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노을 맛집
집 마당에서 노을을 보며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바쁜 시간, 창문 사이로 어둑어둑해진 기운이 드리워진다.
파란 종이에 아니면 회색 종이에 오늘은 무슨 색으로 해가 물들까? 손에 물기를 대충 닦고 마당으로 나가면 이미 하늘에는 예상치 못한 색이 나를 위한 공연을 해주는 것처럼 붉게 물들고 있다.
아파트 살 때는 밤산책에서 건물들 사이로 조금 보긴 했지만 특별하게 마음을 울리는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몰은 하루를 달래주는 엄마의 토닥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하루종일 끓어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열기를 감추며 내려가는 그 찰나 우리의 하루도 막이 내린다.
매일을 마무리하는 시간,
하던 일을 감히 멈추게 만드는 오늘도 노을 내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