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준 용기

함께한 시간에 대한 감사를 전하다.

by hako

봄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미뤄두었던 자동차 엔진오일을 갈았다.

정비를 하는 동안에, 오래 미뤄두었던 마음도 꺼내보기로 했다.

거의 3년 만에 연락처 속 오래된 이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전화라니.
카톡 몇 줄이면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때인데도,
오늘은 문자보다 목소리로 만나고 싶었다.
봄이니까.


연락처에 오래 남아 있던 이름들은
한때 자주 보던 사람들이었다.
같은 회사에 있었고,
같은 일 안에서 바쁘게 지냈고,
어떤 날은 같은 문제를 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는 반가웠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치열했던 회사 생활을 함께 지나온 사람들답게
금세 예전의 말투와 호흡이 돌아왔다.


반갑고, 조금은 뭉클했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봄바람처럼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마치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할 때는 미처 잘 몰랐던 감사도
이제야 조금씩 전할 수 있었다.


그때는 다들 바빴고,
각자 맡은 일을 해내는 데 마음이 먼저 가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참 열심히 일했다.

무엇이 그렇게까지 우리를 몰아갔는지는
이제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 열심히 때로는 지나쳤고,
조금 무리했던 날들도 있었다.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자기를 먼저 챙기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가끔은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혼자 너무 많이 감당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그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해주고 싶다.
조금 덜 다치면서 갔으면 좋았겠다고.
조금 늦더라도 다치지 말고 가라고.


앞으로도 나는 또 여러 사람을 만나며
바쁜 시간을 함께 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과는
오래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자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같이 버텨줘서 고맙다고.
당연한 듯 지나가는 시간도
지나고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일한다는 것,
같은 시간을 버텨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더 자주 말해야겠다고.


오랜만에 전화를 하고 나니
봄은 꽃만 피우는 계절이 아닌 것 같았다.
미뤄두었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계절에 가까웠다.


나의 지난 시간 속에 함께 있었던 전우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말 수고 많았다고.
당신의 최선을 나는 알고 있다고.
그리고 내 시간의 한때를 함께 지나 주어서
참 고맙다고.



다음번에는 얼굴 보고 얘기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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