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마타타 Jan 12. 2021

추위 앞에 껴입을 옷 마련하기

자신감의 비밀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추운 날이 있다.

얇은 옷, 두꺼운 옷을 입을 수 있는 만큼 껴입어도, 코 끝 손끝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는 날이 있다.


세상 앞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이라는 옷을 껴입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시린 날도 있다.

애초에 옷이라는 게 캐시미어에 가벼운 고급 원단의 옷이라면 두 세겹만 입어도 몸이 후끈할 터,

흔하게 사서 모은 면 티셔츠 몇장은 아무리 덧데어 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가끔은 그 비싸고 좋다는 캐시미어도 살을 애는 추위앞에서는 그저 그런 옷감이 될 때도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캐시미어를 가질 수 있다면 걱정도 없을 것이다.

발열 내의에 핫팩에 좋다는 패딩 브랜드의 옷들을 잔뜩 껴입으면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은 어느새 따뜻한 봄으로 변해가겠지. 따뜻한 옷을 입고 있으면 추운 겨울날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운치있다 느끼겠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옷장이 그리 두둑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외투 한벌로 겨우 겨울을 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가을옷 몇 겹으로 애써 춥지 않는 척 겨울을 지새워야 하는 사람도 있다.


살아가면서 마련해야하는 살림살이는 샐 수 없이 많다.

어디까지 어떤 욕심을 부리며 사느냐에 따라 그 가지수는 세어보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이 추운 세상에서 나를 따뜻하게 해줄,

자신감과 자존감이라는 외투이다.


열심히 노동하고 저축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마음의 지혜를 쌓고 나에 대한 고찰을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캐시미어도 사고 캐나다 구스도 산다.


아직은 부족하고 모자란 살림살이라서 그런지 가끔은 얇게 걸쳐 입은 외투가 추울때가 있다.

예전보다는 많이 챙겨 입는다고 입었지만 강추위가 몰아치는 날에는 여전히 부족할 때가 있다.

나의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겨울 바람은 매섭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압도되고 위축되는 것이겟지.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추위가 지나면 머릿 속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아, 나 아직 부족하구나. 아, 나의 겨울은 앞으로도 더 추워질 수 있으니 대비해야겠구나.

옷을 장만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일은 쉽지 않다. 그저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길도 많다.

하지만 이런 추위를 견뎌내고 나면,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하는 일이니 어쩌면 이 세상 이치는 꽤나 공평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몇 년 전에 매섭던 바람만큼이나 매섭지 않다는 것이다.

온도계가 말하는 온도는 훨씬 더 춥고 매서울 수 있지만, 내가 껴입은 옷 덕택인지, 이제는 역치가 올라간 덕택인지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더 수월하게 보내는 느낌이다.

예전만큼 많이 어지러워하지도, 예전만큼 많이 두려워 덜덜 떨지도 않는 듯하다.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공짜는 없으니,

내가 밟고 지나왔던 그 길들의 추위가 나를 강하게 만들어 놓았겠지.

절대 내가 관통해온 추위가 공짜로 공중에 흩어지지는 않았겠지.

나는 오늘도 그저 이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데 집중하고 싶다. 

때로는 너무 추운날에는 길게 보고 멀리 보는 일이, 눈보라 때문에 힘들 수 있다. 

더 막연하고 어마어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저 이런 날들은, 

하루 하루,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방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동적인 눈치가 아니라, 능동적인 양보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