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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Dec 11. 2023

내 한계는 내가 정한다

마녀체력을 읽고



지난 여름 고등학교때 친구가 놀러왔었다.

월령 바다를 앞에 두고 남편들과 아이들은 파도를 탔고 우리는 어렸을 때 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내 제주삶을 보면서 가장 먼저 '마녀체력'이라는 책이 생각 났고 수영으로 찾은 새로운 삶을 이야기로 펼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우리가 함께 서 있는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철부지 10대 부터 지금 40대까지 살아온 날들이 각자의 나이테로 남아 있었고 그것을 서로 응원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서로가 있어 고마운 날이었다.


'마녀체력'은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중요한 부제를 달고 있다. 타고나기도 직업적으로도 스트레스와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베어있는 저질체력 편집자는 아들의 운동회를 계기로 남편과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자전거로 동네슈퍼를 다니기 시작하고 새벽수영을 등록하고 산에 올랐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금의 '트라이애슬릿 이영미'가 된 평범한 40대 여자의 철인3종 도전기는 같은 여자로서 영웅을 보듯 박수를 치며 읽어내려갔다.


책을 읽기 시작한 날 절반 이상을 읽으며 역시 편집자 출신 작가는 다르구나, 편안하게 잘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고 솔직하고 과하지 않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도입부에서 수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한줄 한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해낸 운동량을 내 몸이 정확히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라는 문장이 내 심장을 때렸다. 내가 한 번 이겨낸 거리는 몸이 기억해 그 이상을 갈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도 수영을 하면서 직접 경험했다. 보통 실내 강습은 25m 풀에서 받게 되는데 초급일 때는 끝까지 가는 것 조차 숨이 차고 힘들다. 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벽을 치고 턴을 해서 돌아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숨이 25m에 맞춰져 있다가 그것을 참고 이겨내면 50m를 쉬지 않고 오는 숨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주도에 와서 실내수영과 바다수영을 병행하면서 실력은 쌓이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요즘이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수영의 좋은 점을 널리 퍼뜨리며 그 행복감을 전파하고 있다.


"수영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진을 뺀 뒤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사실 나도 이 순간이 좋아 수영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 속에서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하고 빨개진 얼굴을 샤워실 거울에 비춰보면 그렇게 뿌듯하고 예쁠 수가 없다.


본격적인 철인3종을 준비하는 과정이 나올때는 바다수영에 도전한 나에게 옆집 언니가 등을 토닥여주며 잘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2km를 헤엄치면서 숨가쁨을 이겨내며 완주를 한 나는 그 전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두려웠던 도전도 '한 번 해보지 뭐'하는 마음으로 그 상황에 나를 들여다놨다. 점점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무엇이든 시작해보는 마음가짐이 나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에게도 고민되는 것이 있으면 '일단 해봐'라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었다.


철인3종이라고 하면 수영, 달리기, 자전거를 목표한 거리에 도전하는 것인데 바다수영을 하면서 자연스레 달리기를 같이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숨이 차고 무서웠던 바다수영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3km를 하고 나와도 체력이 남아 어디라도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왜 사람들이 철인3종에 도전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저자의 마라톤 성공기를 읽으며 달리기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종목을 정해보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서부터 내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몸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고 달라진 행동이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에서 나도 매일 운동을 하다보니 식습관과 수면패턴도 신경쓰게 되고 사소한 불안과 걱정은 멀리 던져버린지 오래다.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결심한 일은 꼭 이룰 수 있는 쪽으로만 생각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수영, 달리기, 자전거타기의 고수가 되어 산과 바다를 누비는 장면들을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내 엉덩이도 들썩거렸다. 이런 마음의 불씨는 점점 타올라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트랙을 달리기 위해 운동화를 챙겨 나갔고 4km까지 달려본 상태다.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년에는 아쿠아슬론(바다수영과 달리기 두 종목을 뛰는 경기)에 도전해보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내가 선을 긋는 순간, 나의 한계가 결정된다.'라는 말처럼 어제의 한계를 깨기 위해 오늘 귀한 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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