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숨으로, 내 손으로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실내에서 해녀삼촌들과 대담 그리고 테왁 만들기 수업을 했다. 적게는 10년, 길게는 50년 경력의 해녀삼촌들, 수줍게 들어오셨지만 믹스커피 한 잔에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긴 세월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세세히 말씀해 주시며 새내기해녀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해 주셨다.
결국 바다에서는 자신을 스스로가 지켜야 하고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바다에 들어간 횟수가 늘어갈수록, 많은 물건들을 할수록 자신만의 물질노하우가 쌓인다. 바다라는 커다란 품에 어긋나지 않도록 묵묵히 잠수를 해온 해녀삼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고된 시간이 검은 피부와 주름으로 묻어났지만 빛나는 눈동자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오랜 시간 제주 바다를 지켜온 이 분들이 있기에 제주도가 있고 해녀문화가 아름답게 남아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해녀 하실 거예요?’라는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모두 다시 하실 거라고!
해녀학교에서의 경험을 갖게 된 우리가 ‘행운아’라고,
인생에 귀한 거름이 될 거라고 격려해 주신 말씀이 참 좋았다.
테왁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조별로 나누고 도와주시는 삼촌들 옆에 앉아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초록색 망사리를 넓게 펴 한 개의 테왁에 들어갈 만큼 잘라주고 실 역할을 할 얇은 끈으로 엮어주었다. 망사리를 반으로 접어 바느질하듯 두 칸에 한 번씩 방향을 바꿔 이어 주어 큰 원통모양의 주머니가 완성됐다.
이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마무리할 차례.
아랫부분은 흰색 끈으로 감아 매듭을 지어주되 풀 수 있도록 여유를 주었다.
각자 집에서 챙겨 온 천으로 부표 부분을 감싸고 망사리와 이을 수 있도록 매듭을 또 만들었다.
기계나 장비 없이 모두 손으로만 만들어지는 과정이 처음에는 손도 아프고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점점 해녀 삼촌들의 테왁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풀릴 때를 대비해 토치로 매듭을 꼭꼭 지지고 눌러주었다. 어설프게 묶어놓으면 바닷물에 다 풀리니 꼼꼼한 마무리가 중요했다.
재봉틀 한 군데 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듭으로 만들어지는 테왁은 내 숨이 허락하는 곳까지만 물건을 해오는 해녀정신과 닮았다. 삼촌들 이름이 쓰여있는 낡은 테왁을 보면 세월이 느껴져 마음 한 구석이 짠했는데 함께 머리 맞대고 이야기 나누며 완성한 내 테왁에도 해녀학교 교실과 동기들, 삼촌들 얼굴 추억으로 묻어날 것이다.
바당과 함께 긴 세월을 건넌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에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