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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Dec 11. 2023

올레7코스 산책

수봉로-속골까지

지난 주말 서귀포국민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마치고 따스한 서귀포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올레길을 찾았다. 하늘은 파랗고 섭섬과 범섬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씨라 걷기 딱 좋은 날이었다.

올레길7코스는 서귀포에 있는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월평마을까지 이어지는 17.7km의 긴 해안길이다.



우리는 그 중 자연생태길인 '수봉로'를 따라 '속골'까지 천천히 놀면서 걸었다. 법환동 쪽부터 걸어내려가 매끈한 돌들이 넙적한 등을 내주며 길을 만들어 주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걸으니 몇일동안 흐린 날씨로 움츠러 들었던 어깨가 펴지는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소원을 빌 듯 절벽에 홈이 파여진 부분을 동그란 돌로 채워넣어 예술작품이 만들어졌다.



해안길 끝 나무사이로 들어서자 덤불숲이 열린다.

염소가 다니던 길을 김수봉님이 삽과 곡괭이만 사용해서 돌을 옮기고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친절하게 놓여진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늘을 만들어주는 덩굴이 있고 숲으로 들어가는 신비로운 길이 열린다. 천천히 걷는 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바다풍경이 보이며 햇살이 아이들에게 비친다.

억새를 한 손에 들고 설레는 발걸음을 한발 한발 디디고 있는 뒷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함께 간 금손 삼촌이 길죽한 잎을 반대로 뜯어내어 선인장가시를 가운데에 꽂아 잎바람개비를 만들어주었다. 바람따라 돌아가는 잎파리가 재밌는지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



내리막길을 걷다 하늘에 닿을 듯한 야자수 숲이 우거진 수모루공원을 지나면 징검다리가 놓여진 계곡이 흐르고 있다.

'속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제주의 여름 물놀이 명소인 담수풀장 중 하나이다. 마을단체가 운영하는 백숙집이 유명하다고 하니 내년 여름에는 이곳에 와서 물놀이를 하자며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짧은 길 안에 바다와 숲과 계곡이 이어지는 신기한 길이라 자연생태길이라 이름 붙여졌나보다.

억새, 유채꽃, 선인장 등 많은 식물들이 작지만 꿋꿋하게 자라고 있어주니 이 7코스가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올레길은 우도, 가파도, 추자도를 포함하면 총 27개의 코스가 있다고 한다. 제주도 바다도 좋은 곳 찾아가봤으니 올레길도 천천히 밟으며 더 가까이 제주도 풍경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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