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다시 변하면 어쩌나 안절부절했었다.
고우석이 다녀가고 난 이후 그날 밤은 조금 쓸쓸하긴 했지만,
이내 다시 해가 떠오르고 주변의 채도와 조도가 밝고 맑아지니,
나는 다시 전의 자랑스럽던 나로 돌아왔다.
아놓은 모든 것들이 다 무너지고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던 나의 걱정은 무색했고,
운전이나 자전거를 배우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다시 감을 잡을 수 있다던 사람들의 말처럼,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면, 홀로 서는 법을 배우면 누가 옆에 다녀왔다 가더라도 다시 예전의 홀로설 수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만남을 두려워하고, 연애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감정의 컨트롤러를 뺏길까봐, 혼자 있는 것 보다 함께 있는 것을 더욱 익숙해 할까봐, 그러고 영원의 사랑을 약속하기는 싫지만 찰나의 순간이 끝날 때 찾아오는 허전함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봐야 하니까..
연애나 진정한 사랑이 주는 무수한 장점과 고귀한 감정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을 필요로하는 나의 마음보다, 그 감정의 후유증들을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나는 이미 나대로 혼자 서는 법에 대해 적응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 옆에 옸을 때, 그 사람이 진정으로 동반자의 위치에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내 가슴에 품고
혼자서는 또 혼자 나름대로 잘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