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배가 항해에 나설 때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두려움과 위험으로 가득 찬 바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바다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두려워서 근처에 가지 않는 어떠한 사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과 기회로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다.
두려움을 희망으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노력과 준비,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세상에서 항해하며 나아갈 때에
좋은 기회, 좋은 사람, 좋은 경험을 만나기 위해서는
험하고 지독한 이 세상에 맞서면서도 그 두려움들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나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배가 크고 무거울 수록 폭풍우에 잘 견딘다.
가볍고 조그마한 배들은 쉽게 뒤집어지지만 거대하고 무거운 배일 수록 무게중심을 잘 잡고 높은 파도를 버텨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배들이 폭풍우와 비바람을 버텨내기 위해, 바로 배 아래에 바닷물을 채운다는 것이다.
폭풍우로 심하게 뒤집어진 깊은 심해의 새카만 바닷물을 가득 채운다.
지혜로운 선장은 극심한 폭풍우로 배가 흔들릴 때에, 배 아래 부분 창고의 문을 활짝 연다고 한다.
검고 무시무시한 바닷물을 한껏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배의 아래 부분을 가득 채움으로써 배는 더 안정적인 무게의 중심을 찾게 되고,
높은 파도와 바람에도 뒤집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배는 어떠한가,
남들보다는 꽤나 크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충분히 준비하고 크게 지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뒤집힐듯 말듯 아슬아슬한 순간이 오게된다.
한가지 조금씩 확실해 지는건,
정말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내 배를 크고 무겁게 만들 수 있다는 일이다.
아무리 선의의 도움이라도, 어떠한 인연의 가르침이라도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게 하겠지만 결국 모든 일은 내 손으로, 내 노력으로 이루어져야지만 나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을 만남에 있어서도, 내가 얼마나 마음을 열고 편견 없이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지,
그래서 좋은 사람을 좋은 타이밍에 만나서, 좋은 인연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이러한 일들은 그저 마냥 '인연은 타이밍이다.'라고 치부하고 끝나기에는 너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일이다.
그러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나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일은,
폭풍우를 만났을 때 시커먼 바다를 향해 배의 창고 문을 여는 선장의 마음과 같다.
태생적으로 밝고 쾌활한 삶을 사는 해맑은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한 과는 아니란 건 알기에,
좋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은, 어두운 한밤 중에 바다 한가운데 망망대해에서 폭풍우를 만난 일과도 비슷하다.
많은 불확실성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상황과 이미 뱃머리를 돌려 물러가기에는 늦은 타이밍까지.
항상 모든 좋은 일은, 모든 기회는,
좋은 일처럼, 설레는 기회처럼 포장하고 친절하게 다가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생각한 것 처럼, 지금까지는 창고 문도 닫고, 오로지 거북이와 자라가 두려울 때 등껍질 속에 움크려서 나오지 않는 것처럼 버티고 또 버텨서 나를 지키려 했다.
나를 지킬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 방법은 수동적이고, 나의 좋은 기회들을 내것으로 만들지 않고,
마이너스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플러스도 아닌, 답보 상태의 0의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껍질 속에서 지내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 phase를 보냈다.
그래서 나는, 폭풍우 속에서도 두렵지만 배의 창고 문을 열기로 했던 것이다.
한 번 열기로 했으면, 일단 폭풍우를 견디기로 했으면 후회하지 말자.
내 배안에 가득 들어온 그 검은 바닷물이 적어도 나를 뒤집어지게 하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난 인연을 후회하게 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최소한 껍질 속에 숨지는 않았기에,
들어온 바닷물이 깨끗한 심해수인지, 오염된 구정물인지 간에
내가 버틴 폭풍우가 내 길로 가는 골목에서 만난 피할 수 없는 폭풍우로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하늘을 더 맑게 만든 폭풍우인지,
그저 길을 잘못 들어 만날 필요가 없는 짖궂은 비바람인지간에
적어도 내 배는 뒤집어 지지 않는다.
눈 앞에 폭풍우가 두려워서 가는 길을 멈추지 않는다.
올지 안올지 모르는 상처가 두려워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결국 나의 가치는, 나를 지키는 힘은,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폭풍우 몇개 거쳐간다 해도 나는 변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용기가 있는 자가 미인도 차지하고, 기회도 차지한다.
그렇다. 그 자가 가진건 그 용기 하나인 것이다.
그가 잘생겼는지 똑똑한지 키가 큰지, 다른 묘사는 없다.
그럴 경우에는 보통 잘생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단지 그는 그냥 용기 있었을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을 스포트라이트의 클라이막스만 기억한다.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사람, 어려운 길을 굳이 선택해서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 마다 사람들은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말한다.
'대단하다, 그런결정을 하다니, 멋지다, 역시 다르구나, 부럽다.'
그 사람이 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수천번 망설인 시간들과
때로는 두려움에 때로는 막연함에 잠못 이루는 밤들과
자신의 거대한 선택이 두렵지만 눈 꼭 감고 배의 창고 문을 열어 재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모두 바라보지는 않는다.
즉, 나의 선택과 나의 결정의 모든 일련의 과정은 나만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래서 용기있는 자들에게는 그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굳건히 용기를 잃지 않은 대가로 미인이 주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배가 뒤집어지지 않는 것이다.
몇 개의 폭풍우를 거치든,
몇 톤의 바닷물이 들어오든,
몇 미터의 파도가 치든,
나는 배를 정비하고, 닦고, 보살펴서 뒤집어지지 않게 하면 되는 일이다.
폭풍이 올 수는 있어도, 내 배를 뺏아가지는 않는다.
바다에게는 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배가 필요한 것은, 내가 뒤집어지기를 바라는, 이미 뒤집어진 배를 가진, 용기 없는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