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않은 캐러멜 마키아또 하나요.

by 하쿠나

얼마 전 브런치 연재를 같이 하는 글벗 WonderPaul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소개받았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가진. 내 생각을 읽었나? 싶은 제목에 이끌리어 단번에 전자책을 결제해버렸다. 10년째 가벼운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작가가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에서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었다. 한 줄 한 줄 내 일기를 읽는 듯 공감이 되었으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기보다는 더욱 우울의 나락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래서 1/3을 읽다 책을 내려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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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모순적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이를테면 회사 생활에 8개월째 적응을 하지 못하고 관계까지 어려워져서 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나를 하루 종일, 한 주 내내 흔들다가도 어느 주말 오후에는 ‘다음 주부터는 퇴근 후 매일 저녁 자기 계발에 힘써서 내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강의도 하고 글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을 하는 것이다.

결혼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아, 싶다가도 결혼을 핑계로 다 때려치우고 아프리카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동안 (나름) 쌓아온 경력을 살려 더 나은 직장과 직무를 갖고 싶다가도 뭐가 되었든 시키는 일만 하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적당히 노동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새벽형 인간이 되어 출근 전 성경 묵상도 하고 공복 유산소도 하고 여유롭게 출근해야지 싶다가도 밤늦게까지 연속 재생으로 보는 미드 (요즘엔 기묘한 이야기에 빠져있다!) 가 주는 저녁형 인간의 즐거움이 너무나 큰 것이다.

비싸더라도 질 좋은, 몇 년을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옷만 사야겠다 싶다가도 H&M, 자라에 파는 꽃무늬 셔츠를 (길어야 두 시즌 입겠지) 590밧에 파는 걸 보고 어머 이건 사야 해- 하며 지갑을 활짝 연다.

앞으로 물, 탄산수, 아메리카노 외에는 내 입 안에 허락지 않겠다 굳게 다짐하고서는 돌아서서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또를 시키며 '완 닛노이' (태국어로 시럽 조금만요)를 주문하고는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다.


사실 써놓고 보니 모순적 감정이라기보다 물렁물렁하다 못해 팔랑팔랑 한 나의 멘탈 이야기인가 싶다. 내 안에는 두 자아가, 아니 셋, 아니 대체 몇 개의 자아가 동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모순된 생각과 행동을 적어보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