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풀해녀학교 18분의 2

첫 물질수업

by Hacck


지난주 입학식을 마치고 2주 차 수업은 바로 바다로 들어가 물질수업을 했다. 첫 물질이니 모두들 긴장도 하고 챙길 장비도 많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라는 거대한 생명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안전 장비는 필수다. 장비가 잘 챙겨져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시간단축을 위해 슈트는 집에서 입고 트렁크에 다이빙후드, 양말, 물안경, 오리발과 갈아입을 옷, 수건 등을 챙겨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된 마음 반을 안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맑아진 토요일 아침

전날 강풍으로 비행기가 결항될 정도였는데 토요일 아침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져 땡볕에 모두 모여 심폐소생술 수업을 들었다. 소방관분들이 직업 장비들을 챙겨 오셔서 CPR과 인공호흡 하는 법 시범을 보여주셨고 우리도 돌아가며 직접 해 볼 수 있었다. 인공호흡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진땀이 났지만 여러 번 반복할 기회를 주셔서 겨우 통과!

진짜 위급상황이 온다면 3단계만 기억하면 됐다.

환자를 깨우고, 알리고(누군가를 정확히 지목해서 119에 신고요청을 할 것), 누르기!


신입생들 수업중, 내 첫 호멩이
물질 후 먹는 꿀맛 김밥
삼인방과 우리5조!!


입수 준비물에 내 테왁과 호멩이를 챙겨 삼촌들을 따라 검푸른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수영대회 때의 긴장되던 출발점에 다시 서니 한수풀바다는 나와 인연이 참 깊구나 생각에 잠겼다. 그것도 잠시 들어갈 때마다 적응 안 되는 수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들 생각보다 차가운 물에 여기저기 비명소리와 웃음소리가 번갈아터졌다.

조별로 모여 해녀삼촌의 능숙한 덕다이빙을 보며 발 밑에 있는 미역을 따기 시작했다. 뿔소라도 종종 보였는데 아직 알이 작아 놓아주었다. 해는 점점 사라지고 움직임이 적어지자 다들 덜덜 떨기 시작했고 입술이 푸르스름하게 변한 동기들이 몇 명 보이기 시작했다. 교감선생님의 퇴수조치에 따라 우리는 계단을 향해 헤엄쳐 우왕좌왕 물질수업을 마무리했다.


한수풀해녀학교에서는 새 기수가 시작될 때마다 사고 없이 안전한 졸업을 기원하기 위해 바닷속 해녀상 세신식을 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당일 시야도 좋지 않고 신입생들의 컨디션 저조로 다음 시간으로 미뤄졌다.


“용왕님께 빕니다!

우리 18기 모두 물질 잘 배워서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탈의장 샤워기에 삼삼오오 모여 씻느라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웃음이 터졌다. 역시 여자들의 사우나문화는 무섭다. 초면에 다 벗고 씻고 환복에 선크림까지 바르며 서로를 챙긴다. 교실로 돌아가니 문어, 뿔소라, 전복이 구워지고 있었다. 바비큐와 무늬오징어와 임원진이 준비해 준 김밥에 무생채와 쌈 등 해녀학교 첫 회식은 성대했다.


해녀학교 회식 클라쓰


20대, 30대, 40대 자유로운 영혼의 개개인이 ‘해녀’라는 공통분모로 제주 귀덕리에 모인 것이 운명같이 느껴졌다. 다양한 삶, 나이, 직업 이전에 ‘해녀학교’라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서로에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미 하나로 뭉쳐졌다. 우리가 보낼 열여덟 번의 토요일이 벌써 두 번이나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마흔다섯 명의 동기들과 제주 해녀문화를 이어가는 공동체의 파도를 타게 된 지금, 어느 순간보다 높게 날아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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