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기억들
살다 보면 가끔, 인생의 변수 같은 인연을 만난다.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관계.
친한 것도 아니고, 남도 아닌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사이”라고 하기엔
내 마음의 어딘가가 계속 반응한다.
그런 관계는 대개 조용하다.
일상 속에서 잘 안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툭— 하고 현재로 소환된다.
소환되는 순간이 문제다.
기억은 정렬이 안 된다.
함께한 시간들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온다.
처음 만났던 날, 사소하게 웃었던 말,
별일 아니었던 장면들이
갑자기 다 “의미 있었던 것”처럼 커진다.
변수는 원래 예측을 흔든다.
내가 쌓아둔 논리와 계획을
한 줄씩 삐끗하게 만든다.
어떤 날은 그게 반갑고,
어떤 날은 그게 부담스럽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재밌는 건,
그 변수가 계속 변수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상수처럼 자리 잡기도 한다.
계속 함께하는 사람.
의심 없이 내 하루에 포함되는 존재.
그 반대도 있다.
내 관계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변수.
이미 빠져나갔는데,
아직도 호출되는 이름.
여기서부터는 감정이 좀 비겁해진다.
존재하지도 않는데, 소환되는 기억 때문에
나는 슬픔에 빠진다.
‘없으니까 더 선명한’ 감정이 있다는 게
가끔은 억울하다.
남아 있는 쪽이 늘 더 바쁘다.
정리하고, 견디고, 무너질 듯, 말 듯하면서도
아무 일 없는 얼굴을 하고 살아야 하니까.
상수로 남기고 싶은 변수가
결국 내 삶에서 사라져 버릴 때,
나는 그 사람을 잃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바꿔놓은 나’를 잃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그 변수가 자꾸 생각난다.
무슨 계절 탓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알아서 불러온다.
이런 날에는
결론을 내리려고 하면 더 아프다.
변수를 상수로 만들지 못했다고,
혹은 상수가 되지 못한 관계가 실패라고
단정해버리면
내가 겪은 시간들까지 헛된 것이 된다.
변수는 변수여서 의미가 있다.
인생이 한 번쯤 흔들리면서
내가 어떤 값으로 살아왔는지 보여주니까.
오늘의 나는,
그 변수가 남긴 값이
아직 내 안에서 유효하다는 걸
조용히 인정해 본다.
그리고 딱 그만큼만,
슬퍼한다.
변수에는 좋은 기억만 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