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장소를 특정하는 것이 감상에 도움이 될 일은 크게 없지만, 이곳은 낙동강의 하구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지방에 살다가 가끔 이렇게 너른 하늘을 마주하면 박하사탕을 녹여 먹을 때처럼 가슴이 후련해진다. 예전에 첩첩이 겹쳐있는 산을 그린 적이 있는데 자연의 위로라는 작업 의도가 무색하게 한 친구는 넘어야 할 과제처럼 느껴져서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 김해평야에서 나고 자란 친구의 눈에는 중첩되어 그려진 산이 풀어야 할 과제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시간이나 공간을 어떤 단위로 매듭짓고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그런데 이곳이 강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것처럼 나는 세상을 단속적이 아닌 연속적인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강을 따라 흘러가는 작은 배 위에 그저 잠시 몸을 의탁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자신의 삶에 미안한 일일까. 강은 이곳에서 끝이 나지만 바다에서 계속 흐르는 것처럼 나의 작업도 현재 삶의 결과이자 아직은 끝나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