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따러 바다 앞으로

바다로 장 보러 나가기

by Hacck

우리 집에서 오분거리에 있는 이호테우 쪽으로 올해 마지막 미역을 따러 갔다. 날이 더워지면 미역이 질겨지고 녹아버려서 18도 전후의 수온을 유지하는 4월부터 5월까지가 미역 따기의 제철이다. 이때 해녀 삼춘들에게는 일 년 치 미역을 주문받는 대목이 찾아온다.


시중의 건미역과는 비교할 수 없어 생미역을 애정하는 사람들은 봄에 넉넉히 사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일 년 동안 먹는다고 한다.


작년부터 바다수영을 통해 미역이며 뿔소라며 맛을 보았지만 올해 내가 직접 잠수해서 딴 미역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해안가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큰 바위에 온통 미역이 붙어있다. 갈색빛의 미역들이 물속에서 넘실대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느니 맛만 보려는 초심과는 달리 눈앞에 있는 것은 모조리 뽑아가고 싶었다.


조류가 좀 있었던 날이라 잠수를 해서 미역을 잡고 뜯어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돌에 어찌나 딱 붙어 있던지 손으로 두어 번 감아 미역귀를 잡고 힘껏 잡아당겨야 한다. 미역귀로 조림도 하고 튀김도 한다고 해서 그 부분을 살려서 뜯느라 나도 모르게 미역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파도를 맞아가며 목표물을 향해 입수를 해서 한 움큼 잡아 뜯어 정신없이 넣다 보니 어느새 가져간 망은 꽉 채워졌다. 미역 따고 물고기 구경하며 아이들처럼 신난 우리의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예비해녀


집으로 돌아와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미역을 넣고 미끌거리는 이물질과 모래를 잘 씻어 체에 밭쳐놓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끓는 물에 미역을 넣자마자 고동에서 초록으로 선명하게 색이 변했다. 건져서 식힌 후 한 입 먹었을 때 입안 가득 바다의 향이 퍼졌다. 초장까지 더해지면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배불리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싱싱함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미역을 직접 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하니 제주해녀 다 됐다며 웃음바다가 됐다. 생각해 보니 앞바다에서 장을 보듯 미역을 가득 채운 망을 하나씩 들고 나오는 우리가 신입 해녀 같아 보이긴 했다. 내년에는 해녀학교에서 물질하고 있을 내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제주바다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이호 말등대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