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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Jun 07. 2024

미역 따러 바다 앞으로

바다로 장 보러 나가기

우리 집에서 오분거리에 있는 이호테우 쪽으로 올해 마지막 미역을 따러 갔다. 날이 더워지면 미역이 질겨지고 녹아버려서 18도 전후의 수온을 유지하는 4월부터 5월까지가 미역 따기의 제철이다. 이때 해녀 삼춘들에게는 일 년 치 미역을 주문받는 대목이 찾아온다.


시중의 건미역과는 비교할 수 없어 생미역을 애정하는 사람들은 봄에 넉넉히 사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일 년 동안 먹는다고 한다.


작년부터 바다수영을 통해 미역이며 뿔소라며 맛을 보았지만 올해 내가 직접 잠수해서 딴 미역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해안가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큰 바위에 온통 미역이 붙어있다. 갈색빛의 미역들이 물속에서 넘실대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느니 맛만 보려는 초심과는 달리 눈앞에 있는 것은 모조리 뽑아가고 싶었다.


조류가 좀 있었던 날이라 잠수를 해서 미역을 잡고 뜯어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돌에 어찌나 딱 붙어 있던지 손으로 두어 번 감아 미역귀를 잡고 힘껏 잡아당겨야 한다. 미역귀로 조림도 하고 튀김도 한다고 해서 그 부분을 살려서 뜯느라 나도 모르게 미역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파도를 맞아가며 목표물을 향해 입수를 해서 한 움큼 잡아 뜯어 정신없이 넣다 보니 어느새 가져간 망은 꽉 채워졌다. 미역 따고 물고기 구경하며 아이들처럼 신난 우리의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예비해녀


집으로 돌아와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미역을 넣고 미끌거리는 이물질과 모래를 잘 씻어 체에 밭쳐놓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끓는 물에 미역을 넣자마자 고동에서 초록으로 선명하게 색이 변했다. 건져서 식힌 후 한 입 먹었을 때 입안 가득 바다의 향이 퍼졌다. 초장까지 더해지면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배불리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싱싱함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미역을 직접 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하니 제주해녀 다 됐다며 웃음바다가 됐다. 생각해 보니 앞바다에서 장을 보듯 미역을 가득 채운 망을 하나씩 들고 나오는 우리가 신입 해녀 같아 보이긴 했다. 내년에는 해녀학교에서 물질하고 있을 내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제주바다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이호 말등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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