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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ktist Feb 20. 2024

황혼

황혼, 130 X 55 cm, oil on canvas


 꽤 오래 전 그림이다. 평범했던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길가에 멈추어 서서 하늘이 붉게 물들던 무렵부터 완전한 어둠이 내릴 때까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노을을 만남으로써 별다른 것 없던 날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사람의 일생을 하루에 빗대어 말할 때 노년을 황혼이라 부르곤 한다. 나는 그때 저 노을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었다. 노욕이나 회한은 어둠 속으로 숨기고 눈이 부시지 않을 정도의 밝기로 빛나다 사그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림에 너무 많은 것을 담지 않아야 정작 보아야 할 것이 드러나는 것처럼 내가 짐처럼 매달고 살아가던 것에서 많은 것을 덜어내고 비워내야 비로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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