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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Jul 21. 2019

우주에 하나의 작은 별로 박힌다는 것

멋진 밤하늘을 떠올릴 때는 거의 필수품이다 싶은 것들이 있다. 조용한 적막, 촘촘히 박힌 영롱한 별들, 구름하나 없이 맑고 까만 하늘, 풀벌레 소리 약간...



사람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얘기할 때 별을 따다 준다고 한다. 그리고 존경하는 누군가를 얘기할 때 나의 별 (Star)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또 다르게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나의 별이 되어 남아 달라고도 얘기한다.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별이란 특별한 존재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가끔 별 그게 뭔데, 그까짓게 뭐 대단한데? 싶을 때가 있다.


까만 밤 하늘에 불규칙하게 흐트러진 불빛들이고, 누가 누군지, 어제 본 그 별이 오늘 보는 저 별인지도 모르겠는 그 흔하디 흔한 별. 지상의 불빛이 조금만 밝게 빛나면 바로 묻혀버리는 저 별. 달처럼 유일하지도 태양처럼 절대적이지도 않은 그냥 고작 별 하나 아닌가. 불빛하나 아닌가 하는 때가 있다.


오늘 강변북로를 운전해오면서 처음에는 나름 서울사람이 된 것 같은 센치함에 젖었다. 그러다가 잘 빠진 유선형 고가도로 위를 달리면서 아름답게 제자리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가로등을 보았다. 그 가로등은 잘나가는 강변북로 옆을 끝없이 지키고 있었고, 심지어는 한강 건너 자그마한 다리들에는 더욱 아름답고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순간 어릴 적부터 지방에 살던 나는, 내가 '서울'하고 떠올리면 항상 이런 장면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운 밤에 차가운 한강 물 옆으로 촘촘하고 작은 가로등들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화려한 도시의 밤을 서울이라고 떠올린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문득, 내 차의 헤드라이트도 그 불빛과 함께 이 밤을 수놓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른 안도감이 밀려왔다. 내가 서울에 있다는 것. 내가 그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서울 바닥 한 곳에서 불빛을 내고 있다는 것에 묘한 안도감과 자신감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사람들이 왜 별이 되고 싶어 하는지 알 것도 같닫고.



사람들은 태양이나 달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삶을 살면서 때에 따라 내가 달이되겠다, 태양이 되겠다 할 순 있지만,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 다들 별이 되기를 원한다. 젊은 나이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무난한 삶이 아닐까 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한강변을 수놓을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와 가로등에 동화되어 나도 그 사이를 촘촘히 매꾸면서 얻은 안도감에서 많은 느낌을 받았다. 왜 별이 되고 싶어하는지 말이다.


그저 그 사이를 매우는 촘촘한 별이 되어서, 다른 별들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 그 마음을.


하지만 아직 내 삶의 방향이 별이 되는 방향이라고 정의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도 태양이 되고 싶다, 여의치 않으면 나는 아직도 달이 되고 싶다.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별이 되고 싶겠지.



별이 될지, 달이 될지, 태양이 될지 그도 아니면 그냥 공중에 흩어지는 수증기로 삶이 끝날지, 아직 방향이 서지 않는다. 조금 더 고민하고 단단해져야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내일은 이 얘기로 써보려 한다.) 단단해지는 방법에는 화이팅하는 것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겠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나에대한 컨트롤이 아닐까.


일단 오늘은 가로등과 함께 한강을 수놓던 짧은 시간에 느낀 치졸한 안도감이 나도 어쩔수 없는 대한민국 편협한 마인드의 국민이라는 점을 증명해주는 밤이었다. 조금씩 더 나아지면 되지 않을까. 조그마한 이 나의 공간에서 쓰고 읽고 생각하고 노력하면서, 내 나름대로 치열한 세계대전을 펼치다 보면, 아직 나에게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을까. 꿈꿔본다.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 무시해서 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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