민나>, 현호정 外, 열림원, 2024


전임자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잠시 착각할 수 있었다.

- 성혜령, <대체 근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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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열림원에서 기획한 '림 젊은 작가 소설집 시리즈'의 세번째 책.

전반적으로 아쉽다. 뭔가... 미묘하다.


와중에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성혜령의 <대체 근무>

대학원 연구실이 불타고 휴학을 한 주인공 단강이, 한 연구소에 대체 근무자로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문학은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부합하는, 쭈욱-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전혀 다른 이야기, 주제, 소재들을 모아놨지만 어딘가 인간-비인간이라는 주제로 모이는 것 같다. 비인간적인 설정들로 혹은 비인간적이게 되는 순간들로부터 인간다운 것은 무엇인지 한 번 쯤은 생각하게 한다고 해야 하나. 취향이 안맞는 건지, 내 역량이 부족한 건지 막 와닿지는 않았다는 게 아쉬웠던 모먼트.



3. <크리에이티브 웨이>, 리처드 홀먼, 현대지성, 2024


우리 팀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내놓아야 할 때, 구석에 놓인 시계 초침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릴 때면 나는 팀원들에게 떠올릴 수 있는 최악의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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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면 쓴 글을 다시 읽지 말고 그냥 써나가자. 최대한 많이, 다양한 가능성을 창조하고,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좀 더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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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에 있어서 가장 큰 실패는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할 가능성을 제거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발견의 가능성마저 제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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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의 악마는 오로지 작품을 처음에 구상한 사람만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관찰자가 아니라 창조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 말이다. (...)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계속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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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한동안 읽기만 하다가 용기를 내어서 소설을 써야지 자리에 앉았는데 도무지 써지지 않았다. 예전에 써둔 걸 읽어도, 앞으로 써야지 다짐해둔 노트를 펼쳐도 무엇하나 재밌어 보이지 않았고, 다 짜쳐보였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용기를 얻어볼까 하고 이 책을 잡았고, 약간은 이유를 알게된 것 같다.

나를 지배하는 악마는 실패와 실망의 악마였다. 공모전에 계속 떨어지고 누구도 보지 않는 글을 쓴다는 생각에 지난달에는 꽤나 좌절스러웠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펜을 놓아버렸다. 계속 생각은 나서 포기 선언은 철회했지만 이상한 백지의 벽.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하고 싶은지 멍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괜히 예전에 썼던 걸 리메이크해본다거나, 짜친다고 밀어두었던 폐기작들을 만지작 거리면서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하다가. 지레 지쳐서 관두었다. 근데 사실 이 모든게 '또 실패할까봐' 하는 두려움과 그렇게 결과를 내지 못하고 '내가 소설가의 꿈이 있었단 말이야~'로 시작하는 신춘문예의 악령이 될 것 같다는 실망감에서 왔다는 걸 책을 읽다보니 깨닫게 되었다. 두 가지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고, 어쩌면 평생 볼일 없을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이었다.


불안함은 불안을 키우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기혐오를 키운다. 특히 이렇다할 피드백도 없이 벽보고 실패 통보만 받는 습작생들은 더더욱 그럴 것 같다. 책을 덮고 다시 출판기획서를 정비해서 샘플원고를 두 출판사에 투고했다. 결과는 아마 2주 후에 나오겠지. 미래를 바꾸려면 오늘을 정비하고, 쓰지 않는다고 타박하던 과거부터 바꿔야 할 테다. 실패해도 실망해도 계속 쓴다는 마음으로 놓지 말자. 최악의 작품이라도 쓴 것과 안 쓴 것은 다를 게다.


사라졌던 용기에 조금이나 불을 지펴준 책.


4. <리액트>, 네빌 고다드, 서른세계의계단,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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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받았으면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먼저 다른 이들에게 하라. 왜냐하면 이것은 선지자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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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에 대한 느낌을 바꾸겠다고 결심하십시오. 당신의 꿈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있다면 오직 당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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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이 먼저 현실에서 나타나면, 그 후에 믿음이 따라서 생기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가졌다는 증거가 나타나기 전에 원하는 것을 이미 가졌다는 의식을 먼저 취해야만 합니다. 증거는 뒤따라 나오지, 의식에 앞서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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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패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기독교적으로 해설한 책.

믿음과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떻게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사짜 느낌은 나지만 납득은 되는(?) 미묘한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그래 결국 지금의 내 세상은 내 마음이 창조한 것이구나. 내가 풍요를 허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닥으로 몰아넣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원하는 것이 세상에 나타나는 증거가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막연하고 망한 것 같다는 생각에 머문다. 그럼에도 믿고, 그럼에도 원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것을 이룬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 모습에 한 발 더 나아간다는 책의 메시지는 어쩌면 당연한 말 같은데, 그 당연한 말을 가로막는 것이 결국 또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 돼.' 하고 포기하는 나니까.... 돌고돌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일 게다.


속는 셈 치고라도 믿어보고 작은 부분부터 실전 적용을 해볼 생각. 끌어당기든 밀리든 지금과는 다른 관성으로 나아가겠지 싶다.


보는 중인 책들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생각의길, 2024

2.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문학동네, 2018

3.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문학동네, 2024



본 웹소설/웹툰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2024)

: 연재 다시 시작해서 조금씩 아껴서 보는 중! 



본 영화

1. <인사이드 아웃 2>(2024)


불안은 내 마음 속에서 부단히 애쓰고 있었구나

노력할수록 꼬여가는 불안의 폭풍 속에서 손을 내밀 때 왈칵 울었다.



2. <도학위룡>(1991)


힘들 땐 주성치 영화에 머무는 게 좋다.

귀엽고 뻔뻔하고 속이 들여다보이는 편안함이 이상하게 계속 찾게 된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브레이킹 배드 시즌 1>(2008)

: 한 4화에서 더 나아가질 않네...


2. <괴수 8호>(2024)

: 괜찮은 코믹 시리즈를 찾은것 같다.


본 콘텐츠

: 이번 주는 없다.



기타 기록

: 싹 지우고 리뉴얼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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