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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Jul 15. 2021

추피는 왜 마스크 안 쓰고 나가요?

추피 지옥보다 더한 코로나 지옥

우리 아이는 생후 8개월부터 마스크에 입문한 코로나 베이비이다.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 아직 스스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며 마음이 짠하다가도, 누구나 그랬듯 곧 (코로나가) 사라지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 아이는 25개월 인생의 삼분의 이를 마스크와 함께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추피 지옥’. 원제는 ‘추피와 두두의 생활 이야기’로 두 돌 정도 되는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는 그림책 시리즈인데 읽고 읽고 목이 피나도록 읽어도 계속 읽어달라고 해서 엄마들 사이에서 추피 지옥이라 부른다.



추피는 왜 마스크 안 쓰고 나가요?


며칠 전 아빠와 추피 책을 읽다가 토토가 했던 질문이다. 토토는 25개월 치고 말이 빠른 편이라 가끔 뱉는 말에 도리어 우리가 깜짝 놀라는데, 이 질문을 듣고는 마음이 참 안 좋았다. 아이에게 이 세상은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니.


현실세계라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슬픈 상황


돌이 갓 지났을 때부터 토토는 밖에 나가고 싶으면 마스크를 가지고 쪼르르 달려왔었다. 외출은 마스크라는 공식이 그때부터 생겼던 거다. 그때도 마음이 참 아팠지만 이번에도 꽤나 씁쓸했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하는 현실 세계와, 마스크 없던 세상을 그린 그림책을 보며 아이는 어떤 괴리감이랄까, 그림책의 모순을 느끼기도 하려나? 부모로서 감정 과잉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세상을 살게 해서, 먼저 태어나 지구를 내 멋대로 써버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편, 지난 5월 터키로 오면서 토토에게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조금 느슨하게 하고 있다. 터키 생활 초반에는 락다운 기간이라 마스크 착용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백신 접종률도 높고 (터키는 백신 접종률 세계 7위로 18세까지 접종 연령이 내려왔다) 거리두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야외에서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에게는 마트나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만 마스크를 쓰게 한다. 게다가 터키는 6세 미만 아동은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기도 하고. 한국에서만큼 철저하게 안 써 버릇 하니 아이도 잘 안 쓰려고 해서 고민이다. 그래도 추피 마스크를 물어보는 거 보니 아직 바깥에 나갈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았나 보다.


한국은 이번 주부터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반면 터키는 7월 1일부터 코로나 관련 거의 모든 제재를 해제했다. 물론 실내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는 그대로지만 거의 10개월 만에 식당과 카페 문도 열었다. 일상을 되찾는가 싶지만 델타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변이 바이러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확실히 한국만큼 서로가 조심하지는 않는 편인 것 같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추피는 마스크를 왜 쓰고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편은 '글쎄, 추피가 왜 마스크를 안 쓰고 갔을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엄마 아빠도 잘 모르겠어. 우리 앞 일을.


 아들의 엄마인  지인은 추피지옥을 탈출하는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추피는 얼마든지 읽어줄  있으니 부디 코로나 지옥은 그보다 빨리 탈출할  있기를 바래본다.


지친 모습이 역력한..추피 읽어주는 남편.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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